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은 샘물과도 같다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05/30 [11:21]
입술의 30초가 가슴에 30년이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입술에서는 단 30초 밖에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 말이 가슴에 30년이나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은 씨앗입니다. 말은 분명히 열매를 맺습니다. 좋은 말은 샘물과도 같지만 독이 있는 말은 가슴을 찌릅니다. 한 마디의 말로 상처를 주고 한 마디의 말로 소망을 주기도 합니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의 말입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입술이 앵두 같아야 미인이라고 하는데, 입술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입술 모양이 앵두 같은 사람이 아니라 친절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조상들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여겼고,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이 발도 없으면서 천 리를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으로 매사에 말하는 것을 조심하도록 가르쳐왔습니다.
 
칭찬의 말 한 마디
 
남아프리카 잠비아 북부 고원지대에는 문명적으로 미개한 바벰바족이 살고 있습니다. 바벰바족이 사는 마을에는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기발하고도 독특한 공동 재판 때문입니다. .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죄를 짓게 되면 마을 한복판 광장에다 세웁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모두 광장에 모여 죄인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큰 원을 이룹니다.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렇게 마을의 공동 재판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 대단합니다. 아주 특별합니다. 죄를 짓고 광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향해서 ‘왜 죄를 지었느냐’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을 칭찬합니다. 칭찬하는 말을 합니다. 그 사람이 과거에 했던 좋은 일들에 대해 한 사람씩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의 장점, 그가 했던 선행들 그와 관련된 미담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거되며 칭찬 릴레이가 시작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서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그 사람을 칭찬합니다. 이때 과장이나 농담은 일체 금지됩니다. 웃지도 않습니다.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칭찬하는 말을 합니다.
 
말하자면 그 공동의 법정에는 판사도 없고, 검사도 없습니다. 오직 변호사만 수백 명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죄 지은 사람을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책망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칭찬하는 말, 감사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만이 들렸습니다. 
 
“당신은 아이들을 참 예뻐하는 사람이예요!”
 
“당신은 어른들을 잘 섬겼어요.”
 
“언젠가 마을에 홍수가 났을 때, 당신은 제일 먼저 앞장서서 마을을 지켰어요.”
 
“당신은 목소리도 너무 좋아요. 특히 노래를 부를 때면 우리 마음이 즐거워져요.”
 
“당신은 이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예요.” 등등 수많은 칭찬들을 쏟아냅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 사람을 칭찬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칭찬의 말은 죄를 짓고 위축되어 있던 한 사람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줍니다. 죄책감과 상처를 씻어줍니다. 동시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사랑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해 줍니다.
 
그렇게 칭찬이 다 바닥이 나게 되면, 그때부터 마을에서는 대단한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것으로 공동 재판이 끝이 납니다. 참, 기발하고 멋진 방법입니다. 칭찬의 말이 한 사람을 살리고 또 온 마을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말의 존재론적 능력
 
말은 말하는 사람입니다. 즉 말과 말하는 사람은 다르지 않습니다. 말에는 존재론적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한 말을 하는 이는 선한 사람이고, 악한 말을 하는 이는 악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온유한 사람의 말은 실제로 부드럽고 온화합니다. 거친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는 지금 거칠거나 거친 인생 풍파를 거쳐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늘상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의사들은 환자들이 알 수 없는 용어를 쏟아냅니다.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하고, 호주사람은 영어를 하고, 중국 사람은 중국말을 합니다. 말이 그 사람의 정체성과 성격과 신분까지도 나타냅니다. 말에는 존재론적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사느냐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내 입술에서 나간 말이 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셨고,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행위, 하나님의 사역, 하나님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바로 하나님은 그분이십니다. 이 역시 말의 존재론적 능력입니다.
 
약이 되는 말

 
언젠가 일 주일 동안 목소리가 잠겨서 도통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말만을 했습니다. 불 필요한 이야기, 쓸데 없는 말, 남의 일에 참견하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꼭 해야 되는 말만을 겨우 했습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답답하고 힘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말 안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일단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오해 살 일도 없고, 말싸움을 할 필요도 없고 편안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니까 삶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쓸데 없이 말이 많은 것보다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격언입니다. 사람을 만나보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많은 말을 합니다. 세상 이야기, 남의 뒷담화, 쇼핑한 이야기, 자식 자랑, 돈 자랑 등등 무차별적으로 쏟아냅니다.  
 
그런데 그 만남을 하고 뒤돌아서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기분도 찝찝하고 좋지 않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몇 마디 하지 않습니다. 지루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겨우 한두 마디를 하는데 그 말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 한두 마디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쓸데 없는 말, 불필요한 말까지 애써 쏟아내면서 지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말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약이 되는 말이 있고 독이 되는 말이 있습니다.
 
약이 되는 말에는 ‘감사합니다.’ ‘좋아보이네요.’ ‘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당신 최고예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인상이 좋으시네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등과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듣기만 해도 힘이나고 용기가 솟는 말입니다. 참으로 약이 되는 말입니다.
 
반면에 독이 되는 말도 있습니다. ‘‘정말 실망이야.’ ‘죽지 못해 삽니다.’ ‘너는 왜 늘 그 모양이니’, ‘앓느니 죽지’, ‘인상 참 더럽네.’ ‘너만 보면 왕 짜증이야’ 등등 이상과 같은 말들은 들을수록 기분나쁘고, 힘도 빠지게 됩니다. 정말 인생에 독이 되는 말입니다. 이런 말들을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약이 되는 말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독이 되는 말에는 침묵해야 합니다.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잠언 4:24).
 
좋은 말은 샘물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구부러진 말, 비뚤어진 말을 멀리하고 진실되고 사랑과 격려가 담긴 말을 하고, 약이 되는 말로 서로에게 위로와 평안을 준다면 우리 주변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

정지홍|좋은씨앗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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