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는 궁중예법으로 키워야지요

특집좌담|시드니미래목회포럼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1/27 [12:24]
 
▲ 세 번째 시드니미래목회포럼을 앞두고 섬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목포의 방향과 비전을 나누었다.      © 크리스찬리뷰

참석자 (가나다순) : 김종환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김성겸 (힐스한인교회 담임목사)
     주정오 (열린문교회 담임목사)
     황기덕 (동산교회 담임목사)
•사회 : 송기태 (본지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정리 : 권순형 (본지 발행인)
•일시 : 2014년 1월 13일(월)  •장소 : 열린문교회
 
미래로 재빨리 이르는 고속도로는 없다. 내일로 쉽게 가는 포장도로도 없다. 오직 황량한 광야와 불확실한 지형만 있을 뿐이다. 지도도 없고, 표지판도 없다. 그러나 미래는 미개척지이다. 개척한 만큼 자신의 것이 된다. 미목포는 아직 개척되지 아니한 영역, 세워지지 않은 표지판, 그려지지 않은 지도를 그리는 스케치북이며, 설계도가 되고자 한다. 미목포는 거칠고 척박한 메마른 목회현장을 헤쳐갈 때, 함께 들여다보는 나침반이요, 꿈이 되고자하는 섬김의 마당이다. 이제 그 세 번째 섬김의 마당을 앞두고 섬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사회 : 본지 편집국장 송기태 목사      © 크리스찬리뷰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사회자 : 새해 들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군요. 전혜린 씨가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이 아닐까”라고 했는데, 우리가 ‘시드니미래목회’라는 아름다운 꿈을 꾸며, 포럼을 개설하고 섬길 수 있는 것도 참 귀한 특권이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세 번째 포럼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먼저 시드니미래목회포럼(이하 미목포)이 아직도 생소한 분들을 위해 미목포에 대해 잠깐 말씀해 주십시오.

▲ 열린문교회 주정오 목사      © 크리스찬리뷰

주정오 : 호주 이민교회의 역사가 벌써 50년을 향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민목회란 무엇인가를 살피는 일과 목회자들의 재충전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입니다. 호주라는 특별한 현장과 그 현장에 걸맞는 이민신학의 정립은 필연적인 요구사항이었지만 그동안 교회 세움과 자립이라는 1차적 욕구에 급급해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라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달려온 길과 그리고 달려가야 할 길을 정리하는 일이 절박합니다.

목회와 신학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할 터인데, 신학이 없는 목회가 목회 현장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오직 성장에만 목을 매고 꿩 잡는 매의 역할만 하면 된다는 자성이 곳곳에서 일고 있습니다. 특별히 목회 현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복음과 함께 중요한 목회자의 연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해왔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목포의 출발은 늦은 감이 있다 할 정도로 시대적 요구입니다. 물론 그동안 크고 작은 몸짓들이 있어 왔었고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으로 커리큘럼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인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물질적 자원도 적절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신학도들을 양성하시던 김종환 교수께서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할 계기가 마련되었고, 지난 25년 호주 이민교회와 궤적을 함께 해온 ‘크리스찬리뷰’가 그 장을 마련해 주게 되어 더욱 든든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며, ‘크리스찬리뷰’가 그 뒷받침을 잘 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됩니다.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가 있는 신학의 추구가 미목포의 사명이라 생각됩니다.
▲ 서울신대 명예교수 김종환 목사      ©크리스찬리뷰

김종환 : 현대사회의 모든 전문직은 매우 정교한 연장교육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법률, 의료, 교육 등 모든 전문직은 연장교육을 통하여 사회변동에 따르는 사회와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교단들이 목회자 연장교육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전문직에 비하여 아직은 충분하지 못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바나(George Barna)가 지적한 대로, 개신교는 전통적인 교단 초기의 특색들이 지금은 미약해지고 있으며 오히려 목회자 개인의 신앙과 학문적 배경에 의하여 목회 방향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민목회 현장에서 더욱 강합니다. 시드니 한인 교회는 이미 WCC와 무관한 에큐메니컬한 교회로 서로 교류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미목포가 더욱 초교파적인 교류와 연합을 지향할 것입니다.

