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 심장의 땅끝입니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11/01 [12:12]
사랑의 빚?

많은 그리스도인의 언어 가운데 흔하게 쓰면서도 둔감한 단어가 무엇일까? 신세진 사람이나 큰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인사하거나 메일의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이 무엇일까?

‘사랑에 빚진 자’라는 말이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너무 자주 쓰는 단어이기에 얼마나 가식적인 말이 되어버렸는가? 이 말을 쓸 때마다 얼굴색조차 역겹게 뱉어내는 사람들 때문에 가장 고상한 단어가 어쩌면 천박한 단어로 추락하고 있지는 않은가?

예수님께서도 유일하게 허락하신 ‘빚’인 ‘사랑의 빚’이 왜 그토록 뻔뻔한 말장난이 되어버렸는가? 이 말이 갖는 무게를 못느낀 채, 입에만 윤기 나게 발라놓고 삶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빚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괴로운 일 중에 하나이다. 빚을 지는 순간 노예 사슬에 목을 매는 것과 같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허용된 단 하나의 빚, 바로 ‘사랑의 빚’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빚’이란 말은 남발하면서도 빚 갚을 생각은 전혀 안하는 사람은 위선자와 다름없다. 그리고 빚은 원금만 달랑 갚지 않는다. 당연히 이자도 함께 갚는다.

이미 우리는 하나님과 많은 사람들에게 진 사랑의 빚은 어떻게 갚고 있는가?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진 사랑의 빚을 ‘더 큰 사랑의 이자’를 붙여서 갚고 있는가? 아니면 그 빚에 무관심하여 떼먹고 있지는 않은가? 빚을 갚는 것은 빚진 자의 성품에 관계된 문제이다.

여기서 호주 선교사에 빚진 우리는 그 사랑의 빚을 갚으려는 한 몸부림에 주목한다. 바로 맥켄지한센선교회(이하 한센선교회).

이미 호주나 한국은 한센병이 퇴치 단계에 있지만 북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는 여전히 이 병이 창궐하고 있는 실정이다. 100여년 전, 선교사들은 한센병과 전쟁을 치러낸 전투력 덕분에 한국의 한센병이 서서히 퇴치되어가고 있다. 조상들이 진 사랑의 빚을 후손들이 갚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이 빚을 갚는 일에 최일선으로 나선 최승일 이사장(상도교회 담임목사)의 결연한 의지를 들어보자.


인재가 소중하다

“저도 호주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자라면서 호주에 대한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으로 선교를 나가셨던 호주 선교사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석같은 맥켄지 선교사님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찡해집니다. 그분의 사역 가운데, 한센병 사역을 주목합니다. 한센병자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마침 이미 헌신된 이명남 선교사님을 만나면서 ‘호주 선교사님들의 은혜, 이미 우리가 진 사랑의 빚을 갚을 때가 아닌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섬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맺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섬김에 대한 은사와 은혜를 부어주신 것 같습니다.” 

▲MLMA 호주선교대회에서 발제 강연하는 이사장 최승일 목사 ⓒ크리스찬리뷰


이미 시드니에서 이민목사로 18년 동안 사역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이민 목회도 ‘섬김’이란 단어가 주종을 이룰 만큼 그는 시드니 이민 목회기간 동안, 이민자들의 아픔, 서러움, 답답함,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섬김의 자리가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리하여 한국 교회로 부임해 가서도 섬김과 나눔에 관여하는 길이 많이 열렸다고 하였다.

“몽골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몽골에 관심을 가졌더니, 몽골문화원 이사장이란 직책까지 주어져 책임감있게 그들을 도와줄 수밖에 없는 길이 열렸습니다.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섬기는 일, 역시 그 옛날 하와이나 연해주 등지로 노동자로 이민가서 고생한 선조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섬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습니다. 이제 한센선교회를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한센인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막 출범한 한센 선교회를 통해서 이 사역에 비전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하였다.

“첫째 이명남 선교사님처럼 한센인 전문선교사, 숨어있는 인재들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이명남 선교사님이 헌신하여 사역하는 연변에는 한센인들을 돌보는 헌신자들이 있습니다. 30여 명 되는 그들 가운데는 간호사도 있고, 일반학과를 졸업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한센인들의 필요를 위해 뛰어든, 자발적으로 뛰어든, 이름없이 빛도 없이 사역하는 소금같은 인재들입니다. 그들을 한센선교회로 영입하여 뜻을 맞추어 사역하는 것도 의미깊은 일입니다.

