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멀티센서리 예배인가? (2)

내 장례식은 정원 앞에서 해줘요

문문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8/25 [11:47]

“하나님, 이젠 저를 딴 나라로 좀 보내주시지요…” 영국에서 한 기도가 3개월 만에 호주에서 응답이 되었다. 동유럽 선교, 박사 과정, 그리고 두 교회를 맡았다. 정말 내 생애 가운데 가장 바쁘고 부지런히 일한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학위는 5년 만에 마칠 수 있었다.
 
“Dr. Moon!”
 
기다리고 기다렸다. 구두시험(Viva)이 끝나자마자 시험관들이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리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자 온갖 소문에다 역사를 자랑하는 시드니한인연합교회가 기도의 응답이 되어 나를 불렀다. 청빙을 위한 별난 시험절차는 생략한다. 시작부터 교회 안팎의 분쟁과 스캔들에 쓰나미를 만나면서 스트레스 수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정말 교회로 온 건가, 아니면 국회로 온 건가?” 사냥꾼이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어수룩한 양 한 마리가 호랑이 굴에 발을 헛디딘 격이었다. 소위 한국적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나는 매 주일 신문에 오르내리는 기삿거리에다 교회 내 스캔들 수습에 대영제국에서 그토록 큰돈 들여 힘들게 받은 Ph.D. 학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문 목사, 얼마 못 견딜걸...” 위로가 아닌 가십거리가 담 넘어에서 들렸다.
 
“멀티센서리 예배”(Multisensory Worship) 소개에 앞서 나의 목회 여정을 되돌아본다. 시리아나 이라크 분쟁 참전 용사는 아니지만, 5년간 참으로 혹독한 목회 전쟁을 치른 후 호주를 떠나며 드린 송별예배가 나의 목회 결론을 말해주었다. 교단 지도자뿐만 아니라 지방국회의원과 시장까지 참석한 송별예배는 그야말로 맹물이 품격을 갖춘 와인으로 변한 예수님의 가나안 결혼식 기적이었다.
 
분쟁으로 인해 연합교회는 오랫동안 송별예배가 없었다. 떠나는 이를 축복해 준 성도들이 아주 고마웠다. “그렇다면 내가 5년 간 무엇을 했길래?” 난 그 대답을 카리스마나 은혜 철철 넘치는 설교에서 찾지 않는다. 나의 시드니목회는 ‘정감목회’(情感牧會) 혹은 ‘정담목회’(情談牧會)였다. 물론 신학사전에 그런 말은 없다. 분쟁에 휘말려 지친 영혼들을 위해 말씀치유와 더불어 정서치유(情緖治癒, Recovery of sentiment)를 시도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와 호주 기후에 맞는 선인장 계통 식물들을 연구했다.
 
“교회 정원 공사를 시작합시다!”
 
어느 주일, 파워포인트로 교회 정원공사와 놀이터를 만들자는 우스꽝스러운 선언을 했다. “목사가 목회가 아닌 정원공사라?” 웃기는 말이었다. 소위 록가든(Rock garden) 제안이었다. 어떤 교인은 놀이터공사 특별헌금을 했다. 트럭을 가져와 정원석과 흙을 날랐다.
 
마치 수년간 분쟁을 거듭해 온 영혼들 모습처럼, 돌처럼 굳은 해묵은 땅을 깨어 부순 뒤 선인장에 맞는 토질을 조성했다. 별난 선인장과 다즙 식물들(Succulents)을 모았다. “너희 교회, 정원대회 한번 나가보지 그래?” 정원공사가 끝나자 친구 목사인 아이반(Ivan)이 말했다.
 
등록하자 심사원들이 교회를 찾았다. 하나님 나라로 가신 권 장로님께서 상장과 상패 그리고 선물을 잔뜩 받아 오셨다. 지방신문에도 연합교회가 떴다!—
 
“The best church garden in the region!” 지역 최고의 교회정원으로 선정되었다.
 
“목사님, 나 장례식은 여기 정원 앞에서 해줘요…” 선인장 가든을 가꾸는 재미로 사시던 어머니 권사님들께서 하신 말씀이다. 지친 영혼들이 교회 스캔들거리를 잊고 자연 속에서 꽃피는 부활의 생명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담임목사를 위한 자동차를 준비하지 못한 교회형편에 장 집사님과 나는 미니버스를 몰고 나가 연세든 신도들과 함께 바닷가와 공원, 식물원과 플라워쇼(Flowers show) 등 자연 속에서 함께 즐거움을 누렸다. “우째 식물들 이름을 그리도 많이 아세요?”〠 <계속>

문문찬|크리스찬리뷰 영국 지사장, 영국 감리교회 런던연회 포리스트지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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