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날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김명동/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11/28 [14:39]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BBC 캡쳐>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이태원에서 할로윈(Hallowee)을 맞아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월 14일 아침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8명, 부상자는 196명(중상 31명, 경상 165명)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 이중 호주인은 2명이다.

 

정부는 지난 11월 5일(토)까지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두 번째 숨진 호주인은 시드니 한인 여성

 

호주인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시드니에 한인여성이다. 호주에서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로 일하며 패션 브랜드 창업을 꿈꾸던 저스티나 조(28. Justina Cho) 씨가 사고발생 2주 뒤인 지난 11월 13일 오후 7시경 사망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지가 15일 보도했다.

 

한국에서 3개월 가량 체류 중이던 조 씨는 할로윈 파티를 즐기러 이태원을 찾은 4명의 호주인 그룹 중 한 명이었다. 그와 동행한 시드니 여성 그레이스 라쉐드(23. Grace Rached)도 처참한 압사가 발생한 10월 29일 사망했다.

 

조 씨의 여동생 줄리아(Julia)는 “병원으로 이송된 언니의 심장박동이 다시 돌아온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호주에서 가족들이 건너와 작별인사를 해줄 수 있도록 버텨준 것만 같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까지 가족들을 걱정했다”며 언니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자상했으며 창의적이며 온화했다”고 애도했다.

 

참사 현장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조 씨의 호주인 친구 네이산 테버니티(24. Nathan Taverniti)는 한국정부의 태만을 비난했다.

 

▲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려는 꿈을 안고 한국을 방문한 28세의 저스티나 조(Justina Cho)는 이태원 참사 2주 뒤인 11월 13일 오후 7시경 사망했다.  <사진= SMH 캡쳐>     

 

그는 “한국 경찰은 이런 사고가 발생할 줄 100% 알고 있었지만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응급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군중 압력이 거세져 거리에 늘어선 가게와 클럽 안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라고 말했다.

 

무대책이 부른 ‘이태원 참극’

 

압사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폭 4m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내려 번화가인 세계 음식거리로 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상가가 밀집해 있어 폭이 좁은 데다 가파른 경사를 이루는 지형이다.

 

사고는 삽시간에 몰린 인파로 사고 현장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손 쓸 겨를도 없이 참극이 빚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의 ‘노마스크’ 할로윈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10만 명 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관계 당국과 인근 상인회의 현장관리 등 안전조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현장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건 행사를 주관하는 주체가 별도로 없었던 상황 탓도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태원 참사현장에서 접수된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기관들은 3년 만에 ‘노마스크’로 맞는 할로윈을 앞두고 10만 명의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존에 해오던 수준의 대책을 재탕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들 기관들은 참사 이후에도 책임을 피하는데 급급했다. 경찰은 “관련 매뉴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기가 막혔다. 서로 책임을 미루던 경찰, 구청, 시청, 행안부 수장은 여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참사 사흘이 되어서야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식 회의석상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부는 일주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전국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태원역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고, 각종 행사와 방송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이태원역 출구에는 애도를 표하는 국화꽃과 메모지가 가득했다. 수많은 추모글의 공통점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였다. 메모지를 읽는 시민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할로윈과 이태원

 

‘할로윈'은 미국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다. 유령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사탕을 받아간다. 어른들도 유명 캐릭터 의상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파티를 연다.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된 할로윈은 고대 켈트족의 축제에서 유래했다. 켈트족의 새해(11월 1일) 전날인 10월 31일은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뜻으로, 이후 할로윈으로 불리게 됐다.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100만여 명의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할로윈도 전파됐다. 상업주의와 결탁하며 점차 대형축제가 됐다.

 

할로윈은 한국과는 상관없는 축제지만 미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에도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 등을 중심으로 2000년대 유입됐다.

 

SNS의 발달로 할로윈 의상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젊은 층에서 특히 관심이 커졌다. 독특한 복장을 입고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 젊은 층이 가장 모이는 곳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이다.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1의 유흥지역이다.

 

▲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국내외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합니다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소망은 악몽이 되어 돼 돌아왔다. 이 악몽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며 우리 모두 서로를 위로해야 할 때다.

 

사랑의 하나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사고입니다.

이 민족을 긍휼히 여겨 주세요.

주님, 누구의 잘못도 아닌 저희 잘못입니다.

저희 어리석음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 슬픔과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혜를 주세요.

하루 아침에 가족과 자녀를 잃은

유가족을 위로해 주시고

그들의 삶과 가정을 지켜 주세요.

부상자도 속히 치유돼

일상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김명동|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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