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소용돌이

김은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2/27 [12:27]

남편과 난 성격이 아주 많이 다르다. 화를 자주 내는 남편은 자기가 화를 내고도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에 비해 난 화를 잘 안내지만 한 번 화를 내면 화를 잘 풀지 못해 애를 먹는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화를 참는 편이라 어려서부터 천사표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다.

더구나 착함의 강박관념은 어쩌면 사모로 살아갈 때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나는 착해야 돼'라는 최면을 늘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겉으로는 위장을 할 수 있어도 마음 속으로는 잘 안 된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 아들 지성이 때문이었다. 우리 집에 하숙하고 있던 아이가 지성이보다 세 살 위였는데 전화로 장난 전화를 했다. 거기에 영어를 잘 하는 지성이가 동참해서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친구에게 장난 전화를 했다. 학교 선생 흉내를 내면서 놀래킨 것이었다. 문제는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날 밤, 그 아이 아빠가 성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난 너무 놀래서 울고불고..., 남편은 상황을 알고 지성이와 그 하숙하는 학생을 대동해서 그 집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갔다. 그런데 문도 열어 주지 않고 문 밖에서, ‘목사, 네 가정이나 잘 다스려라!’는 욕만 실컷 먹고 온 남편. 지성이는 자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그런 일을 당하니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내게 울면서 이런다.

"엄마! 차라리 내가 맞고 끝내면 좋겠어."

작년 연말에 대구 모 중학생의 자살이 있었다. 물론 그 자살한 학생 부모의 마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가해자 학생 부모의 마음 또한 미안하고 괴롭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건 완전 우리 아들 때문이 아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자식을 키우다 보니 이렇게 나도 모르게 가해자 부모가 되고 보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자식 교육을 잘 못 시킨 부모로 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웠다. 그렇게 그 미움의 감정은 다시 그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이제 그 상처도 좀 잊혀질만 할 법한데 아직도 속이 좁은 나는 그대로다.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다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 옆에 앉은 아들에게 말했다.

"지성아! 엄마는 아직도 00가 밉다."

아들은 그런 내게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 서로 그렇게 계속 미워하다 보면 워플(whirlpool)에 빠지게 돼서 서로 다 죽게 되는거야."

 "워~풀이 뭐야?"

우리의 대화는 항상 이렇다. 지성이는 소용돌이란 단어를 모르고 난 whirlpool이란 단어를 모르고,ㅎㅎㅎ.

아들은 엄마인 내게 조언을 해 주었다.

"서로 미워하고 또 미워하고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그 미움이 돌고 돌아서 바다 속으로 빠져 죽게 되는 거지."

요 녀석이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저도 힘들었을 텐데 그 시기를 이런 생각을 하며 이겨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뒤, 내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말대로 계속 미워하면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가 지옥으로 떨어질 거 같아 굉장히 무서워졌다. 이 녀석이 목사가 되어야겠네.

그래서 자존심을 접고 그 집에 전화를 해서 그 동안의 감정을 풀었다. 서로 미워해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서로 잡아 끌어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서로를 죽이는 꼴이 되고 마니 말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쉽지마는 않다. 잔잔한 바다가 안전해 보일지라도 가끔 저런 소용돌이를 만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자! 여러분 서로 미워하지 말고 삽시다! 〠

 

김은미|멜번신달한인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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