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여행

김세영/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1/28 [11:56]
이민와서 바뀐것 중에 하나가 성탄절에 대한 느낌이다. 크리스마스는  춥고, 눈도 오고,  옷깃을 세워야 하는 매서운 눈보라, 꽁꽁 얼어져가는 손을 호호 거리며 새벽송 다니던 생각들, 그러나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크리스마스?.   우 ~~ 와. 더워!

그래서 이번에도 예외 없이 더위를 몸으로 이기기보다는 피하기로 했다. 교인들 가정에 어린 아이들이 많아 먼 거리는 힘들 것 같아 ‘바셀톤’으로 정했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펨버톤’을 좋아한다. 자이언트 자라나무 숲에서 찬양을 들으면서 2013년을 계획하면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4시간의 이동 거리가 아이들에게 쉽지 않을 것 같아 2시간 거리인 ‘바셀톤으로 정했다.  

교회 식구들이 다들 휴가가 달라 날짜를 미리 정하고 갈 수 있는 가족만 가기로 했다. 12월 23일, 교회에서 점심을 먹고 대 이동이 시작되었다.
 
 
▲‘바셀론’으로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 온 퍼스온누리선교교회 성도들 ⓒ퍼스온누리선교교회

모든 차들이 함께 움직였다. 사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했다. 그래서 올해는 목적지 주소와 지도를 주고 개인적으로 움직였다.  먼저 선발대가 출발하고  뒤를 이어 모든 차들이 자유스럽게 바셀톤으로 향했다.

오후 6시 전에 모두들 무사히 도착했다. 담당 집사님의 안내에 따라 텐트를 쳤다. 대부분 사이즈가 큰 텐트여서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설치가 쉽지 않았다. 여자성도들은 그 시간에 음식을 준비하고 이미 흥분되어 있는 아이들은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사이를 배회하며 떠들고 놀고 있었다.
 
 
▲텐트치는 퍼스온누리선교교회 성도들 ⓒ퍼스온누리선교교회

도착 예배를 드린 후 메인 메뉴인 고추장 삼겹살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첫 날 캠핑이 시작되었다. 저녁을 먹는 모든 성도들 얼굴과 말투에는 흥분된 모습이 가득했다. 그래서 엄청 시끄러웠다. 졸지에 캠핑장에 낯선 아시아 사람들의 등장과 함께 고요함은 끝이 났다.

저녁식사 후 우리의 들뜬 마음을 발산할 수 있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뻥뚤린 바셀톤 젯티로 나갔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니면 밤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다.

오늘의 목표는 오징어 낚시. 준비한 낚시대를 나름대로 열심히 던졌다. 그러나 이미 초고추장도 준비하고 입맛을 다시는 아줌마 팀의 인내를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차가운 바셀톤 젯티의 바람은 더 이상의 인내를 할 수 없었다. 작은 고기 몇 마리....  기대했던 오징어는 이미 잿티 여러 곳에 남아있는 먹물의 흔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초장을 들고 캠핑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내일 아침은 전복 무침, 전복 볶음, 전복회, 전복죽...주 메뉴가 없으면 또 초장만 원망해야 한다. 밤에 특공대를 만들었다. 책임감을 갖고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전복특공대는 목적지로 향했다. 평소에 볼수 없는 꾀재재한 얼굴들, 그러나 아침 메뉴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었다. 그러나 파도가 높으면, 바람이 불면..., 부담도 엄청 크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감사했다. 바람도 파도도 없다. 거의 줍다시피하며 전복을 담았다. 사실 전복은 먹는 것보다 잡는 게 더 재미있다. 전복 라이센스에 맞는 숫자와 크기를 점검하고 남은 전복만해도 엄청났다. 다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새벽에 기상했던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고 사명을 완수하고 돌아오는 군인처럼 서로의 무용담으로 가득했다.

엄청난 전복을 내놓으면서 다들 흐뭇해하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군인들 같았고, 또한 그렇게 맞이해 주었다.  

전복을 손질하며 들뜬 우리들의 목소리는 캠핑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염려했던 일이 생겼다. 한 호주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오늘은 전복을 잡으면 안되고 매달 첫째 주일 아침에만 가능하단다. 칫수, 갯수도 문제 삼고...

우리는 잠시 당황했다. 언제 법이 바뀌었나보다. 우리는 바셀톤 젯티 아래쪽은 꼭 일요일 아침이 아니라도 잡을 수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칫수나 숫자는 문제가 없지만....  잠시 당황한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정확한 법을 찾았다. 이렇게 유용한 스마트폰! 

잠시 후 우리는 그 호주인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 당한 느낌! 그 호주인을 무시할까, 아니면 가서 설명을 하고 사과를 받을까 고민하다 이 즐거운 분위기를 깨뜨린 그에게 사과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그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숨어(?)버렸다. 우리는 관리 사무소로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항의했다.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고 다들 숨어버린 호주인을 향해 원망도 하면서 입에서 전복향이 흘러 넘치도록 전복을 먹었다.

식사 후 우리는 관광을 시작했다. 역시 호주는 바다가 아름답다. 가는 곳마다 탄성이 울려퍼졌다. 최종 목적지는 밀랍비치, 우리는 그곳에서 바베큐를 즐기며 수영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고 밤에는 새롭게 만든 바셀톤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성탄절인 12월 25일은 무척 더웠다. 그래서 우리는 바셀톤 젯티에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낚시를 하기도 하고 비치에서 수영을 즐겼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다들 썬 크림을 발랐지만 얼굴이 벌게졌다. 

저녁을 젯티에서 먹고 우리는 기도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모두들 아쉬워했다. 더 놀고 싶다는 아이들의 강청을  바셀톤에 넘겨둔 채 우리는 퍼스로 향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성탄절 여행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아 걱정했는데 캠프를 마치면서 성도들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많아 보였다. 내 아이보다 남의 아이를 먼저 돌봐주는 배려함들도 많아졌다. 

식사 당번을 특별히 정하지 않았지만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풍성한 음식을 엄청나게 잘 먹었다. 피곤했지만 다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가진 흥분감을 서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김세영|퍼스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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