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선언과 서울 선언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6/30 [11:57]

시대가 너무 어둡고 혼란스럽다. 갈 길을 알 수 없고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깨어 경성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위기의 순간마다 선언문을 발표하여 문제의 실상을 직시하게 하고 그것을 헤쳐나갈 지혜를 보여 주었다. 비텐베르그 대학의 교회문에  95개 조항을 내걸고 개혁을 불질렀던 루터의 전통을 이어받은 때문일 것이다.

그 중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 미국에서 발표된 <시카고 선언 2: 복음주의의 갱신에 대한 요청>과  서울에서 발표된 <한국신학자 140인 서울선언: 성경을 통한 재정향>을 소개한다. 차근히 정독하여 어둠을 헤쳐나갈 빛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바란다.


시카고 선언 2 : 복음주의의 갱신에 대한 요청

시카고 선언2는 1994년 신학자, 목회자, 선교사, 복음단체 지도자 등 8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발표한 교회의 선언이다.  1973년에 발표되어 복음주의 교단에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운바 있는 <시카고 선언> 20주년을 맞아 그 정신과 실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가운데 작성된 것이다.

<우리는 웁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이 선언의 몇몇 내용을 소개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자들 때문에 울며 교회의 선교를 통해 그들이 주님께 돌아오기를 꿈꾼다. 우리는 인종차별 때문에 울고 교회가 화해의 복음을 실천해 주기를 꿈꾼다. 우리는 빈부격차와 기아와 압제 때문에 울고 교회가 경제와 가난의 문제를 다루어 주기를 꿈꾼다.

우리는 폭력과 학대 등 인간의 존엄성 말살 때문에 울고 신앙공동체가 화해자 역할을 하기를 꿈꾼다. 우리는 세대와 남여, 가족의 단절과 성의 왜곡 때문에 울고 신앙공동체가 노인공경, 어린이 존중, 남녀의 상호존중, 건강한 가정육성, 독신자 후원, 결혼서약 지키기 등에 힘써 주기를 꿈꾼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영적공허에 울고 교회가 개인의 정체성, 사랑의 공동체, 삶의 목적, 초월적 가치, 윤리의식을 심어주기를 꿈꾼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파괴하는 탐욕적 자원개발과 소비주의에 울고 교회가 창조세계를 돌보기를 꿈꾼다. 우리는 복음 안의 희망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에 헌신하고 악한 영적 세력을 적대한다.

우리는 예배와 찬양, 말씀과 성례의 우물을 마시며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는 일에 계속 성장하기로 다짐한다. 우리는 하나님과 다른 그리스도인들, 가난한 세계와의 사랑의 교통에 힘쓰고 삶과 언어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기로 다짐한다.

우리는 자기 만족과  기술 의존을 회개하며 국가와 경제제도의 우상을 배격하고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헌신하며 권력과  재물, 자아성취와  안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불편과 고통을 감내한다.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성경의 완벽한 권위에 충실해야 한다. 복음은 회심의 촉구와 사회정의의 촉구 양자를 다 담고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본을 따라 교회는 기도와 예배, 전도와 사회변혁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한국신학자  140인 서울 선언 : 성경을 통한 재정향 

서울선언은  2008년 한국의 신학자 140인이 성경을 통한 재정향이 교회의 살길임을 제청한 선언이다. 선언의 전문 일부와 전체 7조항의 2-3개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동안 성경을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읽어 왔다. 서구 기독교가 서구의 지식 연구 방법이라 할 수 있는 분석적, 해체적, 단절적 방식으로 성경을 접근해 왔고 동양의 기독교 신학자들 역시 그러한 서구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정도로 삼는 경향이 짙었다.

이 같은 부분적 성경읽기는 시대적 상황과 현실 이데올로기에 따라 성경의 읽기범위와 이해의 방향을 임의로 결정하게 함으로써 성경이 시대적 상황해석에 도구화되는 폐단을 낳았다.  

그러나 가변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상황이나 특정문화 속에 성경은 갇힐 수 없다.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는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모든 것들을 측량하고 판단하며 바로 세우는 절대 불변의 기준이자 무한히 샘솟는 생명과 진리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성경에 근거한 삶을 살기로 꿈꾸는 그리스도인이자 성경의 진리를 따르는 신학자로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창조적 해결점을 찾아가야 할 시대적 요청에 직면해 있다. 개인의 신앙과 개교회는 물론 기독교를 받치는 기둥으로써의 신학까지 성경을 통해 재정향해야 하는 것이다.

성경을 통한 재정향(ReOrientation)은 성경에서 벗어난 목회와 신학의 오류에 대하여 유일하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지속적인 회개의 방향 수정을 해나가는 것이다. 교회행정의 불투명성과 개교회의 양극화 및 성장이라는 목적에 편중되어 있는 목회가 성경이 지시하는 복음의 진정성으로 부터 멀어져 있음을 시인하고 성경을 상대적인 요소에 종속시켜온 지금까지의 과오에서 돌이켜야 한다.

더 나아가 성경의 본래적인 뜻을 찾아내며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성경을 바탕으로 모든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근간을 다지는 것이 우리 신학자들의 사명임을 재확인한다.

1. 먼저 우리 한국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부분적 읽기와 그에 따른 성경의 상대화라는 결정적인 과오를 반성하는 가운데 성경을 진실하게 전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을 회개한다. 우리는 성경중심의 신학교육을 하지 못했으며 사회에서 예언자적 역할을 소홀히 했던 것을 반성한다.

4. 우리는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균형있게 인식하며 성경의 본래적 의미를 헤아려 가고자 하는 노력이 시대상황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를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성경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보고 그 성경의 본래 의미를 헤아리는 성경읽기 방법을 제시한다.

성경의 본래 의미에 올바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추구해온 통시적(Diachronic) 성경읽기 방법과 공시적(Synchronic) 성경읽기 방법이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더 깊이 드러나게 하려는 선상에서 어우러져야 한다. 또한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 서양의 분석적 해석과 동양의 직관적 해석의 장점을 함께 살려서 성경을 정경적이며 동시에 심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5. 성경적 기독교는 성경을 통한 재정향에 의해 교회의 본질회복과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셨고 선포하셨을 뿐 아니라 말씀대로 사시고 실천하셨다.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하여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그러므로 성경적 교회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성전을 숙정하신 예수처럼 주님의 몸된 교회의 죄악과 불의에 맞서 싸우며 교회의 참된 회개와 개혁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6. 성경적 기독교는 성경을 통한 재정향에 의해 신학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한다. 신학은 십자가 없는 부활, 고난이 없는 영광, 사랑이 없는 믿음, 따름이 없는 값싼 은혜를 좇는 교회로 하여금 성경을 통해 재정향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7. 성경적 기독교는 성경을 통한 재정향에 의해 지구촌 사회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한다. 특히 하나님이 부정되는 사회에서 비롯되는  생명경시주의, 물질만능주의, 권력지향주의, 파당주의와 사회의 각종 부정부패 및 환경파괴와 생태계 오염 등에 단호히 맞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추구하고 성취해야 한다. 성경이 증언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창조에 있다. 〠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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