고대 로마를 상징하는 두 단어가 ‘콜로세움’과 ‘로만포럼’입니다. 콜로세움은 육체적인 격투 장소이었고, 로만포럼은 정신적인 집회 장소였습니다. 로만포럼에서 포럼(forum)이 나왔습니다. 포럼이란 조직이나 단체가 아니고, 토론의 광장을 의미합니다. 미목포는 새로운 단체나 운동이 아닙니다. 우리들만 아는 목회가 콜로세움이라면, 미목포는 로만포럼이지요. 연장 교육에 관심 있는 목회자들의 마당이지요. 회장이나 임원도 없습니다. 다만 조용히 헌신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 제2회 미목포 강의 장면(2013. 12. 동산교회)      © 크리스찬리뷰
 
모델-연장교육-채움-자원-가정-시설
 
사회자 : 그동안 척박한 이민교회를 짧지 않은 세월동안 섬겨온 황 목사님과 김 목사님께서 시드니 이민목회 현장에서 가장 절박하게 체험하신 건 어떤 것들이었습니까?

황기덕 : 이민 목회든지 아니면 국내 목회든지 목회는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목회는 항상 바람직한 모델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의 목회는 수많은 교회 속에서 모범적이며 본받을 수 있는 교회들과 목회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 교회는 한정된 몇몇 교회 속에서 그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 동산교회 황기덕 목사      © 크리스찬리뷰

이민 목회 현장에서 목회자에게 당연히 계속 교육이 필요하고, 목회자에게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호주 이민 목회 현실이 계속 교육을 할 여건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호주 이민교회 앞에 놓여진 ‘호주’라는 현실에서는 넘어야 할 장벽들도 많습니다. 호주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왜 없겠습니까만 현실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있지요.

호주의 많은 교육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언어적 장벽입니다. 그래서 호주에서 있는 좋은 연구나 세미나 기회도 영어의 문제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문화적 장벽이 우리의 현실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여기 호주에서 접할 수 있는 교육의 내용들은 아무래도 호주라는 이질 문화가 또 하나의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교회에 대한 개념부터가 서로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있습니다.

목회자에게 입력 혹은 채움(in put)보다는 출력 혹은 방출(out put)이 더 많을 때, 나타나는 위기가 이민교회의 목회자에게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배움과 채움보다 가르침과 나눔이 더 많을 때 오는 내적 빈곤함을 의미합니다.

이민 목회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resource)이 별로 없다는 것도 또 한 가지 문제입니다. 현대는 이전의 ‘고전적인 목회’처럼 말씀과 기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복합 사회의 특징이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를 풍성하게 해줄 목회적 도구가 더 많이 필요한 현대 사회입니다. 한국의 교회들은 신학과 목회를 연구 발전시켜 나가는 신학대학이라는 학문의 장이 있지만, 여기에는 이민신학과 이민교회를 연구하여 이민목회 현장을 개발해나가는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이민 목회를 연구하는 학문적 연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힐스한인교회 김성겸 목사      © 크리스찬리뷰

김성겸 :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함께 목회사역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부부 관계와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갈등과 상처의 치유와 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관계의 문제가 좋거나 나쁘거나에 따라 그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고, 특히 목회 현장에서 아빠가 목사이기 때문에 중압감이 커서 평범한 아이들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MK(Missionary Kids), PK(Pastor Kids)를 위한 캠프도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와의 소통은 1.5세 2세의 영어권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언어 및 문화적인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아빠 엄마가 말하면 무조건 복종하라 이것도 더 큰 간격을 만들어내는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이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그래서 서로 윈-윈하는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이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노력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부모를 이해할 수 없고 부모도 납득이 안가는 자녀들의 태도와 말을 받아들이기 힘드는 간격을 좁혀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이루어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민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목회자와 성도들 가운데에서도 그 선한 영향력이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민목회 현장에서 절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인교회 90%정도가 교회가 중소 교회인데 대부분 호주교회나 카운슬센터 그리고 학교 등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호주교회들은 매년 임대료를 매년 계속 인상해서 한인 중소 교회들이 재정적인 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호주교회 성도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재정이 약해지고 그 부담을 한인교회에 충당하고 있고 새로운 호주 목사가 오게 되면 더 큰 부담을 주어서 나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헤쳐 나가는 자구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보면 호주교회 교단으로 편입하거나 호주교회와 관계개선을 위해 매주 관리 및 청소를 해주는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정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카운슬 건물을 빌리거나 학교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시간당 사용료 및 여러 가지 제약된 부분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현재 이민교회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포럼, 정신적인 집회장소
 
