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새옷을 갈아 입습니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2/27 [16:20]
옷은 갈아 입어야 한다

계절과 환경의 변화는 옷을 갈아입게 한다. 계절과 정반대의 옷을 입거나 유행에 한참 떨어진 옷을 입거나 남루한 옷을 입으면 왠지 궁색하다. 특히 체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을 때 옆에서 보는 이의 마음은 불안하다. 그만큼 옷은 사람의 첫인상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외적 이미지의 메시지이며, 공개적인 선언이다. 뿐만 아니라 옷은 셰익스피어 말처럼 “옷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사람은 그가 입은 제복대로의 인간이 된다. 장군의 제복을 입은 자는 장군처럼 행동하기 마련이다. 신사복을 입은 사람은 신사처럼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 사람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의 ‘옷’은 단체나 기업의 ‘네이밍’이나 ‘브랜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체의 옷이라 할 수 있는 네이밍은 그 단체의 정체성과 핵심가치, 비전, 철학이 담겨있기 마련이다.샘오세아니아(SAM-OCENIA, 이하 샘)가 이번에 GN2K(Good News to North Korea)로 계절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은 소식을 접했다. 이제껏 샘을 이끌어온 정영택 본부장(대한법률 대표 변호사)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자.
 
▲샘 오세아니아가 GN2K로 새출발하는 시점에서 본지는 북녁땅을 향한 그들이 품은 열정과 비전을 운영이사들로부터 들어 보았다.ⓒ크리스찬리뷰    

“2004년 11월 샘이 발족하고, 2006년도에 멜본 지부가 발족될 정도로 지난 8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해오면서 샘이 원래 목적대로 잘해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2년여 정도 북방사역이 제대로 이행이 잘 안됐습니다. 아시는 대로 박세록 장로님이 총재로 계시는 샘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사역 루트가 막혔습니다.

박 장로께서 북한에 못들어가니 사역자체가 미비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관심이 다른 데로 분산되기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되돌아보면 실질적인 북방사역이 미비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사진들이 2주일에 한 번씩 모여 장기간 토론해 오다가 석 달 전에 일심동체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정영택 본부장 ⓒ크리스찬리뷰

이제까지 샘이 한 역할도 지대했다. 샘의 철학과 비전에 동참하여 후원해온 후원자들도 적지 않았다. 호주에 퍼져있다. 그 숫자가 리스트에 올라간 명단이 대략 300명이지만, 지속적으로 후원한 인원은 100명 안팎이라고 하였다. 10교회가 샘의 활동에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하였다. 옷을 갈아입어도 이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군인데 그들의 의견은 어땠을까? 정 본부장은 이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새 옷은 독립이요, 책임

“이전 샘의 사역은 구제사역이 주력적이었습니다. 왕진가방, 영양제 보내기, 단동병원 운영 후원 등에 집중했습니다. 후원하는 돈과 예산은 샘 본부에 측면 지원하는 형태였습니다. 샘 자체가 의사인 박세록 장로 중심이었으니 아무래도 의료봉사가 많았습니다.

8년 동안 단기선교, 의료봉사하면서 많게는 하루 300명 이상씩 돌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GN2K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독립적으로 사역한다 해도 사역의 방향과 내용을 아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8년 동안 샘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기고,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습니다. 과거엔 샘이란 큰 헤드가 있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됐습니다. 책임감이 없었지요. 지금은 그런 부담을 다 떠안게 된 것입니다.

같은 사역을 하되 포커스가 좀 달라진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면서 북한 사역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후원하시는 분들은 원래 북한에 뜨거운 가슴을 품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언질이 있어도, 옷을 갈아입으며 네이밍을 새롭게하는 것에도 크게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GN2K는 혼란 없이 쉽게 정착되었다고 하였다. 그만큼 사역에 탄력이 붙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최현애 운영이사의 말이다.

“이제까지 샘이 지부처럼 되어 있어 샘 전체의 헤드가 결정하는 사역에 부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 프로젝트 실행, 약품이나 영양제 전달의 투명성 이런 데서 직접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거기에다 현재 샘의 사역이 막혔으니 선교사들을 통한 압록강변 사역과 탈북자 사역, 조선족 사역, 북한 현지 고아원 병원 지원 등에 열정과 소망은 있었지만 샘에 의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결단했는데, 계속 후원하는 분들 역시 북한에 대해 뜨거운 가슴을 가진 분들이고, 기존의 조직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원활하게 굴러가며 본래의 사역 목적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바꾸면서 우리를 후원하는 분들이 특정한 새롭게 목적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밝히는 김희자 운영이사는 심장이 뜨거운 후원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김희자 이사 ⓒ크리스찬리뷰

“북한 땅을 향해 특별히 불러주신 마음이 있습니다. 샘 불범 때부터 참여했는데, 그때는 부어주신 뜨거움 때문에 했는데, 요즘은 한국 사람이라면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이라는 소명감, 의무감이 더 큽니다.

