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수가 주는 감동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2/24 [10:53]
지난 2월 7일 개막한 제22회 겨울 올림픽 경기가 러시아의 소치에서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88개국에서 모인 선수들이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루지, 아이스하키 등 7개 종목에서 98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누고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모두 71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2월 23일 현재 금 3, 은 3 , 동 2로  13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새로 작성되는 기록과 함께 뒷얘기가 풍성한데  그 중에서도 이상화 선수와 이규혁 선수가 주는 감동이 크다.

이상화 선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이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했는데 고등학교때 벌써 국가대표선수가 되었다. 이상화가 처음 출전한 세계대회는 2005년 1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터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인데  500m 경기에서 선전하였으나  입상은 하지 못하고 38초 71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후 기량이 날로 향상되어 드디어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겨울 올림픽 500m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다. 이 메달은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금메달이자 아시아 여자선수 중  최초의 동계올림픽 500m경기 금메달이다.

그 후 이상화는 국제경기에 17번 참가하여 16번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고 세계신기록을 4번이나 경신했다. 2013년 1월 20일 500m경기에서 세운 36초 80은 대한민국 여자선수가 세운 최초의 세계신기록이다. 그녀가  2013년 11월 17일 세운 36초 36은 지금도 깨어지지 않은 이 종목의  세계 신기록이다. 

잘 아는 대로 이상화는 지난 2월 13일 500m 경기에서  1, 2차 합계 74초 70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로써 이상화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 1992)와 캐나다의 르메이돈(1998, 2002)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을 2연패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규혁 선수는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와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 신동소리를 들었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24년간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였다. 1993년 독일 월드컵을 통해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렸고 올림픽 경기만 해도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부터 이번 소치대회까지 6회 연속으로 참가한 선수이다. 

단거리 종목의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 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 4차례나 우승하였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단 4명밖에 없는 대기록이다. 2011년에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500m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7년 1000m경기에서 1분 10초 42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 세계기록을 세웠고 2001년에는 1500m 경기에서  1분 45초 20으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500m, 1000m 부분의 세계대회에서 모두 14개의 금메달을 딴 것을 비롯 통산 300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어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2일 남자 1000m 경기기록은 1분 10초 04로 40명 중 21위였다.

이상화 선수와 이규혁 선수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눈가를 적시게 하는 감동을 준다. 이상화가  주는 감동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전까지 한 번도 세계정상에 서보지 못했던 이상화가 그 후 매 경기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더니 2012-2013 시즌부터는 2년 여에 걸쳐 17번의 레이스에서 16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작년에는 4번에 걸쳐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면서 150년 빙상사에 유래없는 신기록 행진을 벌였다. 올 소치올림픽에서 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상에 섰던 사람이 왕왕 저지르는 실수가 교만에 빠져 무너지는 것인데 그녀는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상화는 지독한 연습벌레이다. 유럽선수들과  비교불가인 신장과 체력의 열세를 피땀어린 훈련으로 극복한다. 누군가는 그녀의 우승비결이 꿀벅지에 있다고 했는데 이는 단지 표피만을 본 것이다. 이상화는 체중을 줄이고 근력을 늘이기 위해 하루 6시간씩 강훈을 계속 했다고 한다. 하체의 힘을 키우기 위해 빙상훈련을 할 수 없는 여름에는 사이클링, 계단 뛰어 오르기를 했고 1주일에 2-3회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170kg이나 되는 바벨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정상에 섰던 사람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고 변화와 교정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화가 올림픽을  2연패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노력과 열린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지도해 본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선수로 인정하고 올림픽 3연패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으로 정상을 지켜가는 이상화의 성실함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규혁 선수는 불굴의 투지가 빛나는 선수이다.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목표로 6번씩이나 도전했다. 무려 24년간을 계속 도전한 것이다. 그런 그의 자세를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존경하고 박수를 보냈다. 네델란드 선수로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미헐 뮐더르 선수는  올림픽공식 프로필에 자신의 영웅을 이규혁이라고 소개했다.

세계 어느 대회를 가도 다른 선수들로부터 먼저 인사와 격려를 받는 이규혁이다. 나이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불굴의 도전이 그를 존경받게 만든 것이다. 이규혁 선수는 후배를 아끼고 키워주는데 열심인 사람이다.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선수를 자기 집에 데려다 합숙시키며 훈련을 돕기도 했다. 이상화는 이규혁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따른다고 한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불굴의 도전정신과 후배 선수들의 맨토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감동케 한다.

빙속의 여제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이루었고 천하의 이규혁은 올림픽 노메달의 한을 풀지 못했다. 이상화는 “모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 하며 기뻐했지만 이규혁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표를 세우고 전심전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라는 시편 126편 5절 말씀은 영원한 진리이다.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 일도 있다. “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보니 빠른 경주자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유력자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명철자라고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며 기능자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라는 전도서 9장 11절 말씀도 불변의 진리이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 있으며 이 원리를 아는 것이 얼마나 큰 지혜인지 이번에 두 사람을 통해 배운 바가  크다.

사람들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결과에 따라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라 결과에 관계없이 박수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경주를 지켜 보는 이들이 결과에 관계없이 박수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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