사회자 : 두 분께서 역시 목회현장의 절박한 필요들을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좀 전에 김 교수님께서 “콜로세움은 육체적인 격투 장소이었고, 포럼은 정신적인 집회 장소”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떻습니까? 콜로세움 즉,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교회 시설문제는 아니라도, 정신적인 집회장소와 같은 지난 두 번의 포럼에서 약간의 해갈이라도 하셨는지요? 물론 한두 번에 배부를 수 없고,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에 양수기로 물 한 번 퍼올려 대어준 정도이겠지만 말입니다.

김종환 : 제1회 포럼은 지난해 7월 열린문교회에서 모였습니다. 서울신학대 조기연 교수의 ‘전통예배와 열린 예배’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조 박사께서 최근 발굴된 3세기 히뽈리뿌스의 책 ‘사도전승’을 소개해주어, 저는 기독교 영성의 깊은 뿌리를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장교육이란 은퇴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평생교육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어요. 그동안 저는 카운슬링이 ‘하나님의 치료’(Divine Therapy)가 되도록 학생들에게 관상기도 훈련을 시키면서도, 종교개혁의 후예로서 회의가 없진 않았어요. 일부 봉쇄수도원의 전통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관상기도가 사도전승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웠지요.

그리고 계명대학교 임경수 교수의 ‘중년기 위기’에 대한 강의와 토론은 시드니 이민교회 목회 현장과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시대성에 적합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현대 심리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행복과학(The science of happiness)을 강의하면서, 특별히 매우 성서적인 셀리그만(M. Seligman) 교수의 이론을 소개할 수 있어서 보람이 컸습니다.

제2회 포럼은 지난 12월 동산교회에서 모였습니다. 총신대학 한상진 교수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교회교육’에 대한 강의와 토론은 시대사조를 분석하며 대차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강의는 120만 명이 참여하여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던 호주 ABC TV 프로그램 Making Australia Happy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성서적으로 재해석하여 이민목회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시드니대학교 그랜트(A. Grant)교수는 ‘행복에 이르는 8단계’라는 책에서 이 프로그램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 단계들이 매우 성서적이어서 이민 목회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성겸 : 두 번의 포럼을 참석하면서 신선한 충격이 있었던 것은 이 호주 땅에서 대부분 세미나 및 포럼의 주제는 대부분 일반 신학적인 부분과 신앙강좌였습니다. 미목포는 실천신학적인 상담학과 교육학에 관련되어서 실제 이민목회를 하는 목회자 자신과 그 가족에 대한 문제를 넘어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나가는 실질적으로 접근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유익하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정오 : 내용면이 아닌, 준비하고 섬기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준비하는 팀들이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나아가고, 좀 더 널리 알려진다면 3회부터는 훨씬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많은 사람의 모임보다는 양질의 강의와 토론이 관건이라 생각됩니다.
 
MK, PK, KK , 궁중예법으로
 
사회자 : 그럼 이제 세 번째 포럼인 이번 주제에 대해서 나눠보지요. 목회자의 자녀, 즉 MK(Minister's Kids), PK(Pastor's Kids)는 그분의 자녀(KK : King's Kids)라고 할 수 있는데, 그분으로부터 위탁받은 자녀를 왕국의 자녀답게 궁중예법으로 키워야 할 사명이 있지요.

