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헤어진 동생을 만나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박 서방 찾기)

이재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1/23 [19:40]

 

▲ 20여년 전 헤어졌던 동생을 찾기 위해 무작정 골드코스트로 갔던 이재연 소장이 동생(오른쪽)을 만나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재언     

 

2022년 10월, 나의 칠순을 기념하고 손녀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호주를 시드니를 다녀왔다. 또 하나의 여행 목적은 20년이 넘게 헤어져 소식을 모르는 친 동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내 동생은 호주의 최대 관광지인 골드코스트에서 택시 운전을 한다는 소식만 들었지 20년이 넘게 그렇게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

 

호주 경찰, 호주 대사관, 그 지역 여행사에게 연락을 했지만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드니와 골드코스트 거리는 950km 정도로 며칠을 머물 생각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려고 하니 아내와 아들은 혼자 가는 것을 결사 반대하였다.

 

여기가 한국인 줄 아느냐고 영어도 못하면서, 극구 반대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하루를 미루고 있다가 기어코 비행기를 타고 골드코스트 공항에 내려 택시 기사들에게 동생의 소재를 물어 보았다. 그런데 1시간도 못되어 동생의 거주지를 알아냈다.

 

▲ 동생 이름과 한국이라는 영문 외에는 자필 한글로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내용을 택시 기사에게 보여 주었는데 극적으로 동생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의 소재를 알려 준 택시 기사와 함께, ©이재언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어느 인도인 택시 기사가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서 동생이 청소를 한다고 주소를 적어주었다. 주소를 가지고 찾아가보니 오전 시간에 1층에서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실향민도, 이산가족도 아닌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보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막 나왔다. 나는 어떤 문제이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사전에는 문제란 단어 자체가 없다.

 

‘서울에서 박 서방 찾기’란 말이 있다’ ‘넓은 호주 땅에서 영어를 못하는 내가 동생 찾기’란 말이 어떤가? 서울에서 박 서방 찾기보다 아마 더 어렵지 않겠는가?

 

동생과 헤어진 사연은 다음과 같다. 20년 전에 동생은 시드니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잘 살았다. 택시를 7대나 갖고 있었으며, 좋은 집에서 살았다. 동생 덕분에 나는 두 명의 아들이 시드니로 5년 동안 유학을 한 덕분에 작은 아들은 시드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 영주권자로 지금은 페인트 공으로 사업을 잘 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호주 UNSW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하였다. 이 아들이 공군 통역 장교를 거쳐서 지금은 현직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직도 미혼이다.

 

이렇게 된 것은 동생이 호주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두 아들이 호주로 유학 와서 공부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돈도 없던 나에게 이렇게 나의 자녀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던 동생이 하루아침에 택시 7대와 집을 날리는 큰 실패를 하게 되었다.

 

내가 동생 사업에 투자를 했는데 미안했는지 동생은 그만 잠수를 타버리고 홈리스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동생이 강원도 엘리야복음선교회(교주 박명호)라는 이단에 빠진 결과이다. 첫 날 만났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2살 아래인 동생은 형인 나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동생은 이단에 빠진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동생 딸 하나는 시드니 아마존에 다니면서 그것 하나로 위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만나자 마자 동생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아직도 이단에 빠져 있는가 하고 검사를 하였다. 다행히도 진작 거기서 빠져 나와 정상적으로 살고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동생이 하는 청소 일을 도와주면서 일찍 일을 끝내고 4박 5일 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오랜만에 진한 형제애를 나누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면서 동생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동생과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왔다. 그런데 아침 비행기가 계속 연착하더니 오후 3시에 시드니로 출발했다. 연착된 시간에 게이트가 여기저기로 변경되어 옮겨 다니면서 당황한 나는 중국인처럼 생긴 사람에게 말을 걸었는데 마침 이분이 브리즈번에 살고 있는 목회자였다. 잠간 동안 말을 걸었다.

 

“혹시 호주에서 발행되는 크리스찬리뷰를 아는가?” 하고 물었는데 그분이 하는 말이 “내가 호주 크리스찬리뷰 브리즈번 지사장이요”라고 하였다. 나는 오늘 점심시간에 시드니에서 크리스찬리뷰 발행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다른 곳에서 앉아 있었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권순형 발행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브리즈번 지사장의 차를 타고 와서 만나 인터뷰를 하자고 하였다. 약속 장소에 가니 권 발행인이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한국의 섬 전 13권의 개정판을 출간한 이재언 소장.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후원했으며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재되어 있다.  ©이재언     

 

나를 기다린 이유는 내가 ‘한국의 섬’ 시리즈 작가라고 예수전도단 하태식 선교사가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찬리뷰 편집진과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나누었다.

 

크리스찬리뷰(2022년 11월 호)에 나온 글의 제목은 “육지에는 김정호, 섬에는 이재언”인데 이를 계기로 호주 한인사회에서 여러 교민들을 알게 되었고,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 책이 호주에 소개되어 기쁜 마음이다.

 

두 주간의 호주 여행이 노년을 풍요롭게 하는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다. 금년 7월에 다시 호주 여행이 계획되었는데 폭풍 성장하는 손녀 이루리를 만나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재언|서울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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