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는가?

김동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1/25 [12:45]
최근 몇 달에 걸쳐서 생각하는 화두가 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아닌 기독교인으로서, 특별히 목회자로서 성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하고 있는 자체에 이미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성공은 결코 눈에 보이는 숫자나 평가받을 수 있는 종이에 쓰여진 점수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싶은 의지와 소망도 있다.

그래서 오늘의 현실이 신앙의 진실함과 거리감과 괴리감을 가지고 있어서 비록 세상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평생을 이름 없는 이로 살아야 할지라도, 적어도 한 명의 목사로서 세상의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는 행복자가 되고 싶은 소명을 오늘의 글에 담아 본다. 

나와 함께 공부했던 한 한인 목사님의 삶과 사역을 십 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보면서 ‘성공’이라는 화두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유학시절에 함께 공부했던 김경수 목사이다. 김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네팔에서 미혼여성 계몽운동 사역을 펼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매년 6개월 이상을 네팔의 산골과 오지를 다니면서 작게는 3~5명, 많게는 200명 이상의 미혼여성과 부모들을 만나서 복음을 전하고, 또한 ‘성 계몽운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여성인권을 향상시키는 사역을 한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포주’들의 표적이 되어서 신변의 위협이 가해지는 사건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다.

마치 사도행전에 기록이 되어 있는 사도 바울이 경험했던 유대인들과의 갈등과 비슷한 사건들이다.

최근에 통화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물었다.

“김 목사님, 이제 네팔에서 위험하게 사역하시지 말고 미국에서 교회 목회를 하시거나 선교기관 목회를 하시지요?”

그러자 김 목사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위험하기는 해도 지금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목회를 그만두라는 말씀이신가요?”

도대체 어떤 근거로 김 목사는 네팔 여성계몽사역을 위해서 며칠을 걸쳐서 산을 넘고, 대부분의 잠자리를 땅 바닥에서 자야 하고, 때로는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픈 것을 참으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방문하면서 주님을 증거하는 사역을 성공적인 사역이라고 정의하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존경하는 신학교 교수의 영향을 받아서 독일 유학을 준비한 적이 있다. 독일어를 배울 때에 가르치던 독일 선생이 “혹시, 김요석 목사를 아세요?”라고 물어왔다.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 이후 우연한 기회에 김요석 목사 설교를 듣게 되면서 예전 독일어 선생의 질문을 기억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십 년이 넘는 시간을 공부해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 귀국한 김요석 목사는 신학교 강단에서 잠시 가르치다가 목회의 부름을 받아 전남 영암 나환자 정착 마을에 있는 영호교회 담임을 맡게 된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목회한 후, 지금은 중국에 선교사로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한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김 목사가 정착한 곳은 많은 유학파 목사들이 선호하는 대학교 강단이 아니라 나환자 정착마을에 위치한 시골교회였다. 그것도 부족해서 지금은 중국에 선교사로 복음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아마 김 목사에게 “목사님은 성공한 삶을 살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면 분명히 “네, 저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 마흔을 넘긴 인생의 Second Half를 시작하며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성공을 위해서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동안 나의 삶과 목회를 오늘의 화두 ‘성공’에 비춰서 생각해 볼 때,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을 닮아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와 이해가 부재하다 보니, ‘성공’자체를 목표로 두기보다, 현실적으로 방송매체나 신문지면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과 영향력을 부러워하며 닮아가고자 노력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2013년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2014년을 시작하는 전환점에서 ‘성공’이 무엇인지를 재정의함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성공은 중국어로 成功(chénggōng)이다. 그 뜻은 완성된 성취 (Finished Achivement)라는 뜻이다. 이미 현재 완료형으로 더이상 진행될 수 없는 정적인 성공을 의미한다. 반면 또 다른 성공의 뜻으로 打响 (dǎxiǎng)이라는 표현이 있다. 문자적인 뜻은 소리가 만들어 지다(just striking to make noises)이다. 그러나 두 글자의 의미를 종합하면 성공을 만들기 시작하다라는 계속 진행되는 동적인 의미로 해석이 된다.

이 두 표현 중에서 내가 2014년 한 해 동안 목표로 삼는 성공은 정적인 성공이 아닌 활동력이 있는 동적인 성공이 되기를 바란다. 마치 목표 정중앙에 꽂혀 있는 화살보다는 이제 막 활 시위를 떠나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듯한 활동력 있는 성공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기존에 성공한 삶을 따르는 것이 아닌 성공을 향해가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또한 바란다.

비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거나, 무슨 일을 성취하거나, 그로 인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바람을 가르며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확신을 품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그래서 오늘 주어진 삶에 경건한 생활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비록 알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 삶 자체가 성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기쁨 속에서 주어진 작은 삶 속에 최대의 소망과 감사를 품으며 살고 싶다.

마태복음 25장에 기록되어 있듯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런 성공적인 칭찬을 듣고 싶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 25:21,23). 〠

김동원|브리즈번 갈보리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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