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

설교는 이국의 언어, 목회는 원치 않는 가슴앓이

정윤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3/25 [16:41]

▲ 호프신학교 초청으로 ‘조나단 에드워드의 신학과 신앙’을 주제로 강의하기 위해(4.18~19) 시드니를 방문하는 김남준 목사.ⓒ크리스찬리뷰

혼신을 다해 글을 썼지만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책이 있다. 쉽게 득달같이 썼는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책도 있다. 김남준 목사(58, 열린교회 담임)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의 책 [죄와 은혜의 지배]와 [거룩한 삶의 은밀한 대적 게으름]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죄와 은혜의 지배]는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다. 하지만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반면 [게으름]은 수십 만 부가 팔린 기독교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한 호흡에 내려쓴 쉬운 책이지만 기자도 가슴을 찢으며 읽었다. 게으름과 나태함이 하나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그분의 사랑과 질투의 마음을 직접 대면하듯 생생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나의 오랜 악습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죄와 은혜의 지배]는 읽다가 말았다. 김 목사가 알면 기분 나뻐하겠지만 – 김 목사는 이 책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쓴 책이라 한다 - 지루하고 따분하고 어려워서였다.

김 목사는 오는 4월 18일~19일 호프신학교(Hope College Sydney, 학장 김덕영 목사)에서 ‘조나단 에드워드의 신학과 신앙’을 주제로 강연한다. 과연 김 목사의 강의는 청중들에게 [게으름]으로 다가올까, [죄와 은혜의 지배]처럼 다가올까. 

▲열린교회 전교인 수련회 ⓒ열린교회

청교도 신학에서 이지스함까지
 
김 목사는 사춘기 시절 적잖은 방황을 했다. 그러나 김 목사의 방황은 ‘탈선’과는 약간 달랐다. 중학교 2학년까지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교회에서 교인들의 언행 불일치와 표리부동함을 목도했다. 그리고는 교회를 떠났다. 21살 회심하기 전까지 6년 동안 지적 방황을 했다.

방황의 주제는 ‘내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였다. 매우 철학적이었다. 교회의 도덕적 타락을 보면서 이런 인생의 주제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교회에 발길을 끊고 중학교 때는 문학책을 섭렵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사상·철학 서적을 통해 인생의 답을 찾고자 했다.

프리드리히 니체에 심취했다. 그의 책이면 무엇이든지 읽고 밑줄을 그었다. 인간의 악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초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사상과 신념에 반했다. 그러나 ‘초인’론을 주장하던 사람의 초라한 말로를 보면서 니체를 떠났다. 염세철학의 대가 쇼펜하우어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염증만으로는 고통과 악에서 세상을 구할 수 없는 것을 알았다. 쇼펜하우어도 떠나게 된 이유다.

그 후 버트란트 럿셀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렇듯 철저히 무신론자였던 그가 21살 때 주님을 깊이 만나면서 회심하게 된다. 인생의 답과 구원의 문제는 ‘신’이 아니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스도인이 되면서 그는 철학과 사상들을 등지지 않았다. 목회자가 된 지금도 김 목사는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들에 대한 안테나를 제거하지 않았다. 또다른 차원에서 ‘흡입’하고 있다.

김 목사의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도 안양의 열린빌딩 6층은 담임목사실과 장서 5만여 권이 있는 도서관이 연결돼 있다. 그의 담임목사실까지 서재에서 풍기는 독특한 책과 나무의 향기가 풍겨나올 정도다. 그의 사무실에는 독특한 책들이 여러 권 있다. ‘리그 베다’, ‘이슬람’, ‘노자’, ‘장자’ 등이다.

그는 지금도 공부란 ‘읽어야 할 책을 읽는 것’, 휴식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책을 좋아한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김 목사는 비서를 불러서 되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 뭐지?” 곧바로 “책이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정도였다.

요즘 관심을 갖고 읽는 책은 ‘미식의 역사’다. 과학, 양자역학, 자연과학, 역사, 미술에 대한 책들도 섭렵한다. 그래서 그가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의 폭이 무척이나 넓다.