통일이 되었을 때,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굶어 죽어가는 내 형제 자매 동포, 우리 민족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긍휼한 마음으로 끓어올랐습니다. 북한은 미전도 종족으로 봐야 합니다. 2만 명 탈북동포들... 참으로 귀한 선교자원입니다. 호주라는 나라는 한국과는 다릅니다. 조선족, 북한 동포들은 호주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북한을 접근하여, 선교가 되든지 뭐가 되든지 좀 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8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헤쳐오는 동안 샘의 변화 못지않게 옷을 갈아입어야 할 만큼 시대의 변화, 환경의 변화가 있었으리라.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사역의 진전과정을 들려주었다.


북녘 사랑 8년

“처음 샘에 헌신하게 된 경위는 박세록 장로께서 2004년도에 호주를 방문하여 들려주신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호주에도 이런 사역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명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사진들이 힘을 합쳐서 같이 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요.

서부 호주로부터 타스마니아에서 적게는 10불, 나이든 분들은 몇 개월씩 모아서 갖다주시고도 하고요. 그런 분들이 아니었으면 무척 힘들었을 것입니다. 처음에 8년 전과는 두드러지게 나는 차이라면 지금은 영어권, 젊은 층이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최현애 이사 역시 샘 초창기를 비롯하여 중국에 몇 번 단기선교 다니면서 헌신하게 되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강변에 있는 탈북자들, 그리고 2년 전 단기선교 갔을 때, 꽃제비 아이들을 만나면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고 하였다.
 
▲최현애 이사 ⓒ크리스찬리뷰

“흔히 말하는 ‘꽃제비’들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동상이 걸려 발가락이 잘린 그들을 치료해주고 시간을 보내면서 이 사역에 도전받고 헌신하며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것은 하나님이 이끌어 주신 것이다. 그동안 구태의연하게 했던 것을 떠나서 직접 책임감 갖고 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이사진이 뭔가 결정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이 소명감과 자부심, 그리고 헌신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계속 보여주시니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해야지 하는 마음이 끓어오릅니다. 앞으로 우리의 사역이 강변의 처소교회를 섬김이 되든 북한 내부 땅밟기가 되든, 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든, 뭐든지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급하게 하지 않고 길을 찾으려 합니다”

가장 최근에 부인(조윤희 소아내분비 전문의)이 핵심멤버인 관계인 까닭에 법률자문이사로 참여하게 된 양재혁 변호사의 열의도 대단했다.

“제가 멤버로 뛰는 비영리 단체들을 법률적으로 섬깁니다. 처음 이사진이 모였을 때, 우리가 독립적으로 하되,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정립된 단체들과 파트너십으로, 북한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뭐든지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하면서 우리 단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단체라도 가장 좋은 목적만 성취될 수 있다면 뭐든지 함께 동역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GN2K는 북한 사역이고, 내 민족을 위한 사역이라 다른 단체보다 좀 더 뜨거운 마음을 주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가 외가쪽이 북한 출신입니다.”

샘에서 비롯된 GN2K는 이사진 헌신이 두드러진 것 같았다. 최현애 이사는 이를 거듭 말했다.

“저희 이사진들 8명이 있는데 변호사, 의사, YM 선교단체간사, 엔지니어, 신학생 등 모두 골고루 전문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양 변호사는 호주의 모든 비영리단체 (교회 포함)를 관장하는 기관 (Australian Charities and Not-for-profits Commission)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저희들에게 더 많은 프로젝트와 사역을 허락하실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습니다. 북한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속 후원과 기도로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재혁 이사 ⓒ크리스찬리뷰

소아과 전문의인 조윤희 이사는 “북한의 어린이가 너무 작아 관심이 간다”고 수줍은 듯이 겸손하게 말했다.

“먼 땅에서 오는 좋은 기별은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와 같으니라”(잠 25:25)

 
▲조윤희 이사 ⓒ크리스찬리뷰

새옷의 씨줄과 날줄로 짠 GN2K가 저 북방 얼음 땅에 영적, 육적으로 목말라 하는 사람에게 복음으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콸콸 넘치도록 해갈해주는 날을 기다려 본다.〠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