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적인 팬(fan)보다 제자이고 싶다

강승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6/25 [12:03]

백만장자 Borden가의 상속자로 태어난 윌리엄 화이팅 보든(William Whiting Borden, 1887-1913)은 예일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원을 졸업한 후 백만장자의 길을 포기하고 예수님의 제자로 기억되기를 원했다. 그는 삶의 부요함을 포기한 채 이슬람 선교를 위해 먼 길을 떠났고 25세의 나이에 척수막염에 걸려 카이로에서 세상을 떠났다.

선교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열매는 없었다. 그런데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예일 대학에 영적 부흥을 일으켰고, 윌리엄의 이야기를 듣고 선교사로 헌신한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 그 이유는 윌리엄의 성경책에 있었다.

그는 “남김없이(No Reserves), 후퇴없이(No Retreats), 후회없이(No Regrets)!” 라는 3개의 문장으로 제자의 길을 설명했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주님께 드렸다. 예수의 제자란 윌리엄처럼 인생의 전부를 걸고 예수님을 따르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팬은 인생의 전부를 걸지 않는다. 물론 팬도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팬은 맨몸에 페인트칠을 하고서 축구장에 간다. 그러나 팬은 경기장에 와서 환호하다가 사라져버리는 사람이다. 팬은 경기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거나 공을 차지 않는다. 응원하는 선수들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고 최근 기록까지 줄줄이 꿰고 있지만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알지는 못한다.

팬들은 고함을 지르고 응원을 하지만, 경기에서 우승하려고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응원하는 팀이 자꾸 패하면 팀을 바꾸기도 하는 사람의 팬도 있다.

예수님이 인도하는 집회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예수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예수님은 집회를 인도하다가 청중들의 배고픔을 아시고, 오병이어가 담긴 소년의 도시락으로 남자만 5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다. 그리고 음식이 12광주리나 남았다. 여기서 청중들은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는 기적을 경험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예수님의 열광적인 팬이 되어버린다. 다음날에도 청중들은 예수님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예수님 일행을 따라 잡았을 때 청중들은 예수님의 무제한 뷔페 식사를 기대했지만 예수님은 따르는 팬들에게 썰렁한 반응을 하신다.

“...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요6:26).”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예수님을 찾는 이유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기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뭔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였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보다 팬들이 훨씬 더 많다. 그 팬들의 특징은 단순한 열광을 진정한 헌신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 팬들은 예수님에 대한 지식을 깊은 친밀감으로 오해한다. 팬들은 예수님에 ‘관해 아는 것’과 그분을 ‘진정으로 아는 것’을 구분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팬에서 제자로 거듭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예수님을 모른 채로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과 고난을 통해서라도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왜 현대인들은 제자보다 팬으로 남기를 원할까? 제자로 살려면 윌리엄처럼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려야 하지만, 팬으로 활동하면 이 세상에서 잃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가 힘을 잃은 까닭은 천국의 부요함보다 세상의 부요함을 더 추구하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여러 애인들 중에 한 명일 수 있지만, 제자에게 예수님은 단 하나뿐인 애인이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제자의 길을 가면 비싼 가격표가 붙게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만 예수님을 찾는 것은 진정한 제자의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제자라면 밤낮으로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 이때 우리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진짜 제자는 세상의 부요함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강승찬|시드니새생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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