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교 호주 원주민 선교인식여행

선교는 삶이다

글|문종은, 사진|라호윤 | 입력 : 2015/12/28 [15:06]
▲ 모완줌 마을을 방문한 선교팀. 앞줄 가운데 원주민 청년이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 있던 Irvin이다.     © 라호윤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땅의 백성들을 알고 복음으로 섬기는 것은 이 땅에 더불어 사는 이민족으로서의 의무라는 막연한 생각이 원주민 선교에 관심을 가지게 한 첫걸음이 되었다. 동일한 마음으로 교회적으로 선교를 시작하면서 우선 원주민 선교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마침 ‘한인호주원주민선교회’(KMIA, Korean Mission for Indigenous Australians)을 알게 되어 교회는 선교회를 통해 이영식 호주원주민선교사를 후원하게 되었고, 원주민선교의 실상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선교회 총무 정기옥 목사와 AIM(호주원주민선교회)의 Steven Bignell 선교사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가졌고, 이번 ‘선교인식여행’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주님의 지상 명령에 순종하여 교회들마다 선교에 열심을 내고 있다. 특히 12월과 1월에는 각 교회마다 가지는 단기선교로 인해 선교지마다 활발한 사역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선교사들은 각 교회에서 파송된 단기선교팀을 섬기느라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다 효과적으로 중복투자를 줄이고 합리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잘 검증된 선교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재정과 인력의 낭비를 막고 선교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호주원주민선교를 위해 KMIA라는 건강한 선교회가 있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교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사한 일이라 생각된다.
 
KMIA는 2011년 호주원주민선교에 뜻을 같이하는 시드니 한인교회들이 연합하여 설립된 후 매년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여 원주민 선교를 교회에 소개하고, 선교인식여행을 통해 원주민  사역지를 돌아보며 그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원주민 종족 입양과 웹사이트(www.kmia.net.au)를 통해 호주원주민 선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그 사역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 선교팀(왼쪽부터 이석호 집사, 김재복 전도사, 문종은 목사, 정기옥 목사, 이일동 목사, 앞줄 원주민 어린이들과 라호윤 목사)     © 라호윤
 

이번 선교인식여행(Mission Awareness Trip)에는 선교회 총무 정기옥 목사(안디옥장로교회)를 비롯해 김재복 전도사(하늘향기 예닮교회), 라호윤 목사(넘치는교회), 문종은 목사(그레이스장로교회), 이석호 집사(시드니제일교회), 이일동 목사(형통한 교회)등 여섯 명이 함께 했다.
 
Derby People‘s Church, 김성태 선교사

 
이른 아침 시드니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서부 호주의 주도 퍼스(Perth)를 경유해 오후 6시(시드니는 오후 9시)에 Broom에 도착했다. 12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려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마중 나온 김성태 선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선교사는 250km거리에 있는 더비(Derby)에서 3시간을 운전해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따스한 미소와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 그와 함께 우리 일행을 맞은 것은 후끈 불어오는 열풍과 더위였다.
 
비행 중에는 오히려 에어컨 바람으로 겉옷을 겹겹이 끼어 입어야 했던 우리는 Broom공항을 나서면서 연일 40도를 넘나든다는 폭염과 무더위와 싸워야 할 것을 생각하며 ‘이제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들이었다.
 
이미 해가 저문 늦은 시간이고 가야 할 길이 멀었기에 맥도널드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최종 목적지인 더비(Derby)로 출발했다. Broom에서 약 224km 북쪽에 위치한 Derby는 김성태 선교사가 사역하는 Derby People’s Church가 있는 곳으로 우리 일행이 이번 선교 여행 중 베이스캠프로 지낼 곳이었다.

 
▲ Derby People’s Church에서 사역 중인 김성태 선교사. 그는 인생의 황혼을 주를 위해 살기로 결단하고 원주민 선교사로 헌신하고 있다.     © 라호윤
 

김성태 선교사는 올해 67세로 38세 때 예수를 믿은 후 충실한 장로로 교회를 섬기는 것이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50대 후반에 신학공부를 시작했고, 인생의 황혼을 온전히 주를 위해 살기로 결단하고 평신도 원주민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Halls Creek에서 신학교(Bible Study College)를 세워 3년간 원주민 사역자들을 가르치는 사역을 하던 중 현재의 Derby People's Church의 호주인 선교사의 후임자로 사역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더비를 중심으로 반경 500km가 넘는 지역들의 원주민 마을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고 지도자를 양성하는 등의 사역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더비에서의 사역도 3년차에 들어선 선교사님의 사역의 핵심은 사랑이라신다. 고전 13장의 말씀처럼 사랑이 없으면 모든 것이 nothing이라는 고백과 함께 하나님께서 하실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원주민들을 그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 참으로 귀한 분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 호주 개척 시기에 원주민들을 노예로 끌고 가다 임시로 가두어 두었던 나무로 유명한 바오밥 나무 앞에선 선교팀.     © 라호윤
 