둘째, 한센인을 부모로 두었던 자녀들입니다. 그들이 자녀로 자라면서 받았던 아픔, 서러움을 경험한 젊은 세대 중에서 인재 전문 사역자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셋째, 건강한 사람이지만 한센인을 위한 마음으로 헌신하는 사역자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베이스 역할을 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센인들이 필요로 하는 필요를 채워가는 한센선교회로 발전해가는 단계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섬김은 행복이다

이제 막 출범한 한센선교회. 그러나 비전과 인재와 자원을 모아 효과적인 사역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1천만 명이 넘는 한센인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찾아갈 수 없지만 적어도 동남아 한센인들에게는 다가갈 수는 있습니다. 교회가 당연히 기도로, 물질로 도와주면서 단기선교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한센인 정착촌이든, 해외이든 그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중간 매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단기 선교사들이 가서 그분들과 며칠 동안 생활하고 하나가 되면서 그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안기를 원합니다. 물론 한센병에 걸릴 위험은 없습니다. 전혀 두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센선교회, 최 이사장은 아직 생소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한센 선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다보니 점점 더 관심이 갖게되고, 정말 필요한 사역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였다. 좀더 연구하면서 관심을 갖다보니 점점 더 귀중한 사역이란 확신도 들었다고 하였다.

“파묻힌 보석을 발견한 기쁨입니다. 사실 이 사역의 책임을 맡기 전까지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었는데, 너무 보석같이 귀한 선교사역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이명남 선교사님 만나서 재미난 이야기 듣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번에 멜본, 시드니 지역 일대에서 2주 동안 선교대회를 하면서 성도들의 마음이 저와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까지는 한센인에 대해 전혀 무관심했다가 전세계 흩어진 한센인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게 된 것이지요.

이명남 선교사님을 통해 듣는 한센인들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다음 선교대회 땐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선한 욕심이 있습니다.”  

▲MLMA 이사장 최승일 목사가 호주 맥켄지 한센 선교회 시드니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열린문교회) ⓒ크리스찬리뷰

기도가 최우선이다

최 이사장은 이번 선교대회를 통해 기도후원회가 시드니, 멜본, 캔버라, 골드코스트 등지에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였다.

“물론 우리에게도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물질은 두 번째입니다. 기도가 먼저입니다. 물질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서 충분히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번 대회에서 이미 80여 명의 기도 후원자들이 생겼습니다.

브리스번, 아들레이드, 퍼스, 타스마니아까지 한인들이 있는 곳에 호주 전역에 기도후원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현대 선교가 다 그렇지만 특히 이 사역은 기도보다 성령보다 앞서가서는 안되는 사역입니다.

그래서 먼저 재정후원보다 기도후원회를 먼저 결성했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은 한센병이 나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센인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부담감을 갖다 보면 한센선교회가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도로 먼저 그들을 사랑하는 긍휼의 마음을 구해야 합니다.

제가 그분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보니, 예수님께서 이상하게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할애하여 한센 환자들을 만져주시고 치유해주시는 광경이 많더군요. 예수님이 가장 관심있고 기뻐하시는 사역,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사역이 한센사역이란 생각이 거듭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한센환자를 만지심이 저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깊은 관심을 가지셨던 한센 환자들에게 관심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한센선교회의 기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예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선교회를 시작하면서 물질에 한 헌신보다 먼저 긍휼과 사랑을 구하는 기도를 먼저 구했다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여러 교회를 방문하여 도전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특히 사랑의 채무를 이제는 적극적으로 갚아야 할 때임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한센 환자들은 우리의 심장에 남아있는 ‘마지막 땅끝’입니다. 그들의 선교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이제 우리 한국교회를 돌면서 한센선교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분의 간증을 하면 넉넉한 이자를 붙이진 못하겠지만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변제하는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섬김과 나눔에 관여하는 길이 많이 열렸다는 최승일 목사. 그는 한센선교회를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한센인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했다. ⓒ크리스찬리뷰

빚쟁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빚을 갚으려는 그의 결단이 ‘심장 속의 땅끝 선교’를 앞당기기를 기원해본다.


글/송기태ㅣ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권순형ㅣ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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