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을연가는 한 편의 예배였다

현장중계 오페라 가수 테너 김재우 귀국 독창회

송기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3/25 [16:54]

▲ 본지가 주최한 귀국 독창회에서 열창하는 테너 김재우 (반주 변은정).ⓒ크리스찬리뷰

심장에 꽂히는 전설의 음성

“오페라는 사람이 등에 칼을 찔리고도 피를 흘리지 않고 노래를 하는 것이다.”

영국 국립 오페라 음악감독 에드 가드너의 말이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유럽에서 ‘우리 곁으로 날아온’ 김재우의 귀국 독창회(3월 16일, 오후 7시 30분 윌로비유나이팅교회)는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페라 오스트렐리아에서 한인 최초의 주역단원을 거쳐 영국 국립오페라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역을 맡아 활약하던 그가 오랜만에 객석의 관객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심장 두드리는 전설의 음성’이었다.

그의 명콤비로 섬세한 음색과 감성적인 멜로디로 친숙한 피아니스트 변은정의 선율은 초가을 예술의 향기와 살아있는 음악으로 쉼과 삶에의 도전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김재우 씨의 해설로 진행된 1부 연주회 ⓒ크리스찬리뷰

1부는 가곡과 함께 김재우의 간단한 해설로 진행됐고, 2부는 귀에 친숙한 이태리 깐쪼네와 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진행되었다. 적막을 뚫고 첫 곡,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즉 천하고 죄 많은 저를 용서하소서라는 내용의 곡이 고난과 부활의 계절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그가 장엄하게 부를 때에는 객석도 다소곳했으나 그의 인사와 함께 곡의 해설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긴장도 풀리면서 듣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 슈만의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인 ‘시인의 사랑’ 첫 5곡을 선사한 다음 찬조출연으로, 오페라 오스트렐리아에서 활동하며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권혜승은 슈트라우스의 곡 ‘위령제 즉, 무덤가의 꽃을 배경으로 사랑하며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망자들이 돌아오듯 죽어버린 옛사랑도 다시보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한 곡을 부르며 다시 숙연케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프랑스 가곡으로 첫 번째 곡, 꿈속에서 연인과의 달콤했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꿈꾸고 난 뒤’와 두 번째 곡은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곡으로 그대의 사랑과 키스만이 나의 아픈 가슴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인 ‘슬픈 노래’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했다.

또 다시 권혜승은 ‘입맞춤’ 이후 이태리 가곡 작곡자로 유명한 토스티의 ‘이상’으로 이상을 쫓는 한 사람의 이야기와 3테너로 더 유명해진 하얀 옷을 입은 새벽이 아침을 열며 모든 꽃들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아침의 노래’로 밝고 경쾌한 선율로 관객의 귀와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러자 분위기는 무르익어, 분단된 조국의 그리운 향수를 자아내는 ‘그리운 금강산’으로 듀엣으로 부른 후 1부를 마쳤다.
 
▲김재우 씨는 ‘그리운 금강산’을 소프라노 권혜승과 듀엣으로 부르며 1부 순서를 마쳤다.                    ⓒ 크리스찬리뷰

희로애락, 한편의 드라마

 
▲독창회를 마친 후 청중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김재우 씨와 출연진.ⓒ크리스찬리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재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15분 막간에 관객들은 “한 마디로 감동적”이라고 하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음악의 아름다움, 삶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한 곡 한 곡에 거대한 폭포가 쏟아져 바다로 흐르는 물처럼 들렸다”고도 했다.

 “음악과 사랑이 조화로운 특별한 공연이 어우러지며, 문화의 격을 높여준 밤”이라는 관객도 있었다.

2부는 빠르게 경쾌하게 됐다. ‘날 잊지 마오’를 필두로 오페라 자니스키키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무정한 마음’을 부른 다음 권혜승이 오페라 나비부인중에서 ‘너 귀여운 아기’ 아리아를 불렀다.

▲ 기독민주당 총재이며 NSW주 상원의원인 프레드 나일 목사와 출연진의 기념촬영 ⓒ크리스찬리뷰

계속하여 그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애틋한 감정을 음률로 담아냈다.

앙코르 곡으로 ‘주기도문’을 불렀다.

‘주의 자비를 베푸소서’에서 시작해 죽음과 슬픔,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귀여운 아기와 축배를 노래하다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하다가 마지막 ‘주기도문’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고, 기도에서 기도로 끝난 한편의 예배였다.

▲연주회장 입구에 마련된 맥켄지 사진전 ⓒ크리스찬리뷰

음악의 아름다움, 사랑의 아름다움
 
특히 앙코르에 주기도문을 부른 것은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 공연을 가능케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표현으로 저희 크리스찬들의 귀에 익숙한 주기도문 곡을 준비해서 불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시고 격려해 주셔서 이 공연이 가능했구나!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구나!’하는 생각들이 밀려와 마지막 곡은 성악가로서 노래와 기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집중을 했지만 소리의 흔들림은 감정의 복받침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흔들림이 크지 않아서 대부분의 분들이 감지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감정 또한 좋았습니다. ‘내가 성악가로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 기뻤던 겁니다. 앙코르 곡을 마치고 인사할 때는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김재우 씨는 본지 권순형 발행인에게 독창회 수익금 3천 불을 맥켄지한센선교회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 크리스찬리뷰 

아무리 음악의 프로이지만 그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반주를 맡아 주신 변은정 씨와 매주 2번씩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고 음악회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정하여 연습에 임했습니다.”

특히 귀국공연은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었기에 그만큼 뜻 깊고 의미 있었다고 했다.

“지난 6년간 영국에 살면서 수많은 공연을 해 왔으며, 그 중에 자선공연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공연은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독창회이기도 했고, ‘크리스찬리뷰’ 권순형 발행인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멕켄지한센선교회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무엇보다도 의미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처음 호주로 돌아왔을 때는 독창회를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오랜 시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와서 과연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관심을 가져 주실까 하는 의구심 또한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크리스찬리뷰’와 귀국하게 된 계기로 인터뷰를 하게 됐고 권 발행인의 독창회 제안이 있었습니다.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 한 채 독창회를 하기로 결정을 했고 그 이유는 그 전에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셨고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귀국을 알림이 도리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의 공연 소식에 음악을 사랑하는 독지가들의 후원이 큰 격려가 되었다고도 밝혔다

“저에게는 제 이름을 건 첫 독창회로 많은 부담이 생겼지만 다른 행정적인 면을 ‘크리스찬리뷰’ 쪽에서 맡아 주셨기에 저는 노래에만 힘을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호주동아일보의 후원으로 지면 광고가 매주 나가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가스펠 피아노 고동식 장로님의 격려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본지가 주최한 이번 공연의 객석은 완전 매진되어 소요된 실경비를 뺀 수익금 전액(3천불)은 맥켄지한센선교회에 후원했다.

한편 김재우 귀국 독창회는 SBS 라디오에서 녹음하여 지난 3월 22일과 29일 방송되었으며, SBS 홈페이지(www.sbs.com.au/yourlanguage /korean)에서 청취할 수 있다.〠
 

글ㅣ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ㅣ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