김 목사는 원자력 발전소 연구소장부터 비행기 조종사까지, 그리고 어떤 분야의 학자·철학자들과도 대화가 가능하다. 청교도신학의 전문가라고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의 대화의 스펙트럼과 폭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넓다.

언젠가 기자가 평촌의 열린빌딩을 지나칠 때였다. 우연히 김 목사가 신문을 탐독하면서 걷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청소년 시절의 지적 방황은 지금도 그를 ‘세상읽기’를 그치지 않는 목회자로 만든 것 같다.

신문은 4가지를 본다. 진보 성향의 뉴스를 보고 보수·중도적인 신문을 함께 본다. 양쪽의 얘기를 같이 듣고 전체적으로 보려고 애쓰기 위해서다. 경제·사회·문화 분야와 함께 이코노믹잡지도 구독하고 국방무기와 전쟁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이지스함에 대한 책을 뗐다고 설명한다.

▲ 책을 제일 좋아한다는 김남준 목사. 그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크리스찬리뷰 

학문은 신학이 최고다. 그러나 결국 신학이 최고인 것은 다른 학문과의 관계에서 증명될 때 진가가 드러난다는 생각 때문이다.

청교도 신학의 전문가로서 이런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갖는 데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목회자이기 때문에 세상과의 소통을 중단해선 안된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로는 세상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김 목사는 신학 고전과 인문학은 물론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철학사와 문학사, 역사를 통해 공부해간다. 세상 읽기를 위해 신문과 뉴스도 많은 관심을 갖고 보고 듣는다.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과 다르게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계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사랑은 이해가 동반돼야 합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설교는 공격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진리는 비타협적이지만 세상을 알 필요가 없다고 외면하는 것은 오만에 불과합니다.”

  ‘세상과의 소통.’ 그가 지금도 치열하게 공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김 목사가 책을 한 권 꺼내왔다. 1260페이지에 이르는 ‘한스큉’의 [이슬람]이었다.

 
▲ 35년 동안 5천여 회 이상의 설교를 했다는 김남준 목사. 그는“설교는 죽을 때까지 늘 부족함에 시달릴 것 같다”고 고백했다.ⓒ크리스찬리뷰

피상적 설교가 형식적인 교회를 만들고 

열린교회는 설립 20주년이 돼 간다. 성도들은 4천 여명이 넘는다. 그의 설교는 짧지 않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는 “특별하게 설교의 은사를 받은 사람이 아닌 이상 설교가 30분을 넘어서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잘 안 맞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목사의 주장에 비춰보면 확실히 김 목사는 설교에 특별한 은사를 받은 사람이다. 평균 40분, 때로 1시간 가까이 설교할 때도 있다.

대형 교회의 길목에 들어선 열린교회에 대한 그의 ‘야망’은 없었다고 봐도 된다. 김 목사는 어떤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나 신념이나 야망을 세우기보다 매순간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인도받으려고 애써왔다. 자신이 진리를 아는 지식이 모자라서 성도들을 그릇되게 인도하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 앞에 부단히 매달려 왔다고 한다. 설교를 지금까지 35년을 해왔고 교회 개척한 지는 20년이 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설교는 익숙해졌을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5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 ⓒ크리스찬리뷰

김 목사는 “아직도 설교는 내게 이국의 언어, 목회는 원하지 않는 가슴앓이”라고 답했다. 교회를 개척한지 20년 동안 ‘목회는 딱, 내 일이다!’는 마음이 생긴 적이 없다. 지금까지 5천 번을 넘게 설교했다. 일년 365일 매일 설교했다고 가정할 경우 13년을 하루도 빼놓지 않은 셈이다.

지금도 1년이면 250번을 설교한다. 그런데도 개척 초기보다 요즘 설교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어떤 영역이든 10년이면 전문가가 된다고 했는데 설교는 죽을 때까지 늘 부족감에 시달릴 거 같다는 게 김 목사의 자기 고백이다. ‘특별한 설교의 은사자’라는 평가는 외부의 시각일 뿐이다.

