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브릿지와 베드포드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9/29 [12:49]
역경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저런 역경과 여려움을 통해 인간은 철이 들고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 역경의 주인공이 되면 중심을 잃고 무너져 버리기 일쑤이다.
 
잘 알듯이 바울은 투옥 중에 에베소서와 갈라디아서, 빌립보서와 빌레몬서를 썼다. 이 4 서신을 옥중 서신이라 부르는 이유도 그 편지를 감옥에서 썼기 때문이다. 에베소서와 갈라디아서, 빌립보서는 기독교의 교리를 다룬 책인데 지금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그 내용이 매우 심오하다. 이런 글을 쓸려면 저자의 전인격이 극히 정상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감옥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그것의 영향으로 부터 자유한 영혼이 아니면 도저히 쓸 수 없는 글임을 알아야 한다.
 
또 빌레몬서는 돈을 훔쳐 달아난 노예를 위하여 그 주인에게 용서와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의 편지이다. 바울은 그 노예를 옥중에서 만났다. 그가 옥중이라고 비관하거나 나태하여  그의 본업인 복음전파를 중단했다면 빌레몬의 변화는 없었을 것이고 성경에서 가장 따뜻한 책이라는 칭송을 받는 빌레몬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도요한은 연로한 나이에 밧모라는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귀양이라니… 얼마나 참담했을까 ? 하나님은 어느 제자도 누리지 못한 크고 비밀한 축복을 귀양지에 있는 그의 종에게 허락하셨다. 아직 1세기도 안된 교회의 참담한 현주소를 보여 주었고 장차 벌어질 역사의 소용돌이와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보게 하셨다. 그는 맑은 정신으로 그것을 기록하였으니 우리가 읽는 요한계시록이 바로 그 책이다.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는 미국이 낳은 영적인 거인이다. 그의 명석한 두뇌와 깊은 영성은 너무도 탁월하여 여지껏 많은 사람의 칭송을 받고 있다. 모교인 예일대학교는 그의 전집을 27권으로 집대성하여 발간키로 하고 지금도 그 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특강을 하면서 신학생들에게 <뭘 배워 보겠다고 이곳저곳 쫓아 다니지 말고 조용히 앉아 조나단 에드워즈의 책을 읽어라>고 충고하였다.  <마지막 청교도>라는 에드워즈 목사의 별명은 그를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는 1703년에 태어나 1758년에 별세했다. 아버지가 목사였고 외할아버지도 목사였다. 13살에 예일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그는 천재였다. 그의 수석졸업 명패는 지금도 예일대학교에 붙어 있다. 24살 되던 해 외할아버지가 시무하던 메사추세츠 주의 노담프턴 교회 부목사로 청빙되어 목사안수를 받았다.
 
1년 만에 외조부가 돌아가시자 그는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어 1750년까지 섬겼다. 그 기간 중에 그로 인하여 그 마을이 복음화되고 인근으로까지 번져 나가 미국 전역에 대각성 운동이 일어나는 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설교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고 거룩한 삶을 강조하는 청교도적인 것이었다. 그는 이 원리를 목회에도 철저하게 반영하였다. 구원의 확신이 없고 삶의 변화가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세례를 주지 않았다. 세례받지 않은 사람은 성찬참여를 허락하지 않았고 결혼식도 장례식도 주례해 주지 않았다. 그는 이 점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몹시도 엄격하였다. 어느 날 교회의 종줄이 끊어져 종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교인들이 이렇게 수군거렸다. <목사가 종줄을 너무 세게 노려보아 종줄이 끊어졌다>.
 
교인들은 목사의 신앙은 존경하나 목사의 엄격함은 싫어 했다. 그들이 모두 청교도들의 후예임에도 불구하고 청교도의 신앙을 강조하는 목사는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그들은 공동의회를 열어 230:23으로 목사를 쫓아내는 결의를 했다. 교회에서 내쫓김을 당한 목사는 가족들을 데리고 스톡브릿지로 갔다. 그곳은 인디언들과의 싸움이 늘상 벌어지는 험난한 곳이었다.
 
스톡브릿지! 
 
그 고독한 변경의 서재에서 그는 위대한 책들을 집필하였다. 노담프턴  교회의 강대상에서 외친 <진노하는 하나님의 손에 든 죄인들> 같은 설교가 미국을 깨운 대각성 운동의 불씨가 되었다면 스톡브릿지의 서재에서 써낸 <균형잡힌 부흥론>, <참된 미덕의 본질>, <신앙감정론>등의 책은 시대를 넘어 지금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각성을 일으키는 능력의 도구로 쓰임받고 있다. 그가 스톡브릿지로 쫓겨 가지 않았다면 그 책들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그 책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런 영감들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명작은 감옥에서 나온다는 편견을 나는 가지고 있다.
 
뉴저지 대학(지금의 프린스톤 대학교)이 그를 총장으로 초빙하였다. 부임한지 1년도 못되어 천연두 예방주사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그때가 1758년이었다. 신학만큼 관심을 가졌던 과학에 의해 그의 목숨이 끊어진 이 사연을 우매한 나로서는 도무지 풀 길이 없음을 사족으로 부쳐 둔다.
 
베드포드!
 
역경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존 번연 목사의 경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뛰어난 작가요 설교가이다. 우리가 잘 아는 <천로역정>과  <거룩한 전쟁>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가난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역시 땜장이가 되어 그저 필부로 살아가던 중 첫 아이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과 사랑하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하여 몹시 방황할 때 고향교회의 존 기퍼드 목사의 도움과 가르침으로 거듭나게 되고 깊은 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그는 그 감격과 기쁨을 간증하는 설교자가 되었는데 그의 설교는 쉽고 간결하고 감동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의 설교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지 영국 국교회의 수장 존 오웬 박사도 그의 설교를 즐겨 듣고 높이 평가할 정도였다. 찰스 1세가  이를 이상히 여겨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  존 오웬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폐하, 만일 저에게 저 땜장이와 같은 재능이 있다면 기꺼이 저의 학문을 포기하겠습니다>.
 
청교도들을 박해할 목적으로 비자격자들의 설교를 금지하는 법령이 공포되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설교를 계속하다 체포되어 베드포드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감옥에 갇혀 지낸 12년 동안 그는 천로역정을 구상하고 집필하기 시작했다. 12년 후 석방되었으나 금지명령을 어기고 곳곳을 다니며 설교하고 간증하는 일을 계속하다 또 다시 체포되어 투옥된다.
 
재수감된  2년 동안 그는 드디어 천로역정을 완성한다. 재혼한 아내가 감옥이 바라보이는 곳에 서서 그를 석방시켜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그 기도는 천로역정이 완성된 후에 응답되었다. 베드포드 교회가 그를 목사로 청빙하였고 석방되었으며 자격을 갖춘 설교자가 된 것이다.
 
갈수록 세상은 탐욕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무한경쟁이 일상화되고 강자생존, 약자도태가 당연시되고 있다. 삶은 이제 역경과 고통의 동의어가 되었고  <하나님에게는 죄없는 아들은 하나 있다. 그러나 역경이 없는 아들은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낙심하지 말자. 거기에 역경이 있다면 거기에 하나님도 있다. 역경이 한 길로 우리를 엄습하여도 하나님은 여러길로 우리를 피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오히려 역경을 기뻐하고 반갑게 맞아들이자.
 
바울처럼 요한처럼,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와  존 번연 목사처럼 고요를 잃지 말고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 가면서 우리의 <빌레몬서>와  <신앙감정론>과 <천로역정>을 쓰도록 하자.〠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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