Derby 입구에서 만난 술 취한 원주민 청년
 
가는 길에 약간의 긴장이 있었다. 이유는 지난 번 선교여행에서 야간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캥거루와의 충돌로 인해 선교팀이 타고 가던 승합차가 폐차되는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킴벌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고 중 야간에 소떼나 캥거루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땅거미는 졌고, 3시간이나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운전하는 김 선교사도 옆자리에 앉은 목사에게 길을 잘 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중간중간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떼를 만나는 스릴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Derby에 도착하는가 했다. 그런데 Derby 시내 진입 6km 안내판을 앞둔 곳에서 차는 급정거를 해야 했다.
 
어두운 도로 가운데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김 선교사가 경찰서에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고,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일행은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도로에 누워있던 사람은 김 선교사가 사역하는 교회의 Keith 집사의 아들로 Irvin라는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었다. 평소에도 술을 많이 한다는 청년은 이미 술에 많이 취해 있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김 선교사를 알아보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 Derby People’s Church의토요 성경공부.     © 크리스찬리뷰
 

‘Pastor, can you pray for me?’
 
최근 자기 귀에 자꾸만 목을 매 죽으라는 환청이 들려 괴롭다며 기도를 부탁했다. 다시 경찰에 리포트를 한 후 청년을 우리 차에 태워 그가 사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었다. 주일에 교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첫 번째 사역이 되었다.
 
목적지인 People's Church에 도착하니 예정시간이 훨씬 지나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시드니에서 더비까지 오는데 무려 15시간이나 걸린 여정이었다.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모두들 피곤한 몸으로 깊은 잠자리에 빠져 들어갔다.  

 
▲ 모완줌 문화예술센터 안내판     © 라호윤
 

Derby People's Church 사역
 
시차 탓인지 모두들 일찍 일어났고, 큐티 나눔으로 하루를 열었다. 선교여행 일정을 하나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간절한 기도로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아침 큐티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었는데 하나님의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하므로 새 힘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선교여행의 사역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Derby에서 김 선교사가 사역하는 People's Church를 중심으로 교회를 섬기고 성도들과 교제하고 함께 예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킴벌리 지역(Kimberley Region)에 흩어져 있는 People's Church들을 방문하고 그곳의 사역자들과 성도들과 만나 교제하고 격려하고 함께 예배하는 것이었다.
 
Derby에서의 첫 일정은 People's Church의 Bible Study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성경공부에는 10명의 원주민 성도들이 참석했다. 충실한 복음을 원주민들에게 전하는 김 선교사와 원주민 성도들의 열심과 진지한 태도는 원주민 사역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는 충격이었다.
 
그저 원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care해 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원주민 사역이 아니라 그들에게 정확한 복음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신실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 애를 쓰시는 선교사의 열정과 성도들의 진지한 모습은 경이롭다고 할 정도였다.
 
그 같은 선교사의 열정은 이후 이어진 가정 방문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가는 곳마다 김 선교사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바른 믿음을 점검하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한 가정,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기도하고 격려하고 복음을 심으려는 열정은 40도를 넘어서는 무더위보다 더 강했다.

▲ 원주민들과 함께     © 라호윤
 

오후에 400여 명의 원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인근의 Mowanjum Community를 방문해 그곳 원주민들 가정을 돌아보고 기도하며 격려했다. 이곳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했던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마을 입구의 아트센터에는 고대 원주민들에게 특별한 존경을 받던 가장 영적인 존재 ‘완드지나(Wandjina)’라는 신에 대한 암벽화가 그대로 옮겨져 꾸며져 있었다.
 
원주민들을 창조했고, 그들에게 복을 주는 신으로 숭상 받은 그는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Kimberley지역에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가 지은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Baobab)로 알려진 보압 나무(Boab Tree)가 지역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흔했다.
 
가로수나 정원수로도 널리 심겨져 있다. 특히 모완줌으로 가는 길에 과거 호주 개척 시기에 원주민들을 노예로 끌고 가다가 임시로 가두어 두었던 나무로 유명한 'Boab Prison Tree'를 볼 수 있었다. 나무 안쪽에 20명은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호주 원주민들의 아픈 상처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모완줌 마을 방문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쉬려는데 마침 악어사냥을 가느라 만나지 못했던 Keith 집사의 전화를 받고 우리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모완줌을 방문했다.
 
