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실종자 명패비 제막식

Korea MIA Plaque Dedication Ceremony

송용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1/25 [15:30]

지난 10월 13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점심 애찬을 나누던 중에 우리 교회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권사님으로부터 특별한 행사의 초대를 받았다. 이 특별한 행사의 이름은 ‘Korea MIA Plaque Dedication Ceremony’이고, 한국말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한국전 참전 실종자 명패비 제막식>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호주는 영연방에 속한 나라로 2차 대전에 참전하고 있었고, 일본의 항복 후 일본 점령군 사령부가 있는 ‘히로’라는 곳에 1개 대대를 주둔해 놓고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6월 29일 유엔군 파병이 결의된 후 호주는 ‘히로’에 주둔한 병사들을 중심으로 제3대대(ARMY 1-2-3 Royal Australian Regiment)를 창설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이때 제 3대대 외에도 왕립 호주 공군 77비행중대(RAFF-77 Squadron)와 왕립 호주 해군(RAN)의 805항공대와 함정들도 한국으로 갔다.

호주군은 한국 전쟁 3년 동안, 중공군의 개입을 최초로 확인한 박천전투, 중공군의 춘계공세에 밀려 후퇴하는 UN군 전열 재정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가평전투 등을 치루면서 전사 361명, 부상 1,216명을 포함하여 1,600여명의 희생자를 냈는데, 이번 행사는 이 가운데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43명의 참전과 헌신을 명패에 새겨 기리는 행사였다.

지난 10월 19일(토) 오전 9시 40분, 남호주 Entertain Centre 인근의 ‘Korea War Memorial Hindmarsh’에는 행사 시작 시간이 20여 분이나 남아 있었지만 60여 명의 호주인들과 한국인 그리고 20여 명의 호주군악대가 자리를 잡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주관 단체인 한국·동남아시아 참전협회 남호주지부(Korea & East Asis Forces Association of Australia Inc. SA Branch)의 전직 회장이었던 Gerry Harrion의 사회로 제막식이 시작되었다. 첫 순서로 전몰자들에 대한 묵념이 있었고 이어 이 행사의 가장 큰 후원업체인 Blackwell Funerals의 책임자가 나와 그동안의 행사 준비에 대한 보고가 있은 후 이 지역 목회자의 기도가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한국 전쟁에 대한 간략한 보고와 명패비를 덮고 있던 UN기를 걷어내는 제막 순서가 있었다. 거창한 의식없이 나타난 높이 1.2M, 폭 1M 정도의 명패비에는 43명의 실종자의 이름이 적힌 동판이 있었는데, 한국전쟁에서 세 번이나 총상을 입고 귀국하지 않고 종전 때까지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회자는 명판에 적힌 43명의 소속부대와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점호를 하듯 크게 불러 주었다.

실종자에 대한 호명이 끝나자 한국전에서 죽은 친구를 추모하며 지었다는 ‘To The Boys We Left Behind’라는 시가 낭독되었고, 실종자들의 희생을 주제로 한 감사의 기도, 명패비를 헌정하는 기도 그리고 교독문을 교독하듯 참가자 모두가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순서, 주기도문 암송, Amazing Grace 찬송 등의 순서로 진행하고 애국가와 호주국가를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각각 부른 후 현지인 목회자의 축도로 순서를 마쳤다.

지난 7월에도 이 단체에서 주관하는 한국 전쟁 정전 60주년 행사에 참가를 했었다. 그때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하다 희생한 이들을 잊지 않으려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는데, 수백 명 수천 명도 아니고 고작 43명을 위해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을 보면서 작은 희생도 귀히 여기고 감사하며 잊지 않으려는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다만 이 행사에 남호주한인감리교회를 포함하여 두 곳의 한인교회 교인들과 남호주한인노인회의 회원들이 참석했지만 한국 정부나 아들레이드 한인회 전체를 대표할만한 기관이나 단체의 참여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아들레이드는 한국전 참전 후 귀환한 제3대대, 일명 가평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가평대대의 용사들은 지금도 가평의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보내며 하나님께서 맺어 준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없다. 노령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한 사람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 그들의 희생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받았던 한국 사람들은 그들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호주 이민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로서 이런 행사에 참여하여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위상뿐 아니라 국위를 선양하고 교인의 자긍심을 높여 선교의 좋은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곳에도 한국전쟁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비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송용수|남호주한인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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