김 목사가 자신의 목회적 성과에 대해 말한다. 나무가 열매를 맺으려 애쓰기 때문에 열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나무는 건강하면 ‘열매’라는 결과가 따라온다고 말한다. 목회도 ‘신앙에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목회도 하나님과 목회자의 관계라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그는 신학생들에게 주님을 만난 흔적을 간직하라고 말한다. 설교자가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한다. 주님의 거룩함과 영광됨을 경험한 것을 보여 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문이 아니라 영적으로 그리스도에게 붙들려야만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것들이 목회자뿐 아니라 신학생들에게도 부족하다는 게 김 목사의 지적이다.

학문도 얕고 경험도 못하고 있다면 영적·지적으로 매우 피상적인 설교가 잉태된다. 그런 설교는 피상적 교인을 양산한다. 형식적인 교회를 만든다. 결과는 어떨까? 형식적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룩한 에너지를 주지 못하고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목사는 특정교회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교회가 겪는 아픔과 고통을,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십 소재가 되도록 하지 말자는 게 김 목사의 생각이다. 뭔가 고치고 개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회의 문제를 사랑이 없이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런 점에서 “사랑의교회 문제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하나님의 나라에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플라톤과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플라톤은 “비판하기 전에 비판하는 대상을 사랑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거스틴은 “사랑은 정의의 완성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교회는 사람이 아닌 주님의 교회다. 모든 비판과 충고·정의 실현에 사랑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에게 어느 날 우편물이 배달돼 왔다. 어떤 단체의 문제를 바로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의 인쇄물이었다. 펼쳐 보니 몰래카메라로 특정 대상을 촬영하며 문제를 지적해 놓았다. 입맛이 씁쓸했다. 어떤 문제와 잘못을 지적할 때 그 비판자의 마음에 과연 비판 대상에 대한 사랑이 있느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인쇄물에는 분노와 억울함과 상처가 있었고 원한 맺힌 비판이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몸을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의·사랑이 함께 가는 개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목사는 조국교회라는 말을 쓴다. 한국교회라는 말을 쓰다 보니 왠지 주님의 몸인 교회를 객관화·객체화시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그의 모든 저작물에는 ‘조국교회’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김 목사가 교제하는 절친한 동기들이 있다. 김윤기 목사(남부중앙교회), 박순용 목사(하늘영광교회), 백금산(예수가족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등이다. 같은 동기지만 나이는 김 목사가 제일 많다.

이중 화종부 목사도 ‘조국교회’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주일에 설교하며 “조국교회가 이렇게 타락해 가면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느 날 새신자가 오더니 “목사님 그렇게 문제 많은 ‘조국교회’가 어떤 동네에 있고 담임은 누군가요?”라고 묻더란다. 김 목사는 교회 문제를 언급할 때 자신을 제거하지 않은 연합의 의미로써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주는 7년 만의 방문이다. 오는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Hope College Sydney에서 <조나단 에드워드의 신학과 신앙>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 목사는 조나단 에드워즈를 비롯 존 오웬, 존 칼빈, 어거스틴이 자신의 신앙의 중요한 원천이 됐다고 말한다. 그들로부터 교회에 대한 사랑과 섬김과 설교와 선교가 무엇인지 풍부한 가르침을 받았는데 특히 조나단 에드워즈로부터 이끌어낸 가장 큰 축복을 이 기간 함께 나눌 계획이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하나님에게서 즐거움과 만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 이외의 것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으면 영혼에 변질이 온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호주의 신도들이 하나님에게서 기쁨과 만족과 보람을 찾고 한국에서 배웠던 영적인 뜨거움을 갖고 한국교회의 독특성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남준 목사는 현 안양대학교의 전신인 대한신학교 신학과를 야학으로 마쳤다. 총신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신학박사 과정에서 공부했다.

1993년 경기도 평촌에 열린교회를 개척, 20년째 목회를 했다. 시류와의 영합을 거절하는 청교도적 설교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조국교회에 바르고 깊이 있는 신학적 목회가 뿌리 내리기를 갈망하며 연구와 설교, 집필에 힘쓰고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를 10년, 조나단 에드워드를 20년 연구했다.

주요 저서로는 1997년 기독교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규장), 2003년도 기독교출판 문화상을 수상한 [거룩한 삶의 실천을 위한 마음지킴], [죄와 은혜의 지배], [개념없음] 등 다수가 있다. 〠

 
정윤석ㅣ크리스찬리뷰 한국 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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