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전문가에서 총영사로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3/02/27 [15:58]

▲ 지난해 12월 중순 주시드니 총영사로 부임한 이태우 총영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크리스찬리뷰     

 

2022년을 마감하는 세모(歲暮)인 작년 12월 15일, 이태우 주 시드니 신임 총영사가 새로 부임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2월 16일 시티 마켓 스트리트(Market St)에 있는 주 시드니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이 총영사가 새로 부임한지 정확히 두 달 되는 날이었다. 기자는 그동안 시드니 한인회 신년 하례회와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신년 하례식에서 총영사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

 

특히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신년 하례식에서는 이 총영사가 ‘북한 핵문제와 담대한 구상’이란 제목의 특별강연을 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북한 문제 전문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되다

 

그는 정통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지만 다른 외교관들과 달리 북한 핵문제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룬 북한문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기자도 이번에 이 총영사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외교부가 북한 문제를 취급하는 주요한 부처인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주로 담당하는 부처는 국정원, 통일부, 국방부 그리고 외교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996년 외무부에 들어가 연수를 마친 후 처음 일했던 부서가 특수 정책과라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북정책 협력과라는 곳인데, 외교부에서도 북한문제와 남북관계 등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처음부터 제가 이쪽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서 외교부 근무하면서 전반적으로 이분야에서 많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총영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에 외무부(외무고시 제29회)에 입부했다. 물론 정통 외교관으로서 해외 근무도 했지만, 한국 본부에서 북한·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업무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가 당시 외무부에 입부해서 처음 담당했던 업무도 대북정책 협력의 업무였다.

 

“제가 북한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국제관계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우리 나라의 분단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분단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서 기인한 것이고, 냉전 이후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상황에 놓여이것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외교의 큰 숙제 중의 하나인데, 정치 외교학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외교부에 들어가 이문제를 다루고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핵 외교 기획단장

 

이 총영사는 시드니 총영사로 부임하기 전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역임했다. 그것은 그가 외무부 입부시부터 그동안 꾸준히 북한·북핵 관련 일을 담당했고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2000년 미국 몬테레이 대학원(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핵 비확산 연구소(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에서 국제 정치학 석사과정을 공부할 때도 핵·생화학 무기와 관련하여 공부했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질 수 있었다.

 

“북한 핵문제는 외교부가 주무 부서입니다. 제가 북핵 외교 기획단장을 할 때인 2021년부터 2022년에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했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전례 없는 미사일을 발사하였습니다.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8발을 포함해서 탄도 미사일을 무려 70발이나 쏘았습니다.

 

북한은 자기들의 미사일을 다종화하고 정교화하기 위해서 미사일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적으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대응해야 하지만, 외교부는 국제적으로도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포괄적인 경제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강력한 유엔 제재로 인해 석탄, 철광석 등의 수출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암호 화폐 해킹, IT 인력 해외 파견 등을 통해 수억 불을 벌어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달된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북핵외교기획단장으로 일할 때 이러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막기 위해 “한미 사이버 워킹그룹”을 발족시켜 이를 차단하기 위해 한미가 적극적으로 함께 노력해 오고있습니다.

 

그는 북한문제에 대해서 특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영사업무 역시 많은 스토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는 이 총영사에게 지난 시절 외교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2018년 리비아 한국인 근로자 피랍사건

 

2018년 7월 6일 오전 8시경, 리비아 남부 자발 하사우나(Jabal Hassawna) 지역에서 무장괴한들이 필리핀인 3명과 한국인 기술자 1명을 납치한 사건이 벌어졌다. 납치당한 한국인은 리비아 현지 대수로 시설을 관리하던 62세 남성이었다. 이때 이태우 총영사는 주리비아 공사 참사관으로 근무할 때였다.