앞에서 김성겸 목사님께서도 목회현장에서 절박한 문제로 가족문제를 지적했듯이, 이번 포럼은 참 흡입력이 있는 주제를 잡았다고 생각됩니다.

김종환 : 이번 포럼의 내용을 PK운동이 미국에서도 전문화되어 있는데, 그 슬로건인 “Pastor's Kids = Precious Kids≠Problem's Kids”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강사로 오시는 최광현 박사가 최근에 <가족의 두 얼굴>이란 학술서적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가족 심리학 서적을 냈는데,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PK출신이시지요. KBS, EBS 등 가족 트라우마 치료로 굉장히 바쁘신 분입니다.

이 분의 강의내용을 들었는데, 부친이 목사님이었는데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줄 알고 부친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군대가는 날 플랫홈에서 전송하는데 여동생과 모친은 ‘잘 갔다 오라’고 하며 웃고 있는데, 부친이 우시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요. 그날부터 부친과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얘기하면서 PK문제를 잘 다뤄야한다고 말해요.

이 책에서 PK문제의 핵심을 언급하고 있는데, 시드니 목회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특히 젊은 목회자들께서는 자녀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목회자 가정의 행복 증진을 위한 처방들을 소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역기능적인 목회자 가정의 진단을 위하여 엘리 제사장과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의 문제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엘리 제사장은 대제사장과 사사를 겸직하면서 너무 바쁜 나머지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흔히 부친부재(父親不在)현상이라고 하지요.

모세가 자기 동족을 위한다고 성급한 살인을 했던 원인을 애굽 공주의 과잉보호와 부친부재 현상으로 흔히 설명합니다만, 이민 목회자 자녀의 문제도 비슷한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모여 자녀를 위해 기도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황기덕 : 제3회 포럼이 목회자의 가정을 주제로 한다는 말에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항상 주제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한국적 상황에서 보아도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정에 대한 문제점과 애착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민자의 삶 속에는 더 많은 가정에 대한 기대치와 동시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기에 모두가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선정입니다. 물론 동시에 아주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기대가 가장 큰 공감 속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제가 들어 있는 상자 속에 그 문제를 끄집어내었을 때는 완전한 해답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다음을 기약하면서도 보람과 열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에 맞는 준비가 더욱 철저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가정에 대한 주제로 다룰 것들이 많이 있을 터인데, 이번 포럼이 성공적인 포럼이 되면 다음에는 더욱 알찬 포럼으로 발전하겠지만 만일 이번 포럼이 기대와 예상에서 많이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계속성에 있어서의 신뢰도를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김종환 : 지난 2회에 걸쳐 포럼을 해보니 두 강좌가 좋은 것 같아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책도 좀 소개하면 그것을 계기로 스터디할 수 있는 동기도 생길 거구요.

주정오 : 시간이 좀 부족하긴 한데 웍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의를 듣고 소그룹으로 나눠서...

김종환 : 90분 이상 넘어가는 강의는 무리잖아요? 10시에 모여 30분 정도 티타임을 갖고 교제도 하면서 찬양도 한두 곡 하고, 오전 강의하고, 오후에 90분 강의하고 강사와 토론도 하고 주 목사님이 말씀하신 웍샵은 5시까지 할 수 있겠지요. 사전에 몇 사람이 모여서 웍샵 준비해서 소그룹을 리드하면 좋을 것 같아요.

황기덕 : 시간을 일방적으로 3시까지 강의하고 이후에 웍샵을 하면 가버리는 경향들이 있어서 차라리 점심 후 1시간이나...

주정오 : 아주 점심을 먹으면서 하면 어떨까요?

김성겸 : 저도 이번 주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사실 목회자와 사모가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엄마에게도 그런 갈등이 충분히 있구요. 그리고 사모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있잖아요. 목회자와 사모가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어떻게 해서 더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이슈를 터치한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황기덕 : 앞으로 사모들을 위한 목회자 가정 시리즈 포럼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종환 :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상담학교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 상담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 가서 얘기할 수도 없고 개인상담 겸해서 오는 거죠. 최 박사가 바로 황 목사님이 말씀하신 사례예요. 그렇게 해서 아버지와 갈등 관계에 있으니까 학교생활도 별로 행복하지 않고... 이번에 우리가 어떻게 치유할거냐? 너무 어린 아이를 둔 목회자보다 틴에이저나 큰 아이들이 많을 테니까. 가투마니아의 원리가 치유하는 원리가 있거든요. 그런 것을 조금 공부하면 도움이 되겠지요.

