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로 한국교회를 살린다

교회개척은 공동체 개척... 조직 전수가 아니다

김석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2/23 [12:23]
한마디로 나들목교회(이하 나들목) 김형목 목사는 조용하게 뜨고 있는 목사이다. 그의 글은 주요 기독교 신문잡지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신학교와 청년집회에서 자주 찾는 인기 강사다. 목사가 동네북처럼 치이는 최근 한국 현실에서, 젊은이와 신학생 사이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은 미래목회의 모델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그가 예배를 인도하는 신설동 대광중고교 강당에는 매주마다 기성교회에서 소망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 서울의 안디옥교회를 꿈꾸는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      © 크리스찬리뷰

그는 여전히 누구하고나 편하게 대화하고, 아직도 불신자를 찾아 돌아다니는 IVF 간사 출신의 현장사역자다. 동시에 교회 문제가 단순히 방법문제가 아닌 신학에 있음을 간파하는 트리니티 신학대학 출신의 신약학 박사이기도 하다. 한국교회의 위기론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시기에, 김형국 목사와 함께 주목받게 된 사역 내용과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해 본다.

- 천여 명이 넘는 규모인데 아직까지 사무실조차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성도와 재정이 늘어나면, 남의 건물 사용에 불편함도 있고, 사역확장을 위해 사무실이라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렇게 안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들목은 가정교회이기 때문에 교회사역의 중심이 흩어져 있습니다. 현재 60여 개 가정교회가 8개 마을로 나뉘어 매주 따로 모이며, 일 년에 세 번 정도는 아예 각 마을별로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여기까지 아예 오지 않는 마을도 있구요. 그때는 가정교회에 속하지 않은 이와 청년들만 데리고 제가 따로 예배를 인도합니다.

나들목은 처음부터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건물이 없는 것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교인들은 교회를 건물이나 조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지기 의식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들목은 원래 이화동 사거리에 있는 소극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강당은 원래 최일도 목사가 사용했는데, 비운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가 장기 임대계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지나갈 곳으로 여기기보단, 지금까지 약 35억을 기부하여 학교 시설 확충을 도왔습니다.

재산권은 전적으로 학교에 속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 지금까지 학교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 학교 건물을 통해 예배와 사무실, 주중 모임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돕는 사역에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 나들목교회는 대광중고 60주년기념관을 개축하면서 어린이집, 가족도서관 등으로 쓰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 크리스찬리뷰

- 분권적인 가정교회를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 봉촌동 나들목 하늘교회를 개척하셨네요. 물론 분리개척을 시도하는 교회도 여럿 있지만, 자립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피상적인 재정 인력 지원이거나, 기존교회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복사하는 지교회 설립이 많습니다. 후자는 대형교회의 확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구요. 나들목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저희는 유기적 개척을 지향합니다. 교회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개척은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교회가 교회 개척을 건물이나 조직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것을 개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교회 공동체로 충분히 성장시킨 뒤에 내보냅니다. 일반적으로 담임교역자와 사전교감을 나눈 교역자의 제안으로 시작됩니다. 지난 5월에 개척한 봉천동 나들목 하늘교회도 일년 전부터 준비된 3-4개 가정교회 총 55명이 나가서 세운 교회입니다. 비전세미나를 거쳐 참여하기 원하는 이들은 개척 중심이 되는 가정교회들로 자리를 옮겨 같이 준비했습니다.

현재 창립예배도 안드렸지만 벌써 90여 명이 예배를 드립니다. 이렇게 세워진 교회는 저희과 같은 DNA를 공유한, 언제든지 옮겨가도 불편함이 없는 교회입니다. 조만간 일산에도 개척이 이뤄질 것입니다.

저희가 더 원하는 것은 가정교회 자체가 중심이 되어 개척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럴만한 성숙한 평신도지도자를 키우는 것이 나들목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개척은 돈과 사람을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교회가 있기 때문에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원래는 매년 1개 교회 개척을 목표로 했는데, 현실적으로 재정지원 등의 부담으로 2년씩으로 기간을 늘렸습니다. 앞으로도 십 년간 계속될 것입니다.”

