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멀티센서리 예배인가? (6)

여물통 목회냐 성채 목회냐?

문문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12/29 [11:44]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사고 및 응급치료를 맡은 영국 공중의료시스템(NHS)의 최전방 A&E(Accident & Emergency)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예산 삭감으로 매년 2천만 명이 넘는 위급한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내 귀에 들리는 말은 이렇다—“살릴 수 있는 영혼들이 죽어 나간다!” 다시 말해, 사고 및 응급치료 차원의 한국적 A&E 목회가 무어냐는 물음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많은 종교-사회적 요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희 맨날 교회 가면서 왜 그리 싸우느냐?” 호주 목회 당시 연합교단 친구 목사들이 가끔 내게 던진 말이다. 물론 농담 겸 진담이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근 반 세기 동안 지구촌 교회 중 구원 상표 특허라도 낸 듯 양적 물적 부흥의 길을 달려온 한국 교회, 그 분쟁의 정신, A&E 치료 대상이다.
 
“구원의 이름으로 대형사고를 불렀다!” 세월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쿠오바디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예수님의 부활 이후 방황하던 제자들에 빗대어 세간은 한국교회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 심지어 미디어들은 작정이라도 한 듯 종교기관의 비리와 문제 먼지털기에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회를 이끌기보다는 사회 먼지털기 대상에 올라간 종교, 분명한 A&E 대상이다.
 

한국 사회는 종교에 대하여 여전히 너그럽다. 덩치가 커지자 국가나 사회가 종교의 눈치를 보는 처지까지 되었다. 한국 종교 기관들은 오늘날 사회봉사 차원을 넘어 특권 누리기 단맛에 빠졌다. 종교기관이 사회특권 단맛에 빠지면 당뇨병을 앓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종교인 납세 문제다. “종교 기관이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늘날 종교-사회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영국 목회자 신분인 필자는 내 손으로 사례비를 만져보기도 전 세금과 기타 사회복지 기금 등을 고스란히 빼간 후 내 손에 순수입이라는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어디 그뿐인가? 해마다 결혼 및 장려 집례 수입을 보고하면 그 세금까지 꼬박꼬박 떼어간다. 종교인들의 지나친 물욕, 분명히 A&E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늘날 영웅 브랜드를 넘어 황제 브랜드로 승격된 듯한 많은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온갖 스캔들로 인해 그들의 명설교에 흠집이 생기고, 신령도는 떨어져 가파른 언덕길로 달음질을 치는 듯하다. 교단장들의 선거문제 시비는 교단법으로 해결할 수 없자 번번이 세상 법정에서 씁쓸한 판결을 보기도 한다. 역시 A&E 치료 대상인 사회-종교 윤리 질병이다.
 
이러한 종교-사회 스캔들과 질병을 앓고 있는 동안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은 하나둘 죽어 나간다. 한국을 찾으신 성령께서 이제 한국 교회와 함께 일하시기에 피곤하신가? 지도자들의 카리스마가 더는 먹히지 않는 것인가? 아직도 수많은 교회가 성처럼 우뚝우뚝 올라가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사람에게 병이 찾아 올 때는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나, 높은 고관이나 천한 사람이나 그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질병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찾아간다. 제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는 사람, 몸에 좋지않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 몸이 필요한 운동을 게을리하는 사람 등등…
 
교회와 목회의 발병 요인 중 그 하나를 말하자면, 그것은 교회 지도자들과 신도들이 기도를 게을리해서도 아니요, 성경을 몰라서도 아니다. 풍족한 사회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유 정신’(the spirit of manger)에서 이탈할 때 병든다. 속된 말로, ‘여물통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지난 12월 우리는 성년이 되신 예수님이 아니라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했다. 여기에 교회의 시작과 목회의 시작이 있다. 이 땅의 교회와 목회가 청빈과 겸손, 소탈과 정감 어린 열정을 잃는 순간 아기 예수님은 교회 곁을 떠난다.
 
교리를 떠나 프란시스 교황의 말씀은 아주 진한 목회의 진액이다—“부자로 사는 수도자의 위선이 교회를 해친다.” 다시 말해, 물욕을 축복으로 코팅한 목회가 얼마나 무서운 사회악인지를 늘 항상 기억하라는 말씀이다. 이는 곧 구유로 돌아가는 목회다.
 
지도자의 권위와 물질에 코팅된 신학이나 설교, 혹은 목회나 예배는 여물통 목회가 아니라 상류계급 특권을 내세운 성채(城砦) 목회다(a citadel ministry). 지도자와 신도들이 이웃들과 함께 모여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심지어 맛도 보고 냄새도 맡으며 함께 진솔한 삶을 나누는 목회는 일종의 멀티센서리 나눔의 목회요 여물통 목회다. 이러한 목회는 동방박사들도 초대받고 천한 목자도 초대받는다. 〠


문문찬|크리스찬리뷰 영국 지사장, 영국 감리교회 런던연회 포리스트지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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