갓 잡아온 듯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는 악어를 앞마당에 두고 우리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다. Keith 집사는 전날 밤 도로에 술 취한 채 누워있었던 Irvin의 아버지였다.

 
▲ 악어를 잡아 온 Keith 집사     © 라호윤
 

하나님은 모든 인종과 민족의 예배를 받으시는 분
 
선교지에서 처음으로 맞은 주일 아침, 우리는 말씀 나눔과 함께 그 날 이루어질 사역 준비로 인해 분주했다. 주일 예배 중에 할 특송을 최종 연습하고, 설교문을 검토하고, 예배를 섬길 구체적인 의논과 특히 오후에 있을 저녁 준비 등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다.
 
주일예배에는 85명 정도의 많은 원주민들이 참석해 한 마음으로 드리는 찬양으로 시작되었다. 선교팀은 Barry 장로가 인도하는 찬양팀에서 함께 섬겼고, 예배 중에 거행된 성찬식을 섬겼으며, 준비한 특송으로 은혜를 나누었고, 라호윤 목사(오전), 김재복 전도사(저녁)의 열정적인 설교는 원주민들의 가슴에 큰 은혜를 끼친 귀한 시간이었다. 킴벌리 지역에서 가장 활성화 된 교회가 바로 김 선교사가섬기는 Derby People's Church라고 했다.
 
모두 진지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고, 선교팀은 준비해 간 기타를 선물로 교회에 기증했다. 함께 예배한 원주민 성도들은 너무나도 따뜻하게 선교팀을 환영하고 교제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원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계시록 7장에서 묘사한 각 나라와 족속과 방언에서 모여든 큰 무리가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찬송하는 천상의 아름다운 장면이 연상되었다. 하나님은 모든 민족과 인종의 예배를 받으실 분이시며, 지금도 선교라는 귀한 도구를 통해 천국 백성들을 부르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100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선교팀과 교회에서 초청한 저녁만찬 초대에 응했다.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지만 이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무더움 속에서도 기쁨으로 열심히 고기를 굽고 섬겼다. 많은 원주민들이 참석했고, 기쁨과 아름다운 교제가 풍성한 시간이었다. 식사 후 저녁예배를 은혜롭게 드리며 주일 사역을 마무리했다.

 
▲ Derby People’s Church의 주일예배 전경.     © 크리스찬리뷰
 

킴벌리 지역에 세워진 원주민 마을들과 교회들
 
이틀간의 Derby사역을 마친 다음 날 선교팀은 Kimberley 지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원주민 마을들과 그곳에 세워진 교회들을 돌아보고, 그곳 리더들과 성도들을 방문하고 격려하기 위해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가능한 많은 지역을 돌아보려는 마음으로 꽤 장거리 운행을 해야 했다.
 
첫째 날 우리는 Looma(120km), Nookanbah(173km)를 거쳐 Fitzroy Crossing(153km)까지 총 446km의 거리를 달렸는데 절반은 비포장 도로였다. 뜨거운 열기로 달구어진 붉은 대지와 가끔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떼와 끝없이 늘어 선 바오밥 나무와 아파트처럼 길게 늘어선 개미집들만 눈에 가득한 그야말로 황량한 땅이었다. 원주민 마을들은 대부분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어려운 황량한 땅에 세워져 있어서 가슴을 아프게 했다.
 
Looma 마을에는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아 눈을 잃고 순교한 전설적인 원주민(Martyr blind Lumerick)이 살았다는데, 2년 전 사역자가 떠난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온통 거미줄과 먼지만 가득했고, 흰 개미(termite)로 인해 교회 화장실은 완전히 무너져 내려 앉아 있었다.
 
2주에 한 번 김 선교사께서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다시 이들을 영적으로 지도해 줄 리더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5명의 원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고 점심을 나누며 진심으로 그들을 축복하고 격려하였다. 한 사람의 헌신된 리더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두 번째 마을 Nookanbah에서 Pastor Dicky 부부와 Denise 장로를 만날 수 있었다.  Dicky는 치매에 걸려 사역을 조카인 프랭키에게 이양했는데, 치매증세로 인해 교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고 교회를 방문해 이 교회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다시 차를 달려 Fitzroy Crossing에 늦은 시간에 도착한 선교팀은 그곳에서 8년간 선교를 하고 있는 Keith와 Pauline 선교사 부부가 제공한 선교회(Western Gospel Ministries) 숙소에서 저녁식사와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었다.

