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목사 남편

김은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7/31 [11:09]



언제였을까? 어느 날, 생쥐 한 마리가 부엌에 들어와 친정 엄마가 아버지를 위해 정성을 다해 끓여 놓았던 보신탕에 쏙 들어가 있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울 엄마는 불같이 화가 나셔서 너무 놀라 부리나케 도망가는 생쥐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로 지근지근 밟아 죽여 버렸다. 그 장면을 본 나와 동생은 엄마를 향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와~~! 우리 엄마, 진짜 여장부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나 또한 생쥐가 무섭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뭐, 학교 다닐 때 가끔 요런 생쥐가 교실에 나타나면 아이들은 고 생쥐 한 마리 땜에 온 난리 법석을 떨며 책상 위로 올라가 소리를 지르곤 하였는데 난, 그럴때도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꿈적도 하지 않았던 아이였다.

나름 용감한 여학생? 고런 내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혼일 때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난, 아주 연약한 척 그리고 무서운 척하며 남편을 급하게 불렀다.

"여보~~~, 생쥐가 나타났어요. 아이~~ 무셔워."

나름 나는 남편을 용감한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기대를 잔뜩하고 남편이 울 친정 엄마처럼 발로 지근지근 밟아 죽여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신 일이란 말인가! 울 남편, 방문을 용감하게 박차고 나오는가 싶더니 나보고 하는 말,

"애프 킬라 어딨어? 빨리 갔고와!"

아니, 생쥐를 잡아 달라고 했는데 파리 모기 죽이는 애프 킬라는 왜? 어찌됐든 남편 말대로 애프 킬라를 가져다 주었더니 남편은 그 생쥐에게 애프 킬라를 뿌려대는 것이다. 하지만 생쥐는 끄덕도 않고 남편이 쏘아대는 애프 킬라를 맞으며 유유히 자기 집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에고 에고... .

그 후, 난 남편에게 생쥐 잡아 달란말 안한다. 내가 죽이고 말지 , ㅋㅋㅋ!!!

또 하나 남편의 엉뚱한 행동은 돌에 관한 것이다. 타스마이아에 살 때 남편과 난 매일 바다 아니면 산을 걷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집 바로 뒤는 산이라 매일 해가 지기 전에 산을 꼴까닥 넘어가면 바다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이 보이니 정말 그런 풍경을 보는 게 좋았다. 그 당시 주위에 한국 분들이 안계시니 정말 외로웠다. 그런데 그렇게 외롭게 보내고 있는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산에 다녀 오더니 20kg 정도 되는 돌덩어리를 낑낑대며 들고 오는 것이다. 산을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그 큰 돌덩어리를 들고 오니 땀이 범벅이다. 나는 그 돌덩어리를 어디에 쓰려고 그런지 궁금해 묻는다.

"아니, 이런 큰 돌을 어디에 쓰려고요?"

남편 왈,

"응, 돌 쳐다 보며 묵상하려고… ."

남편이 외롭게 섬 생활을 하더니 이제 드디어 이상해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심각하게 말한다.

"옛날 수도사님들이 이런 돌덩어리를 쳐다 보며 묵상을 하다 하나님도 만나고 그랬데… ."

그러나 애처로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남편은 돌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에구에구~~~ 〠

 
김은미|멜번신달한인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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