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봉투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4/29 [10:19]
▲     © 아름다운재단


쌍용자동차 노조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사측으로부터 당한 47억원의 손해배상과 그에 따른  가압류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노란봉투 캠페인이 순항하고 있다. 

<시사IN> <아름다운 재단> <손잡고 재단>등이 공동으로 기획한 노란봉투는  10만 명이 4만 7천 원씩 모아 47억 원을 만들자는 모금운동인데 1차 목표액 4억 7천만 원이  15일 만에 달성되었고 2차 목표액 9억 4000만 원은 33일만에 달성되었으며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만 4천 452명이 참여해 13억 869만 원이 모였다고 한다.

노란봉투를 있게 한 <쌍용차 사태>는  2009년 5월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노조지부장을 비롯한 64명의 노조원들이 구속되었다. 회사측은 이들의 농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측에 1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33억 1천 140만 원을 배상토록 했고 경찰이 청구한 13억 7천만 원과 함께 노조는 총 47억 원의 배상금을 떠안게 되었다. 판결에 따라  노조원들에게  즉각 가압류가 실시되어 월급과 상여금, 휴가비는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은행통장등 모든 재산이 압류되었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액과 가압류 실시 등이 가혹하여 쌍용차 이외에도 기업이나 경찰 등 공공기관이  17개 노조에 청구한 금액이 무려 1천69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는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패가망신시킬 정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하였다.

손배와 가압류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월급뿐만 아니라 보너스와  휴가비도 받지 못한다. 6개월 이상 월급을 받지 못한 두산중공업 소속 한 노동자는 이를 절망하여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질러 자살하였다.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35m 높이의 크레인에 목을 메었다. 수입이 없으니 신용불량자가 되고 학비나  의료비를 내지 못해 고통당하고 주거불량에 빠지고  단전단수로 불편을 겪는 일이 일상화 되고 고통은 심화된다. 

한 주부의 편지가 <노란봉투>를 출발시켰다. 편지의 주인공 배춘환 씨는 두 아이의 엄마로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가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시사IN> 이숙이 편집국장에게 현금 4만 7천 원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편지에 감동한 이 국장이 신년호 잡지에 <그저 눈물만 나왔다>는 소감을 덧붙여 이 편지를 소개하였는데 글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너도나도   4만 7천 원을  보내오기 시작했고  또 문의가 그치지 않았다. 화제가 되자 시사IN은 아름다운 재단과  손잡고 노란봉투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배춘환 씨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47억 원 …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 봤더니 4만 7천 원씩 10만 명이면 되더라구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만 7천원부터 내주실 수 있나요?  나머지 9만 9천 999명분은 제가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아니면 다른 9만 9천 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 
 
가수 이효리 씨의 동참은 노란봉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 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라는 손편지와 함께 4만 7천 원을 보내온 것이다.

이효리의 힘은 컸다. 순식간에 모금액은 2억 원을 돌파하였고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자신의 책 <Making The Future>와  함께 47불을 보내왔고 미국에 유학 중인 우주인 이소연 씨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편지와 함께 50불을 보내왔다.
 
60여 개의 출판사가 모여 만든 <인문사회과학 출판인 협의회>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책 한 권을 구매할 때마다 독자와 출판사가 책값에서 470원씩 모두 940원을기부하는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없는 시민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17개월 된 딸이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어떤 사람은  “아이가 완쾌해 살아갈 세상은 좀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며 모금에 참여했다. 6살 난 한 어린이는 자신의 전 재산 2천500원을 봉투에 담아 보내기도 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어떤 이는 “현금을 동봉하지 못함을 사과드려요. 제가 있는 곳이 교도소이다 보니… 우표를 대신하여 동봉합니다. 희망으로 맞서는 일에 작은 희망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아이디 <동네청년>은 “노란봉투 캠페인에 4만 7천 원 기부. 자발적인 기부는 오늘이 처음이구나. 부끄럽다. 앞으로 더 열심히 벌고 더 열심히 기부해야지”라 하였고 아이디 <Kate사랑어준>은 “오늘에서야 노란봉투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는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작은 힘이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 힘내세요>라 썼다.

아이디 <빨간풍선>은  “노란봉투는 자체로 문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만 7천 원이 가지는 의미… 보내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그걸 보게 될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도… 삶이 예술이 되었다” 라는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를 찾을 때 <순자>는  천리마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지만 느린 말도 열흘을 달리면 천리마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제자 <한비자>는  천리마만을 찾는 세태를 비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수영선수가 와야 하는 것은 아니며 굶주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진수성찬을 차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리마를 타면 단숨에 천리를 갈 수 있겠지만 백리마다 한 마리씩 배치해 파발처럼 연결하면 보통말로도 하루에 천리를 갈수 있다고 하였다.

성경에는 이름없는 사람들의 노란봉투이야기로 가득하다. 열흘을 달려 천리를 가는 보통말도 많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한 어린이의 도시락을 포함해서 주님을 도운 많은 사람들, 바울을 도운 이들, 기근으로 인하여 고통하는 예루살렘 교회를 도운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스럽다. 그중에서도 오병이어 기적은  세월이 흐를수록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4복음서가 모두 기록한 모양이다.

주님은 한 아이의 도시락으로 기적을 일으켜 5천 명이 배불리 먹도록 하셨다. 그 어린이의 고운 마음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충만하면 좋겠다. 벳세다 들판은 화려한 건물로 바뀌고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는데 고운 마음은 사라지고 도시락도 사라지고 각박해지고 인색해 지기만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아름다운 재단의 호소를 옮기며 글을 맺도록 하자. 부디 노란봉투를 채워가는 마음이 온 땅에 넘치기를 바라며…

“노란봉투는 분노 연민 답답함의 표현이자 문제해결의 실마리이지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입법자들이 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란봉투는 그들이 더 많이 더 열심히 고민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노란봉투는 이제 모금액보다 참여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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