7개 교회가 함께 한 ‘하버크루즈’

글|김명동,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1/30 [14:39]

부슬부슬 비가 뿌리는 지난 1월 14일 오후 5시, Huntleys Point Gladesville 선착장에는 캡틴쿡 크루즈에 승선하기 위한 행렬이 우중의 생명초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 7개 교회가 합동으로 2012 신년행사를 하버크루즈 선상에서 갖기로 한 것이다.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다.

▲ 치열한 경쟁을 벌인 여자 베스트 드레서 경연대회. 가운데 마이크 잡은 김경아 자매(시드니성서침례교회)가 베스트 드레서로 선발됐다.     ©크리스찬리뷰


언뜻 보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이들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리면서 연합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교단 소속은 다르지만 복음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이들은 기꺼이 우정을 나누기로 했다.

 
VIP 139명과 함께 어우러진 흥겨운 선상무대 

시작은 자연스러웠다. 4년 전부터 가정교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지역모임에서 2012년 신년연합행사로 VIP(불신자)를 초청하여 하버크루즈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여기에 사랑샘장로교회(박경수 목사), 시드니성서침례교회(김진수 목사), 시드니새생명교회(강승찬 목사), 시드니주영광교회(민이삭 목사), 시드니새장교회(박종호 목사), 시드니함께가는교회(이완우 목사), 추수중앙교회(이상근 목사) 등 일곱 교회가 동참했다.

▲ 전광길 장로     ©크리스찬리뷰


이날 행사에 VIP 139명을 포함 총 361명이 참석하자 행사 진행자들조차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참석자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연합’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털어 놓았다.

시드니새생명교회 강승찬 목사는 “가정교회 목회자들이 지역모임을 통해 교제를 하면서 이 행사를 준비했다. 가정교회를 해보니까 연합이 되는 것 같다. 정말 신나는 목회가 되는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오후 6시, 참가자들이 모두 승선하자 정성껏 준비한 한식뷔페를 각 교회 목회자와 사모들이 직접 배식을 하면서 축제는 시작이 됐다.

▲ Huntleys Point 선착장에서 승선하는 성도들     ©크리스찬리뷰


퍼스에서 호주평통자문위원 모임에 왔다가 아들의 전화를 받고 참석했다는 서부 호주 한인경회장 전광길(70. 퍼스한인장로교회)장로는 “교회들이 연합하여 교제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퍼스에서 한인회장으로 여러 행사를 치러봤지만 정말 연합이 쉽지 않은데 큰 감명과 도전을 받았다. 퍼스로 돌아가면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전하며 연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하고 “앞으로 더욱 서로 협력하고 돕는 모임이 되길 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는 캡틴쿡 크루즈 선박     ©크리스찬리뷰


저녁 식사 후 댄스파티로 이어졌다. 팻머스 최일모 간사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무대는 자유댄스 타임, ICE BREAK 마술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무대에서 눈길을 끈 것은 ‘휘파람’을 부른 세 명의 자매들과 함께 출연한 김정일과 김정은. 이들은 휘파람 노래 소리에 맞춰 간단한 뮤지컬을 멋있게 만들어내 분위기를 가열시켰고 성도들의 환호와 찬사를 받았다.

▲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Ice Break 마술     ©크리스찬리뷰


참석자들은 편하게 앉아 댄스파티의 형식 없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1층 선실을 가득 메운 성도들은 미소 띤 표정으로 서로 귀엣말을 건네며 한 여름 밤  선상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사회자는 구수한 입담으로 산만해지기 쉬운  선상 무대의 분위기를 조율하기도 했다.

댄스경연 후에는 베스트 드레서 선발 대회도 있었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받은 남성 베스트 드레서는 시드니새생명교회 조성용 장로, 여성 베스트 드레서는 시드니성서침례교회 김경아 자매로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드니새생명교회 팀     ©크리스찬리뷰


이날 밤의 하이라이트는 VIP축복의 시간이었다. VIP들에게 선물이 전달되고 각 교회별로 VIP들을 위한 기도로 선상축제는 은혜롭게 막을 내렸다.

