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ㆍ제31차 국제적십자 대표자 회의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글|김환기, 사진|권순형 | 입력 : 2013/11/25 [15:02]
▲ 제19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와 제31차 국제적십자 대표자 회의가 지난 11월 시드니 달링하버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개회식 전경.     © 크리스찬리뷰
 
인도주의(人道主義) 이름으로
In the name of humanity

올해는 적십자사가 창단된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19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와 제31차 국제적십자 대표자 회의’가 시드니 달링하버에 있는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re)에서 열렸다. 

전체 총회 일정은 11월 11일부터 18일까지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가물던 시드니에 며칠전부터 대지를 적시는 단비가 간헐적으로 내리고 있다. 달링하버 주변은 여기저기서 ‘적십자와 적신월’의 행사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적십자ㆍ적신월사는 금번 총회에 통하여 사이프러스를 188번째 국가로, 남수단을 189번째 회원 국가로 받아들임으로써 세계 189개 국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번 총회는 각 나라에서 1천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적십자사는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 네트워크(humanitarian network)’를 가진 비영리 단체(NGO)이다.

▲ 개회식에서 시드니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합창하는 Colla Voce Choir.     © 크리스찬리뷰

적십자의 역사

1859년 이탈이라 북부를 여행하던 스위스 실업가 ‘앙리 뒤낭’(Henry Dunant)은 우연히 ‘솔페리노’ 전투의 참혹한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부상병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주검으로 내던져지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앙리 뒤낭은 제네바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이 목격했던 것을 기술한 '솔페리노의 회상'(A Memory of Solferino)’을 집필하여,  오늘날의 적십자를 있게 한 핵심 개념인 인도적인 구호활동 원칙들을 제안하였다.

앙리 뒤낭이 국제 사회에 제안한 내용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뒤낭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적십자 위원회’(ICRC)의 전신인 ‘국제부상자구호위원회’가 조직되었다. 이후 1863년에 ‘국제적십자’가 탄생하게 되었고, 현재 전 세계 189개국이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 총회에 앞서 미팅 중인 유중근 총재(오른쪽 2번째)와 한국 대표단. 뒷편 왼쪽이 북한 대표단이다.     © 크리스찬리뷰

국제적십자는 공평하고,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인도적 기관이다. 국제적십자의 절대적 임무는 무력충돌 및 기타 폭력사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인도법과 보편적인 인도적 원칙들을 강화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무력충돌로 인한 고통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 개막식에서 호주 원주민들이 디쥬리두를 불며 연기의식(smoking cere -mony)을 재현하고 있다. 연기의식은 원주민들이 중요한 회의를 가질 때마다 행했던 종교의식이다.     © 크리스찬리뷰

ICRC와 IFRC 의 차이

‘국제적십자운동’은 ‘적십자국제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와 ‘적십자적신월국제연맹’(IFRC, International Feder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그리고 ‘각국의 적십자ㆍ적신월사’로 구성되어 있다. ICRC는 1863년에 스위스에서 설립이 되었으며, 제네바 협약과 국제적십자운동의 시초가 되었다.

IFRC는 1919년에 설립되고, 1929년 외교회의에서 적신월이 추가 식별표장으로 승인되었고, 2005년 12월에 ‘적수정’(Red Crystal)이 추가 채택됨으로써 세계의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를 위한 보다 넓은 편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 국가에서는 적십자를 사용하지만 33개 아랍국가에서는 ‘적신월’, 이스라엘에서는 ‘적다이아몬드’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적십자사와 적신월사’는 전 세계에서 188개국에서 ‘국제적십자 운동’의 임무와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ICRC의 집회는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IFRC의 집회는 2년마다 열린다. 이번 집회는 ICRC와  IFRC의 연합집회이다. 따라서 로고에는 ‘십자가(cross)와 초승달(crescent)’이 함께 있다. 초승달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을 때 하늘에 떠 있었다고 해서 이슬람교의 상징이 되었다.

▲ 호주 젊은이들로 구성된 열정적인 탭댄스 팀의 공연     © 크리스찬리뷰

인도주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humanity)

국제적십자는 종교나 이념을 뛰어 넘고 있다.  적십자의 핵심가치는 다음 7개의 단어에 집약되었다.

인도(humanity), 공평(impartiality), 중립(neutrality), 독립(independence), 자발적 봉사(voluntary service), 단일(unity), 보편(universality).

적십자는 7가지 정신을 바탕으로 차별없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태교는 공존할 수 없는 단체일 것 같은데 적십자의 깃발 아래 함께 하고 있다.

이념이 다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도 ‘인도주의(humanity) 이름으로' 협력하고 있지 않은가!  189개국의 나라는 이름에 따라 배열되었다. 대한민국은 Korea로 생각을 하여 찾았으나 없었다. 그래서 ‘Republic of Korea’로 생각을 하고 R에서 찾았으나 없었다. 지나가는 안내원에게 물었다. 그녀가 인도한 곳에는 앞 테이블에는 한국 대표가 바로 뒷 테이블에는 북한대표가 앉아 있었다. 
 
▲ 호주 적십자사의 홍보물     ©크리스찬리뷰

테이블 위에는 ‘Rep. De Corée’,  북한은 ‘Rep. Populaire Dem. De Corée’, 불어로 쓴 명패가 있었다. 북한 대표에게 인사를 했으나  달갑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기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인도주의 이름으로’ 남북이 함께 앉았지만, 마음은 함께 하지 못한 것 같다. 북한에서 두명의 대표가 왔고, 한국은 청년 대표 2명을 포함하여 10명이 참석했다. 

