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무슬림 연구 동향과 이슈

이경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8/01 [14:45]
 
▲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들      

서구 기독교 중심 사회를 지향하는 호주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타자로서의 삶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이슬람 지역을 떠나 호주 사회로 들어온 문화적, 종교적 타자인 무슬림에 대한 연구는 이민 2세대 혹은 3세대 무슬림 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호주 대학 내의 이슬람 연구소들에서는 정기적으로 이슬람에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선정하여 연구서들을 발간해오고 있다.

이들의 연구는 주로 호주 무슬림의 종교적인 정체성과 다문화주의(multiculralism)의 관계, 서구 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고정적인 시각, 이를테면 테러리즘과 이슬람 원리주의 등과 같은 적대적인 시선에 대한 재고찰, 호주 특유의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파생되는 아시아 무슬림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그리고 여성과 교육에 대한 호주 무슬림 공동체의 지향성 등이다.

이와 더불어 동남 아시아 무슬림 연구가 호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져 왔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서구중심 국가로서 인근 무슬림 국가들의 외교적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호주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그밖에 싱가포르와 태국, 미얀마 등지로 퍼져 있는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의 역사와 종교를 포함하여 사회적 이슈들을 학문적 테마로 풀어가고 있다.

호주 무슬림 연구는 유럽이나 북미 지역의 연구들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호주만의 특징적인 쟁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슬림 이민자로서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호주 사회에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문제, 나아가 무슬림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관점이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이와 관련한 호주 무슬림에 대한 이야기들을 짚어볼 것이다. 호주 무슬림과 다문화주의, 이슬람 포교 활동을 통칭하는 다와의 호주 활동, 그리고 호주 무슬림의 교육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선정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호주 무슬림 연구의 현재적 이슈와 동향들을 이해해보도록 하겠다.
 
1. 호주 무슬림과 다문화주의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오토만 제국의 시민이었던 알바니아계 무슬림들이 호주 땅에 도착하였지만 그들의 숫자는 현저히 작았다. 이후 터키인들이 1950년대와 60년대 이민해 들어왔고(Humphrey, 2001) 뒤이어 레바논계 무슬림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1970년대 초까지 가장 큰 이민 행렬이 되어 호주 땅에 유입되었다. 1975년 이후부터는 호주 사회에 무슬림 인구가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무슬림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들어왔다.

이집트 출신의 교육자, 엔지니어가 들어왔고 인도 파키스탄 지역에서는 의사들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에서는 유학생들이 들어왔다(Ali, 2006).

이렇게 증가하게 된 무슬림의 수는 2000년-2001년에는 107,000명, 2007년에서 2008년에는 149,000명으로 늘어났다. 중동,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의 무슬림이 이민자의 13.7%에서 17.8%를 차지하였다.(2008년 이민성 통계 기준) 지난 10년 동안 시드니의 무슬림 인구는 69% 성장하여 약 476,300 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은 시드니에 사는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슬람 커뮤니티를 나눠보자면 시아파 호주 무슬림이 약 5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전체 무슬림 수에 비하면 소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주로 도시 남부 안클리프(Arncliffe)에 거주하며 시드니에는 주로 수니파 무슬림들이 종족별로 나누어 거주하고 있다(Baker & Marcus, 2012).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뉴사우스 웨일즈 지역의 경우, 70개의 종족 중 레바논 계가 전체에 약 16%에 해당하며 주로 켄터베리(Canterbury), 리버풀(Liverpool), 그리고 파라마타(Paramatta)와 록데일(Rockdale)에 거주한다. 레바논 계 다음으로 터키 계 무슬림이 약 11%이며 어번(Aurburn)의 갈리폴리(Galipoli) 모스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나머지 종족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그리고 소말리아 순으로 무리를 이루고 있다. 파라마타에는 주로 파키스탄인이나 이라크 그리고 이란인들이 살고 있다(Baker & Marcus, 2012).

이러한 무슬림 이민자 증가에 호주 정부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 문화 정책을 시행해왔다. 1947년-1964년 문화 동화 정책을 추구하였고 1964년-1972년에는 문화적 통합을, 이후로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지향한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역으로 무슬림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우선 정통 무슬림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 호주 사회의 서구적 가치관과 모더니즘 속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테러리즘과 원리주의의 부정적 영향 때문에 호주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도 그러한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험프리의 논의들은 무슬림과 다문화주의의 관계에 깊은 통찰력을 제시한다.

험프리에 의하면, 호주는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전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 이민자들은 전통적인 무슬림 지역과는 다른, 새로운 인식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 이슬람의 폭력성에 대해 지극히 경계하는 것에 대항하여 무슬림 이민자들은 이슬람 종교의 문화적 관용성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같은 무슬림 커뮤니티 안에서도 호주 무슬림들은 전통적으로 있어왔던 대립과 갈등 - 예를 들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처럼 -에 저항하며 모두를 이슬람 공동체 ‘움마’(Ummah)로 초대한다. 이를 통해 무슬림은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 모든 문화권에서 수용적 태도를 가지고 신앙과 실천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식되기를 바란다(Humphrey, 2001).

이와 같은 무슬림의 다문화주의적 태도로 인해 호주의 백호주의(White Australia)가 약화되었다. 즉 1950년대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유입된 무슬림 이민자들과 이들의 2세대, 3세대는 백호주의에 정책에 동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호주 사회를 다문화주의로 향하게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험프리는 평가하였다(Humphrey, 2001).
 
2. 이슬람 부흥운동과 호주사회의 다와 (da'wa) 활동
 
2001년에 발생하였던 9.11 테러 이후 아랍 출신의 미국인들과 무슬림 그리고 시크 교도들과 동남아시아 커뮤니티는 모두 무슬림이라는 이유 하나로 ‘중동인’(Middle Easterns)으로 분류되었고 이들에 대한 적대감과 경계심은 미국은 물론 유럽, 호주까지 확대되었다(Allen & Nelsen, 2002).

특히 시드니와 멜버른 지역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Poynting & Noble, 2004), 이들 “중동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은 9.11 테러의 영향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호주 지역의 아랍인들이나 무슬림들은 옷차림과 언어, 이름 그리고 외모만으로 유린당하고 계란 세례를 받는가 하면 심지어는 병과 돌들에 맞는 사태도 공공연하게 발생하였다(Goel, 2010).

9.11 테러와 2002년 발리 폭탄 사건 이후로 이슬람포비아(Islamphobia)로 일컫는 반(反) 무슬림 정서로 인해 학자들에 따라서는 무슬림들로 하여금 테러와 불법적인 입국, 반(反)서구, 반(反)기독교 정신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였다(Pynting, Noble, Tabar, & Collins, 2004).

둔(Dunn)에 의하면, 호주의 무슬림들이 호주 사회에서 부정적이고 정형화된 이미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잠정적으로 소외, 인종차별,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대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더욱이 호주 무슬림이 이처럼 문화적으로 차별을 받으며 위험한 타자로 여겨질 경우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호주 정부로서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임을 비판하였다.〠 <계속>

이경희|횃불트리니티 한국이슬람연구소 연구원, 연세대학교 선교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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