한편 시드니새생명교회 초청으로 참석했다는 VIP 성찬호(27) 형제는 “목자로 계시는 형님을 알게 돼 그 분이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해서 왔다.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주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교회는 너무 권위적이고 불친절하고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그동안 보아왔다. 그런데 가정교회를 통해 호주사람들처럼 마음이 열려진 이런 순수한 교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보타이에 드레스 정장 차림으로 크루즈에 참석한 7개 교회 목회자와 사모들     ©크리스찬리뷰


시드니성서침례교회 초청으로 참석한 VIP 정준(40)형제는 “아내 친구 되는 분 소개로 가정예배에 참석하게 됐는데 크루즈를 타보자 해서 장모님, 처형, 아내와 아이들 6명 가족 모두가 왔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같이 밥 먹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금방 친해졌다”며 “일곱 개 교회가 모였다고 하는데 한 교회가 온 것처럼 단합도 잘되고 한 가족 같다. 교회도 이런 행사를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예전에 가졌던 교회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 1층 선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린 댄스파티     ©크리스찬리뷰


이어 그는 “한국에 있었을 때 교회가 정말 싫었던 게  신림역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인들이 몰려와서 ‘회개하라’고 삿대질을 해서 싸움 나는 걸 많이 봤다.  그리고 한 학생이 갑자기 오더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 앞에 있는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 부분들이 교회에 대한 반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곳에 와보니까 교회 사람들이 조용히 도와주시고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런 모임 지속적으로 갖자

일곱 교회 목회자들은 가정교회 사역을 통하여 무엇보다도 연합의 장이 마련되었으며 한결 목회에 힘이 붙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교회들의 연합에 거는 기대도 컸다. 그동안 개 교회가 개혁과 변화를 시도한 사례는 많았지만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도전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정장 차림으로 크루즈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옷 맵시를 뽐내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더 나아가 이번 행사는 VIP를 위한 연합행사로 그 의미가 깊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에 우리교회 성도들에게 전도하자, 예수 안 믿는 분들을 목장으로 모시고 와라, 그러면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불신자들을 만나기 어려웠어요. 어떻게 불신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가정교회를 하는 교회들이 함께 하버크루즈를 계획하여 불신자들을 초청하면 불신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냐. 이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인 남자 어린이들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크리스찬리뷰


어제 어떤 분을 만났는데 이곳에서 30년을 살았는데도 크루즈를 한 번도 타본 일이 없다고 그래요. 그 분이 오늘 오셨는데 시드니에 와서 처음으로 크루즈를 타본다고 너무 좋아하시는 겁니다. 오늘 우리교회에서 불신자들이 30명 왔어요.

아, 이런 기회를 통해서 불신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구나, 감사했죠. 사실 그동안 불신자들이 교회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결정을 못한 분들이 있었을 거란 말이지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교회에 나가볼까 목장에 한 번 나가볼까, 그런 생각이 드시도록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거지요.

▲ 한식 뷔페로 정성껏 준비한 선상 만찬을 7개 교회 목회자와 사모들이 배식을 맡아 섬겼다.     ©크리스찬리뷰


각 교회에서 VIP를 초대해서 행사를 치루고 있는데 이렇게 불신자들이 많이 오셔서 너무나 기뻐요.” (김진수 목사)

 “시드니에 있는 교회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협력하는 관계 이것이 가정교회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그런 모습이 좋아보여서 가정교회에 참여하게 됐고요. 오늘 저희교회에서는 VIP 3명이 오셨어요.

사실 개 교회에서 무엇을 하다가 힘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 가정교회 사역을 통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목회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또 적극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각오도 생기고요. (박종호 목사)

“가정교회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작년 7월 모임부터 참여하게 됐어요. 제 안에 주님께서 기뻐하시고 성도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역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거든요. 