▲ 대한적십자사 홍보 전시관(왼쪽)     © 크리스찬리뷰

개회식 (opening ceremony)

개회식은 ‘호주적십자 총무’ Robert Tickner의 인사말로 총회 대단원의 막을 열었고, 이어서 호주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원주민(aboriginal) 대표의 인사도 있었다. 시드니오케스트라의 연주 후에  11명의 호주 젊은이들로 구성된 탭댄스 팀(tap dancing)은 집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몇몇 나라의 대표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인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호주연방총독의 영상 인사와 함께 총리인 토니 에봇(Tony Abbot)의 인사말이 낭독되었다. ‘호주적십자 회장’ Michalel Legge는 기조연설에서 호주적십자 활동에 대하여 언급하고, 적십자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현재 태풍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필리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어서 각 부서 위원장이 국제적십자의 비전에 대하여 언급하는 시간을 가졌다.

150년 동안도 인적재난과 천재지변이 있을 때마다 적십자는 헌신적으로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많은 일을 했지만, 미래는 더 분발하여 연합된 한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1987년 창설된 ‘적십자 평화상’은 시리아 적신월사 총재인 Dr. Attar에게 수여되었다.

▲ 개회식에서 자국어로 인사하는 대표들     © 크리스찬리뷰

홍보 전시관(humanitarian village)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 기간 내내 각국의 적십자 활동을 소개하는 홍보관이 설치되었다. 홍보관은 나라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되었는데, 호주 홍보관에서는 ‘헌혈 모형’과 ‘민트’가 들어 있는 작은 기념품을 나누어 주었다. 중국 홍보관에서는 중국의 기념품과 적십자 배지를 나누어 주었다.

대한민국 홍보관은 가장 눈에 띄는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벽에는 TV가 설치되었고, 대한적십자 활동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과 설명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한글과 영어로 쓴 ‘2012년 적십자 활동 보고서’를 진열하여 필요한 사람은 자유롭게 가져가게 하였다. 

▲ 189개국에서 참가한 총회 장면     © 크리스찬리뷰

대한적십자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2년 주 프랑스 공사인 민영찬에게 그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적십자회의에 참석하도록 신임장을 발급하였고, 그 결과 1903년 1월 8일 제네바 협약에 가입하고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10월 27일 고종황제의 칙령 제47호로 설립되었다. 1955년 9월 국제적십자사 연맹(IFRC)에 74번째 회원사로 가입함으로 국제적십자 운동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에는 주 호주 대사를 역임했던 신효헌 자문위원과 대한적십자 유중근 총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신 대사는 호주를 포함한 4개 국가의 대사를 역임한 후 공직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대한적십자사의 ‘인도법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 총재는 대한적십자사 최초의 여성총재이다. 식사를 마친 한국 대표단은 곧 바로 다음 일정에 대한 ‘전략 회의’에 돌입했다.

▲ 국제연맹 총재에 재선된 일본적십자사 고노에 타다테루 총재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IFRC
 
IFRC 회장선출

IFRC의 총재의 임기는 4년이고, 한번 재임할 수 있다. 지난 13일에 고노에 타다테루 일본적십자가 총재가 연맹총재로 재당선되었다. IFRC는 전세계를 4개 선거구(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미주)로 분류하여 1개 선거구에서 부총재 1명을 선출하고, 임기는 4년이며, 2회 연속 재임할 수 있다. 부총재로 선출된 사람은 아프리카 지역(캐냐) Mr Abbas, 미주 지역(아르헨티나) Mr Osvaldo M. Ferrero, 아시아태평양 지역(중국) Dr Baige Zhao, 유럽 지역(이태리)에서 Mr. Francesco Rocca 씨가 당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IFRC 지도위원도 각 선거구에서 5명씩 선출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피지, 이란, 필리핀,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가 선출되었다.

총재로 선출된 ‘고노에 타다테루’는  20년 이상 적십자에서 여러 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총재로서 지난 4년 동안 각국 적십자사와 IFRC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였고, 외교적으로도 효과적인 성과를 가졌으며, 자원동원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러한 그의 업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다시 총재로 선출된 것이다.

그는 당선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첫번 총재 기간은 나에게 중요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계속하여 지역 적십자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며, 재난에 긴급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 단체인 적십자에서 계속해서 봉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지나간 필리핀 피해지역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적십자사 봉사자들          © IFRC
   
IFRC Post-2015 선언문

총회를 마치면서 IFRC는 Post-2015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지난 15년 동안 Millennium Development Goals(MDGs)이란 이름 하에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금번 총회에서 IFRC는 ‘Post -2015’ 의안으로 토론한 끝에 아래 3가지 선언문을 채택하고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첫째,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가 되는 재난을 줄이기 위하여, 우리는 모든 위험한 지역에서 스스로 ‘재난 대비와 지원’을 할 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다. 

둘째, 인류의 건강을 실현하는데 기여하기 위하여, 우리는 모든 지역에서 책임있는 자원봉사자를 통하여 ‘기초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다.  

셋째, 지역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지역적십자ㆍ적신월사’가 정부와 '믿을 만한 파트너와 효율적인 협력자'가 되어 '인도주의와 개발사역'을 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다.

11월 18일, 7박 8일간의 ‘제19차 국제적십자연맹 총회와 제31차 국제적십자 대표자회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회 기간이기에 재난이 빗겨가는 것은 아니었다.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지나간 필리핀 중부 지방에는 국제적십자연명(IFRC)의 버테 할레 긴급구호 팀장을 중심으로 복구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총회가 끝난 다음 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두 번의 강력한 폭파사고가 있었다. 최소한 19명이 죽고, 11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사고 직후 현장에 급파된 구호팀 중 하나가 적십자였다. 지금도 적십자는 국가, 인종, 이념 그리고 종교를 초월하여 차별없이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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