주정오 : 어려운 발상일 것 같기도 하지만 순복음교회 기도원 같은 곳에서 1박 2일 정도만 해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이러면 나눔과 치유도 되고 더 진지한 모임이 될 것 같아요. 교회에서 하니 항상 시간이 불안한 거예요.
 
PK, 안녕들 하십니까?
 
사회자 : 요즘 한국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란 말이 유행인데, 어떻습니까? 우리의 PK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황기덕 : 저의 딸 몇몇 친구들 가운데 호주에 있는 목사님 아이들이 한두 명 있는데, 그중에 한 아이는 우리가 잘 아는 목사님네 아이거든요. 상당히 갈등 속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어요. 특히 교회를 개척하고 어려울 당시, 자녀들이 실제로 정상적인 그룹에서 자라야 하는 시기 아닙니까? 중고등학교 지나서부터 교회에서 사찰 겸 전도사 겸 모든 걸 다하니까 아버지 때문에 하긴 하지만 거기서부터 정상적인 생활이 잘 안되잖아요?

그것을 잘 극복해 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우리 딸이 심리학을 하니까 가끔 그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저와 같이 나누곤 합니다. 가끔씩 물어보면 목사님 자녀들이니까 그래도 기도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돌아오긴 돌아오는데, 그런 감춰져있는 부분들 중에서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자기 속에 있는 그런 고민들을 목사님들이 드러내놓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번 포럼에서 그런 것은 내놓지 않지만, 숨겨져 있는 그늘들을 어떻게 터치해 줄 수 있느냐 하는 부분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성겸  : PK와 MK, 우리 아들을 보니까 사춘기 이전에는 말하면 순종하고 이해했는데, 사춘기가 되니까 대들더라구요. “나는 이런 생각인데 왜 그렇게 얘기하십니까?”해요. 그래서 ‘말 잘 듣던 애가 왜 그러지?’하면서 고민이 시작되는 거예요. 아버지의 마음을 아이들이 잘 모르잖아요. 그리고 아이들은 ‘왜 아빠는 저렇게 하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갈등을 해소시키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 갈등 때문에 서먹해지기 쉽지 않습니까? 또 부모 입장에서 “네가 이렇게 해야 정말 잘되는 것이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겠지만 미래를 바라보면서 해라”고 얘기해도 여기선 잘 안통하지 않습니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죠. 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억지로 들어가서도 어차피 1,2,학년 때 전공도 다 바꾸거든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으로 돌아가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서 할 수 있고 거기서 전문가가 되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하길 원한다는 그 마음에 제가 졌어요. 제가 손들었어요.

또 아이들은 환경이 자주 변하고 하니 좀 안정적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큰아이가 PK, MK 수련회 하고 나서 좀 달라졌어요. 같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거기서 많이 치료되고, 회복되었어요. 같은 선교사 자녀이고, 목회자 자녀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같은 또래나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아이들끼리 서로 나누고, 기도해 주고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회복되고, 가족관계도 좋아졌어요.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 기쁘게 봉사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특별히 잘못될 수도 있는 그런 기회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을 붙잡아 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또래의 PK MK들이 함께 그것을 놓고 기도하고 거기에서 눈물로 같이 나누는 것 때문에 우리 아들이 잘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되었는데 목회자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안하면 나중에 더 큰 방황이 있었을텐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교회도 어느 교회 다니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아버지 교회에 가야지요. 문제가 있으면 거기서 해결해야 되고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 주는 게 고마운 거죠.

