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Jericho)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7/31 [11:10]
 
▲ 여리고 식당 정원에서 필자. 뒷편에 시험산이 보인다.   ⓒ김환기    

여리고는 성경에 많이 등장하는 지역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의 광야생활을 청산하고,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첫 발을 디딘 도시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사가 물이 좋지 않아 소금으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왕하 2장)

신약 성경에는 여리고와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여리고에서 사단에게 시험을 받았고(마 4장), 세리였던 삭개오를 만나 그에게 새 삶을 주었으며(눅19),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었고, 선한 사마리아 이야기도 나온다.(눅 10장)

여리고에 도착하여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이름은 ‘AHABA Temptation’이다. 예수님이 마귀의 시험을 받은 시험산이 바로 앞에 있어, 시험(Temptation)이란 이름을 쓴 것 같다. 식당 앞 정원에는 ‘엘리사 샘’(Elisha Spring Fountain)이 있었고, 바닥에는 모자이크로 이렇게 기록되었다. 여리고는 해발 – 1300 feet에 있는 가장 낮고, 10,000년이 된 가장 오래된 도시 (The lowest place on earth 1300 feet below seas-level, 10,000 years old, blessed peace from the oldest city) 

 
여리고 성 (Jericho Rampart) 

여리고의 유적지를 돌아 보았다. 입구에 여리고 역사에 대한 입간판이 있었다. ‘혹시 여호수아의 이야기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몇 번을 읽었지만 헛수고였다. 여리고의 역사를 BC 8500년부터 AD 750년까지의 역사를 8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여호수아의 활동 연대는 대략 주전 1485-1375년이다. 이때는 중기 청동기 시대(Middle Bronze age)이다. 당시 여리고에는 견고한 성벽(Rampart)이 있었다. 언제,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성서에는 여리고 성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상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다.

하나님의 작전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루에 한번씩 성을 돌다가, 마지막 7번째 날에는 7번 성을 돌고, 제사장들이 일제히 나팔을 불면서 백성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니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이 무너진 것이다.

나는 여호수아 6장을 읽을 때마다 ‘그때 백성들이 무슨 소리를 질렀을까’ 궁금했다. ‘무너져라? 넘어져라? 자빠져라? 깨져라? .... ’ 도대체 뭘까?

시드니 관광 명소인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의‘세자매봉’(three sisters rock)에 관한 전설이 있다. ‘부족 간의 원수였던 남녀가 서로 사랑을 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 것이다. 남자 부족에서 여자를 데려 오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다. 여자 부족의 마술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주문을 외워 세 자매를 바위로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후 세 자매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려고 했으나, 마법사가 주문을 잊어 버렸다. 별별 주문을 다 외웠지만 결국 풀지를 못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블루 마운틴 관광센터에서는 혹시 관광객 중에 주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제발 풀지 말라고 부탁했다. 세자매봉이 없으면 관광 수입이 준다나 뭐라나...’   

 
돌무화과나무 (Sycamore-fig Tree)

무너진 여리고 성의 잔해는 구 도시에 있고, 삭개오가 올라갔던 뽕나무는 신도시의 큰 길가에 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들렸다. 나무 주위는 들어가지 못하게 펜스가 쳐 있었다. 뽕나무 아래에는 누가복음 19장의 말씀을 기록한 입간판과 당시의 상황을 그린 바위가 있었다.

삭개오는 세리장이었고 부자였다.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보고자 했으나, 키가 작고 사람이 많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길 옆에 있는 뽕나무에 올라 갔다. 삭개오가 올라갈 정도로 큰 나무였는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정말 그 나무가 이 나무일까?” 길가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나무 열매를 사라고 한다. ‘뽕나무 열매’인‘오디’는 포도알 정도의 크기인데, 이분이 팔려는 것은 ‘모과’보다 더 큰 열매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나무의 정체는 무엇인가?  

개역성경에는 ‘뽕나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번역하면‘돌무화과나무’다. 그래서 개역개정과 공동번역에는 ‘돌무화과나무’라고 번역했고, NIV 성경에는 ‘sycamore-fig tree’, KJV엔‘sycamore tree’라고 했다.

 
시험산 (Mount of Temptation)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았던 곳이다. 성경이나 다른 자료들에서는 예수님이 정확히 어느 곳에서 40일간 금식을 하고 시험을 받으셨는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구전에 의하면 여리고 옛 도시 뒤편에 깎아지른 듯 높이 솟아 있는 카란탈 산이 예수님께서 마귀의 유혹을 받던 산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영어로 ‘mount of temptation’우리말로는‘시험산’이다. 

산이 높아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 출발 지점에 한글로 ‘여리고 시험산 기도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전화번호와 함께 목사의 이름도 있었다. ‘시험산 기도원’ 가서 기도하면, 예수님이 마귀를 물리쳤던 능력을 받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한글로는 구분되지 않지만, 영어는 시험을 temp- tation과 test로 구분한다. test는 외적 시련으로 인내와 신앙적 성숙을 가능케 하는 연단의 계기가 되는 반면, temptation은 내적 시련으로 각 개인의 마음 속에서 내재해 있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유혹으로 인간의 죄성에서 기인한다. 

야고보서 1장 2,3절을 보면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에서 시험과 시련에는 trial 또는 test로 썼지만, 야고보서 1장 13절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에는 temptation을 사용했다. 
 
▲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며 마귀에게 유혹을 받았던 ‘시험산’전경 ⓒ김환기    

선한 사마리아인 (Good Samaritan) 

오래 전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예루살렘은 해발 762m, 여리고는 250m의 저지대로 두 지역 간의 거리는 36km이다. 길이 가파르고 길 옆에 암석이 많아 도둑들이 자주 출몰하였다.  이 사람은 도상에서 강도를 만났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을 내려가다가 그를 보았으나 피하여 지나갔다. 얼마 후 레위인이 그곳을 지나갔지만 마찬가지로 피하여 갔다. 이제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갈 때 어떤 사마리아 사람이 지나가다,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상처를 싸매줄 뿐 아니라,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이튿날 길을 떠나기 전 주막 주인에게 부탁하고, 돈이 더 들면 돌아와서 갚겠다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기를 시험하던 율법사에게 질문을 했다. “이 세 사람 중 누가 강도 맞은 자의 이웃인가?”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그들의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은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씀하셨다. 

가끔 길에서 강도 만난 사람들을 만날 때 이런 질문을 한다. “하나님, 무슨 조치를 취하셔야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보고만 계시겠습니까?” 그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 것이다.“그래서 내가 너를 그곳에 보내지 않았느냐!”〠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 한인사역(Korean Ministry) 및 수용소 담당관(Chaplain, Detention Centre)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