모일 때마다 신선한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었죠. 지금까지 전통교회에서는 모든 활동이 교회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지며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생활의 목표로 생각하고 목회자의 심방과 소수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에 의하여 교회사역이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 내가 베스트 드레서...!     ©크리스찬리뷰


하지만 가정교회는 각 가정과 일터에서 교회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현장 속에 있는 교회를 통해 수동적으로 있던 성도들을 능동적 사역자로 세워가고 있어요.

그리고 가정교회는 불신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이번 행사에 우리교회에서 VIP 11명이 참여했습니다.” (이상근 목사)

“가정교회를 하는 저희들이 함께 연합을 해서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을 전도하는 그런 귀한 계기를 만들자 해서 크루즈를 생각하게 됐고요. 사실 가정교회 정신이 불신영혼을 전도해서 영혼 구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들이 함께 연합할 수 있고 수평이동을 통한 교회부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답고 너무 좋아요.

가정교회 근본정신이 신약시대의 교회원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중요한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성경적인 원리들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정말 주께서 원하시는 신약시대 교회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저희교회는 VIP 22명이 참여했어요. 너무나 보람이 있고 가정교회를 하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경수 목사)

“사실 목회하면서 다른 교회들 하고 이렇게 연합하고 함께 아름답게 동역하고 사역을 한 경험이 별로 없었는데 가정교회를 하면서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면서 굉장히 감사하게 됩니다. 정말 교회 간 경쟁 없이 이렇게 연합하고 함께 동지 된 의식을 갖고 하나님나라 사역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교회는 호주교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문화 사역을 하고 있는데 오늘 40명의 성도들 반이 외국인들입니다. 그중에 VIP 15명이 참여했는데 그분들이 교회의 사역의 열매로 남게 될 줄 믿습니다.” (민이삭 목사)

“가정교회에 참여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VIP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초점을 맞춰서 VIP를 어떻게 섬길 것인지 또 그들을 어떻게 교회 안으로 인도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런 모습들이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연합으로 같이 사역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는 교회를 개척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는 이런 행사들을 못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함께 협력해서 일을 하다보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 1층 선실에서 펼쳐진 댄스 경연대회와 베스트 드레서 선발대회     ©크리스찬리뷰


이번에도 VIP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어떻게 초청할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니까 너무 좋아요. 저희는 12명의 VIP가 오셨는데 한 분 같은 경우는 직장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게까지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못 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오신다고 하셨거든요. 너무 오고 싶대요. 그러면 우리 기도하자, 그리고 함께 기도를 했는데 그 다음 날 한국에 가셨던 사장님이 갑자기 오신 겁니다. 그래서 오늘 3시에 참석할 수 있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 분도 오늘 오셨고요.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완우 목사)

“시드니 새순장로교회 부목사로 섬기던 당시, 제자훈련의 한계를 느끼며 기도하게 되었고 신약교회를 회복하는 가정교회야말로 성경적인 제자를 양성할 뿐 아니라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성공하고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깨닫고 시드니에서 성경적인 가정교회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게 됐습니다.

현재 저희 교회는 호화로운 유람선이 되기보다 사람을 살리는 구조선이 되기 위해 매주 목장모임을 갖고 있으며 평신도 리더십들이 VIP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힘쓰는 행복한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는 VIP 46명이 오셨습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이 감사하고  특히 작은 시작인데, 앞으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협력과 하나 됨을 통해서 진정한 예수공동체를 이루어가길 원합니다.” (강승찬 목사)

 
하늘도 함께한 복음축제

이날 주최측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날씨였다.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던 터라, 비가 내릴 경우 불신자들이 참석을 두고 망설일 것이고 또 혼잡스러워져 행사에 지장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오후 5시경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슬비, 그것도 승선을 시작할 때는 비가 그쳤다.  그리고 오후 9시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하선하자 그제야 후두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성도의 기도 공통분모가 바로 날씨였을 텐데 하나님께서 어찌 이 기도를 안 들어 주실 수 있었겠느냐고 모두들 한마디씩.

이날 모인 목회자들은 앞으로도 건강한 가정교회 사역을 서로 나누고 지원 협력하여 평신도 일꾼을 키워가자는 의견과 함께 이런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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