 
▲ 선교팀이 타고 다녔던 낡은 승합차     © 라호윤
 

완전히 닳아버린 선교팀 차량,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
 
Fitzroy Crossing에서 단잠을 잔 선교팀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려는 순간 우리가 타고 다니던 차량에서 큰 문제를 발견했다. 전날 험한 비포장 길을 오랫동안 달린 탓인지 오른쪽 앞 타이어가 완전히 마모되어 타이어에 박힌 철심이 다 드러나 보였다. 순간 모두들 한 목소리로 탄성을 쏟아냈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로 조금만 더 운행을 했으면 분명 타이어가 터졌을 것이고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고, 지난밤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도 감사했다.
 
더구나 선교팀이 묵었던 숙소 바로 옆에 Keith 선교사가 운영하는 정비소가 있어 곧바로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어 은혜 위에 은혜였다.
 
Keith 선교사의 안내로 Fitzroy Crossing을 둘러본 선교팀은 Bayulu, Moongardie, Yiyili Community를 들러 그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과 성도들을 만나 교제를 나누었다.
 
Bayulu에서는 40년의 목회와 그리고 이곳에서 선교사로 4년간 사역하다가 사역지를 옮기게 된 Bobby 선교사를 만나 교제했고, Moongardie에서는 이곳에 예배처소가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 부탁하는 한 자매(Kaye)를 방문하였는데, 때마침 쏟아진 단비처럼 타들어 가는 이 땅에 소낙비와 같은 은혜가 부어지기를 축복하며 기도했다.
 
Yiyili에서는 83세의 고령으로 현재까지 독신으로 지내면서 이 지역을 섬기고 있는 Pastor David Street를 만나 교제했는데, 그는 화가이기도 해 그의 그림이 아트홀에도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Fitzroy Crossing를 출발한 선교팀은 이날도 Bayulu, Moongardie, Yiyili Community를 거쳐 Halls Creek까지 모두 300km를 달리면서 곳곳의 원주민 마을들을 돌아보았다.
 
가는 곳마다 너무나 열악한 원주민들의 삶의 환경과 그 속에서 아무런 내일과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가슴 깊이 저며 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그 영혼들을 품고 복음으로 섬기는 사역자들이 너무나도 귀하게 여겨져 그들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현재 Kimberley 지역에서 사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뒤를 이어 사역할 젊은 사역자들을 세우는 것이 이들에게 최대의 문제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3년간 Bible College를 세워 사역했던  김 선교사도 여전히 신실한 일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 비포장 도로를 달리느라 완전히 마모되어 터지기 일보직전인 타이어     © 라호윤
 

김성태 선교사가 첫 3년간 사역했던 Halls Creek People's Church에서 마지막 밤을 그곳  Pastor Jonathan과 Donald 장로 숙소로 초대해 라면 파티를 가졌다.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찾아온 Jono라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이 청년은 현재는 결혼해 잘 살고 있지만 가끔 가위에 눌리는 경험들이 있어 기도를 부탁했다.
 
수요예배 이전에 Derby에 도착하려는 목표로 일찍 출발한 선교팀은 Derby까지 약 550km를 달렸다. 선교팀을 실은 차는 2박 3일 동안 총 1,300km를 강행군하는 몸살을 겪어야 했다.
 
많은 숙제를 안고 다시 시드니로
 
7발 8일간의 Derby 교회사역과 Kimberley지역 여러 원주민 마을 방문을 통한 선교 일정은 Derby에서  Broom 공항으로, 쏟아진 폭우로 2시간 출발이 지연된 비행기를 타고 Perth를 거쳐 다시 시드니로 돌아와 모든 일정을 마쳤다.
 
감사할 일도 많았고, 안고 온 숙제는 더 많았다. 이번 일정을 통해 원주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 우선 감사하고, 같은 하늘 아래에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삶의 질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놀랐다. 특히 내일과 미래에 대한 소망과 꿈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의 생명력임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런 오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통해 결코 선교는 돈이나 물질이나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이 삶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선교는 삶이다. 삶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곧 선교라는 것이다.

▲ 예배인도하는 김성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또한 사랑으로 이들은 품는 헌신된 한 사람의 섬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았고, 원주민들을 동등한 가치와 인격으로 보고 그들은 진심으로 품는 귀한 섬김에서 주님의 섬김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족속, 모든 방언, 모든 인종을 사랑하고 그들의 예배를 받기를 원하신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 하나님의 높으심을 찬송하게 된다.
▲ 원주민 마을들은 대부분 뜨거운 열기로 달구워진 나무 한 포기 없는 붉은 황량한 대지 위에 세워져 있었다.               © 라호윤
 

비록 오지에 가서 선교를 하지는 못해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경험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아내는 것 역시 선교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일정에 함께한 선교팀원들도 너무나도 감사했다. 좋은 팀으로 함께 한 시간이 늘 감사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

글/문종은|시드니그레이스장로교회 담임목사
사진/라호윤|시드니넘치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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