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슬픔, 그리고 희망을 보다

신현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1/25 [14:46]
▲ 제58차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컨퍼런스가 열린 콜라로이컨퍼런스센타에서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 시드니새생명교회
 
제58차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컨퍼런스가 열린 호주는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하는 나라였다. 지난해 방문은 번다버그에 사는 우리 교회 집사 내외의 초청으로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한 여행이 목적이었다면, 올해는 호주에 대한 영적인 부푼 기대감을 안고 방문하였다고 하겠다.

호주 컨퍼런스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할 당시 처음 마음은 이번 기회에 뉴질랜드와 호주 시드니도 여행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지만, 컨퍼런스 날짜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기도하게 하며 영적인 관심으로 바꿔주셨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호주에서 지냈던 며칠 동안의 추억을 컨퍼런스를 마치고 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편안히 쉰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잠시 주변 공원을 산책하였다.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남태평양의 맑은 공기, 아침 이슬에 목욕한 예쁜 꽃들, 밝게 떠오르며 비춰주는 아침 햇살, 이들을 벗 삼아 한가로이 거북이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시선을 붙잡는 한 장면이 있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고풍스런 교회, 그리고 그 교회 정문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한 장의 포스터에 쓰인 빨간 글자였다. 「Sale ...... Sold」 그 순간 슬픔이 몰려왔다.

예전엔 수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을 드나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을 터인데 지금은 문마저 걸어 잠근 채 팔려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호주에서 처음 느끼는 슬픔이었다.

호주는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하는데 많은 희생적인 이바지를 한 나라이다. 조선 땅을 처음 밟은 선교사는 데이비스 목사(Rev. Joseph Henry Davies, 1856-1890)였다. 그는 1889년 10월 2일 부산에 입항하여 조선 땅에 첫 발을 디디면서 단지 6개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조선 땅을 밟은 지 꼭 18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교활동을 하다가 33세라는 짧은 나이로 천연두와 폐렴에 걸려 결국 위로부터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그는 호주 빅토리아장로교가 파송한 최초의 한국 선교사이자 부산, 경남지방 선교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첫 선교사였는데, 이를 기폭제로 하여 호주장로교회는 한국선교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45년 해방이 되기까지 한국 땅을 밟은 호주선교사들은 126명이나 된다고 한다.

남몰래 슬픔을 가슴 깊이 담고 시드니새생명교회 방문예배, 그리고 3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던 힐송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힐송교회 예배는 찬양으로 매우 뜨거웠다.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감격의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찬양사역으로 이미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는 교회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가 젊은이들로 넘쳐났기에 역동적이었다. 호주교회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뭔가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약하게 느껴졌다. 시드니새생명교회에서의 예배, 그날따라 성도들이 비록 많이 모이지는 않았으나 뭔가 있었다. 한 영혼을 구원하려는 의지, 그리고 열정이다. 여기엔 강승찬 목사의 희생과 헌신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강승찬 목사, 그는 한 영혼을 구원하려는 복음에 열정을 가진 사람 그리고 가정교회에 미친 광인이다. 휴스턴서울교회에서 열리는 목회자세미나에 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마까지 팔았다고 하니까 알아볼 만하다.

그가 시드니에서 가정교회로 개척할 때 사람들은 아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별난 사람, 이상한 목회를 하는 특이한 사람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슴속에 있는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령의 열정, 주님이 세우고자 하는 신약시대교회를 향한 열정이 오늘날의 새생명교회를 일궈냈다고 하겠다. 그리고 가정교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드니에서 주위 여러 목회자들에게 가정교회가 뭔지를 알게 해주었다. 나는 새생명교회에서 호주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오세아니아 주를 향한 불타는 비전, 그것은 한 사람의 불붙는 가슴에서 시작되었다. 2년 전 호주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하겠다는 그의 말에 가능성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붙타는 비전이 오늘날 호주 컨퍼런스를 가능하게 하였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호주 비전이 시간이 지나면서 40여 개 교회로 확산되었다. 현재 오세아니아 주에는 공식적으로 3개 지역모임이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기도모임이 있다.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총 8개(시드니 3, 브리즈번, 멜번, 퍼스,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크라이스처치) 지역모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그간 호주 컨퍼런스 개최를 위해 이들이 모여서 눈물로 기도하였고, 바자회 등을 통해 땀방울을 쏟으며 1만 1000 달러를 모금하기도 하였다.

가정교회가 왜 목회자를 가슴 뛰게 할까? 무엇에 매료되어 목회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까? 어느 모임에서 가정교회를 고민하고 있던 목사의 말이 이를 대변해준다.

첫째로는 “가정교회 목장모임이 최소한 구역예배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것과 둘째는 “주님 앞에 섰을 때 최선을 다해 주님이 원하시는 목회를 하려고 애썼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정교회 목회는 예수님이 세우려했던 교회, 사도들이 일궈냈던 신약시대의 교회를 최고의 가치요 목표로 한다. 신약성경에서 그려내고 있는 신약시대의 교회를 원형으로 삼고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정교회에는 확고하게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가정교회는 신약시대를 구현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 (즉 성경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에 대해서 항상 열어놓고 수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인간(인위)적인 방법을 최대한 배제한다.

가정교회 또 하나의 특징을 든다면 마태복음 28장 19~20절에 있는 말씀처럼, 불신자의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일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오직 목회의 관심은 영혼 구원이고, 관점은 구원받은 영혼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들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신자를 가능한 신입교인으로 받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교회와 갈등이 적다. 한 사람의 기존 성도를 놓고 치열하게 벌이는 교인 쟁탈전에서 목회자가 자유롭다. 이런 경쟁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 교회의 양적인 성장보다는 영혼구원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교회적으로나 목회자 간에도 서로 간에 협력과 섬김이 아름답게 이루어진다. 오로지 불신자에게 관심을 두고서 그를 어떻게 하면 예수님 영접하게 하고 구원받게 할 수 있을까에만 골몰한다.

그러니 비록 교인 숫자가 적더라도 기도의 눈물과 땀으로, 섬김의 희생과 헌신으로 전도하여 구원받은 영혼들이기에 하나님 앞에서도 목회자로서 양심의 떳떳함을 누리게 된다.

호주 컨퍼런스는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 여러 교회들 간에 서로 섬김을 통해 주님의 사역을 이루어가는 아름다움을 나타내었다. 가정교회는 호주의 내일의 희망이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희망을 보았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그들에게 이제 복음을 돌려주어야 할 차례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신현귀|서울 하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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