▲ 나들목 가족 도서관     © 크리스찬리뷰

- 예배가 기성교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을 배려하는 면이 강하더군요. 시작도 지난 예배를 통해 받은 은혜를 나누면서 시작하고, 설교 도입으로 연극을 활용하고, 대표기도와 광고는 가정교회별로 하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구도자 중심 예배와 사역으로 가다보면, 기존 성도의 영적 성숙이 소홀히 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처음 모으는데만 관심이 있을 뿐 성도의 성숙에는 무관심하다는 소리 같은데 나들목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습니까?

“저희 예배는 ‘찾는 이와 함께 하는 예배’라고 불립니다. 이 예배의 모델을 마태의 집에서 열린 잔치에서 찾습니다. 예수님은 마태의 집에 가셔서, 세리와 창녀들과 함께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며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기존신자와 구도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예배는 신학적으로 ‘지성소’ 예배, 헌신된 자의 예배와는 구분됩니다. 저희는 교인을 세 그룹으로 구분합니다. 두 개의 세미나와 서약을 거치면 하늘가족이 되고, 어느 정도 성숙에 이르면 언약가족이 되어 훈련을 받습니다. 다음 단계는 헌신가족도 있지만 교회의 중추는 250여 명의 언약가족들입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주일예배 전에 따로 성찬예배를 드립니다. 그날은 두 번 예배를 드리는 셈입니다. 대상에 따라 차별된 예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중세 수도원 운동 전통을 따른 것입니다. 그래서 나들목은 쉬운 교회가 아닙니다.”

▲ 나들목 바하밥집 식권      © 나들목교회

- 최근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한 교회가 추문에 휩싸이면서 지금까지 사용된 커리큘럼 중심의 제자훈련이 과연 제대로 제자를 만들어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따로 제자훈련 교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보니 기존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기존 제자훈련 문화의 미래와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요즘은 제자훈련을 폐기하는 분위기가 흐르지만, 교회사를 보면 제자훈련은 항상 교회의 생존방식이었습니다. 대안도 없으면서 비판에 치우쳐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자훈련의 핵심은 재생산이어야 합니다. 제자가 다시 제자를 만들 수 있는 흐름이 계속되어야 제자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존 제자훈련은 지도자를 위한 고급 성경공부로 전락할 때가 많습니다. 제자훈련과 성경공부가 별다른 점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 제자훈련의 한계는 무엇보다도 신학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우리는 복음은 잘 강조해 왔지만 하나님 나라 개념이 약했습니다. 하나님 나라 사상은 그리스도의 중심사상이며, 복음과 하나님나라가 이혼한 상태에서 태어난 교회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점에서 나들목 교재는 하나님 나라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 하나님 나라 중심이라는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네요. 로잔협약에서는 복음주의가 개인구령뿐 아니라 사회정의구현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에서 ‘총체적 복음’을 강조했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는 종교와 삶의 분리된 모습인 이원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까?

“하나님 나라 사상은 사회복음과 이원론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보통 이원론은 교회공간과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을 가르치지만, 하나님 나라는 더 나가 시간적으로도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취급합니다. 다시 말해 종말론을 현재 우리의 삶 속에 회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은 하나님 나라가 나중에 올 약속이 아니라, 이미 우리 중에 시작된 현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신앙은 마음에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현상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제가 끝나고 대한민국이 해방되는 기간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가가 다 세워지지 않았지만 일본을 따라 산다는 것이 말이 안됩니다. 하나님 나라도 우리가 특별히 헌신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면 당연한 것을 따라야 할 현실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품고 살면 우리는 더 급진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 한국기독교는 한국사회를 개선시키기보다는 도리어 사회적 불법 관행과 무리에 도리어 흡수되어 버린 형국입니다. 성도들도 세상의 가치를 맞춰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의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탓인가요 아니면 최종 심판이 올 때까지는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일까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닙니다. 문제는 성도들이 세상의 방법으로 세상과 싸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나라가 우리 곁으로 치고 들어오면, 세상 방법이 아닌 십자가의 길로 싸워야 합니다. 바로 나를 죽이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싸우면 세상은 우리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문제는 교회는 십자가의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에게 지는 것은 안 죽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로 싸우면, 교회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며 살 수 있습니다. 학문, 사업, 교육, 가정에서 마찬가지입니다. 나들목도 하나님 나라 부모학교를 개설운영하고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주거나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면 삶과 사회가 바뀝니다.”