황기덕 : PK만 해도 서로의 입장들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교회만 하더라도 큰 교회(안정된 교회) PK와 작은 교회(시골교회) PK와 전혀 문제와 의식도 달라요. 저도 개인적으로 목사되고, 목회하면서 우리 가정이나 아이들이 저와 함께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사실 많이 했었거든요. 목사인 저에게 가장 큰 것은 가정인데, 제가 하나님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과 가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 속에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한 번쯤 격려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해 전, 한국에서 외국에 있는 MK들을 초청해서 수련회를 가졌는데 호주에서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갔어요. 한국에서 좋은 호텔에서 위로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는데 아이들끼리 모여서 동질감이 있어서인지 상당히 프라이드도 생겼고, 좋았어요.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마음은 대단한 것인데 그 부분을 치유해 주는 입장이고 위로해 주는 입장인데도 실제로 제 속에 있는 그 부분을 잘하지 못해요. 그러니 우선 저 자신이 잘 정립되어야 하지만 사실 지금은 아이들이 크니까 제가 도움을 받는 형편이거든요. 부모들이 다른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종환 :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일반적인 가정 치유의 원리예요. ‘부모가 변해야 자녀는 변한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가족 치료 상담 배경이 바로 이런 것이지요. 한 내담자와 얘기하다보니 그 아이의 문제가 아니고 그 가족체계의 문제거든요.

패밀리 시스템에 의해서, 그래서 제가 가정치료 책을 보다가 스케이프 고트(Scape goat)라는 단어가 나와서 자세히 보니 청소년 문제를 ‘가족의 희생양’으로 봐요. 가족의 희생양으로 보기 때문에 그것을 바꿔주는 것은 부모가 해야 되지요.
 
준비하는 자에게 두려움이 없다
 
사회자 : 이제, 미래목회를 위하여 미목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을 다루며, 앞으로 미목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소망을 나눴으면 합니다.

김성겸 : 미목포는 시드니와 호주 이민자의 삶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역할과 이민자들의 부모나 자녀 상처를 치유하고 방법을 제시하고 나누는 미목포를 통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지도록 향상시키는 소망과 기대를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황기덕 :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한 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교회나 사회도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의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미래 사회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의 목회를 위해 끊임없는 미래 교회가 어떨 것이며 미래 목회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두가 하나의 예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개 교회도 우리 교회의 10년 20년 그리고 50년 뒤의 예상되는 그림을 한 번 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그때도 함께 하시겠지만 그 일을 위해 우리의 역할을 미리 생각해 볼 필요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 목회를 위해서 미목포가 해야 할 역할들이 분명해 집니다. 개 교회들이 현재의 무거운 짐들 속에 내일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 지식도 부족한 현실적 상황에 있습니다. 미목포가 개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한 미래 교회 청사진을 수없이 그려낸다면 미래 교회에 대한 미래 목회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진이 무서운 것은 분명하지만 지진을 미리 알고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지신이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다”라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이 다시 생각납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이민 역사가 오래된 이민 교회의 미래도 훔쳐볼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정오 : 무엇보다도 목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신학 훈련이야 각 교단별로 목회자 양성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결했을 것 아닙니까? 문제는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관계문제,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준비가 구체적 현안이라 생각됩니다. 즉,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인간관계 문제와 차세대 세움에 대한 교육현안에 대한 문제가 미목포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황기덕 : 미목포가 단순히 몇 번의 단발성을 가진 세미나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심도있게 현장과 그 이름이 가진 것처럼, 미래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원한 물이 생각나면 저절로 냉장고의 물을 생각하는 것처럼 ‘미래 목회’라는 주제가 나올 때마다 저절로 미목포가 생각나는 그런 지나친 욕심마저 없지 않습니다.

특히 호주 한인교회에 분명 도움이 되는 포럼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두 번 하려면 강사만 좋으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이 ‘시간을 투자할 만하다’는 밸류를 안겨주는 것이 롱텀으로 가는 방향일 겁니다. 포럼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매니어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폭발력을 보이며 롱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제2회 미목포 참가자 기념촬영(2013. 12. 동산교회)      © 크리스찬리뷰

사회자 :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보다 나은 미목포를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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