- 하나님 나라를 강조하면 개인구령뿐 아니라 사회구조를 바꾸는 노력도 하게 되지 않습니까? 현재 한국교회 주류는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고 무관심한 형편인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찬성합니다. 지난 주에도 저는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에 가서 기도회를 인도했습니다. 저희 성도 중에는 (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빚는) 밀양까지 가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저는 설교도 정치적 설교를 피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원래 설교계획을 뒤로하고 거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이렇게 하면 수십 명이 떠나겠구나 싶었지만.... 물론 설교는 귀한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설교의 예언적 성격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 참여와 교회차원의 참여를 구분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고 논의하는 것은 허락하지만 이것이 교회를 나누도록 두지 않습니다. 시청 앞에서 국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싶어 하는 성도에겐 ‘나들목교회’ 깃발보다는 ‘나들목교회의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이름으로 나가도록 하는 식입니다.

지난번 촟불 집회에 참여한 일부 가정교회 교인들에게는 교회 이름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리스도는 크신 분이기 때문에 좌우로 갈라서면 안됩니다. 혹자는 좌파와 ㅈ과 우파의 ㅜ를 합치면 주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주를 따르는 이들입니다. 한때는 우리도 게시판이 좌우로 많이 싸우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다른점을 인정하는 성숙함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 나들목교회가교회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광중고등학교 전경      ©크리스찬리뷰
 
- 하나님 나라의 구체적인 사역 표현으로 노숙자를 위한 바하밥집을 하십니다. 나들목에서 사회참여 사역의 비중은 어느정도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만들고 계십니까?

“특별히 비중을 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사회참여 사역으로 공부방, 가족도서관, 어린이집, 방과후 학교, 바하밥집을 운영합니다. 밥퍼 사역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역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지만, 노숙자 밥퍼 사역은 반대도 많았습니다. 노숙자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거북히 여기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광중고교 60주년기념관을 개축하면서 한층을 반은 어린이집, 반은 지역사회를 위한 가족도서관로 쓰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방했습니다. 교회냄새를 내지 않고 격주 토요일마다 문화공연. 책 읽기 교육 등을 시켜서 지역주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바로 그 옆에서 밥집을 격일제로 하지요.

그러나 나들목의 밥퍼 사역은 단순히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귀까지 시도합니다. 담당자가 사회 복귀를 돕습니다. 지금까지 5~6명이 회심을 했고 1명이 세례 받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 한국교회는 자신만 키울 뿐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덕분에 보다 이타적인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진보적 교회나 천주교에 대한 호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주류가 어떻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교회는 사회구호단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 있는 형제자매들만 제대로 책임져도 지금처럼 욕을 먹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도 숨어 있는 아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살시도자들입니다. 선진국 중 최고수준의 자살자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자기교회 성도가 자살을 고민할 만큼 어려운데도 모르는 것이 한국교회 현실입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성도를 돌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회가 교인만 제대로 돌봐도 밖에서 서로 들어 오려고 할 것입니다. 물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에 부르심이 있는 성도가 발견되면 그런 쪽을 나가도록 하면 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따로 하는 활동이 있는지요? 그리고 한국교회의 위기 앞에서 동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은 무엇입니까?

“근 중점을 두는 사역은 ‘하나님 나라 DNA 네트워크’로 201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나들목을 가능하게 했던 철학을 공유하면서, 전통적 방식이 아닌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교회를 개척, 갱신하도록 도전합니다.

세미나 강사로 가지 않도록 숙제를 다해오면 등록비도 돌려주고 강사비도 받지 않습니다. 미국과 호주에도 참여자가 있습니다. 저는 10년간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항상 이민교회에 부담이 있습니다. 제 사역을 통해 이민교회에도 건강한 갱신의 바람이 불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이 너무 과합니다. 반기독교 사역이 악용한다고 걱정하지만, 대안을 찾으려면 더 치열한 자기비판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사회학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현 추세를 돌이키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는 무섭게 살을 깎아내는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대안이 없는 경우, 좀 더 겸손하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김석원|크리스찬리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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