▲ 주 시드니총영사관 민원실 입구에서 이태우 총영사.©크리스찬리뷰     

 

“그 당시 리비아는 내전상태에 있어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리비아로 부임 받아 갔을 때는 이미 리비아 한국대사관이 튀니지로 옮겨 가서 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리비아 트리폴리의 상황이 조금 개선될 상황이 보여 트리폴리로 교대근무하는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리비아 남부 지역의 자발 하사우나 지역의 대수로 관리 시설에서 한국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원래 이때 리비아는 안전하지 않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우리 국민들은 정부허가 없이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돈을벌기 위해 들어간 것입니다.

 

피랍 소식을 듣자마자 저와 대사님과 행정직원 한명 이렇게 셋이 트리폴리로 들어가서 트리폴리에서 약 10개월을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을 구출하기 위해 남부 지역 리비아 정치인들, 통합정부의 관료들을 접촉하면서 생존증거들을 받기도 하고 그분을 구출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었습니다.

▲ 이태우 총영사 내외는 마가렛 비즐리(Margaret Beazley) 호주 N SW주 주총독 내외를 부임 인사차 예방했다.(2023. 2.22) ©주시드니 총영사관     

 

▲ 이태우 총영사는 호주 외교부 NSW주 사무소에서 크리스핀 콘로이(Crispin Conroy) 호주 외교부 NSW주 사무소장을 면담했다.(2023. 2.16) ©주시드니 총영사관   

 

▲ 태우 신임 총영사는 시드니한인회를 방문, 강흥원 한인회장 및 한인회 임원들과 부임 인사를 나누었다. (2022. 12.19) ©주시드니 총영사관     

 

그때 제가 트리폴리 시내의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트리폴리 민병대끼리 교전하면서 포를 쏴서 제가 묵던 호텔 바로 옆 호텔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분은 무사히 풀려났습니다. 이때 외교관으로서 참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총영사는 트리폴리가 또 다시 내전에 휩싸이게 되자 대사관 인원들이 결국 다시 튀니지로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총영사가 리비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튀니지로 돌아오고 나서 확인해 보니 그가 비행기를 타고 나온 직후 공항이 전투기의 폭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생사의 희비가 불과 몇 분만에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 총영사는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외교관으로서 해외에 있는 교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외교부에서 근무한지 27년째 이다. 그동안 해외 근무는 뉴욕에 있는 주유엔 대표부 1등 서기관, 주 쿠웨이트 대사관 1등 서기관, 주 미국대사관 참사관, 주 리비아 공사 참사관 등을 역임했다. 그리고 북핵 문제전문가로서 대북정책 협력과장, 북핵협상과장, 북미국 심의관, 북핵 외교 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00년대 초 경수로 준비기획단에 근무할 당시 북한도 5차례 방문한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

▲ 20기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2023 신년 하례식에서 강연하는 이태우 총영사(2023. 1.28) ©주시드니 총영사관     

 

전문가이면서도 다방면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자가 이 총영사를 다른 외교관들과는 달리 북한 문제 전문가라고 부르자 그는 외교관은 specialist이면서 또한 generalist 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그는 외교관 인생 27년 동안 북핵문제 전문가이면서도 영사로서의 일들 또한 성실하게 감당해 왔다. 이제 시드니 총영사로서 시드니에서의 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시드니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시드니 동포사회가 70년에 가까운 이민 역사 가운데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안정되어 있어 그동안 교민들이 노력하고 수고하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제가 시드니 부임한 후에 시드니한인회, 민주평통과 여러 한인단체 관계자분들을 만나뵙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더많은 동포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소통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특히 호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민 1.5세나 2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호주 주류사회에서 자기 역할들을 훌륭히해 나가며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인 사회가 더 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역량이 있는 차세대 동포들께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기 위해서 많은 차세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총영사관에서는 웹페이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한인 사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동안 한인동포 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동포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인 동포들께서도 총영사관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태우 총영사는 골드코스트 소재 QLD주 한국 전쟁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2023. 1. 25) ©주시드니 총영사관     

 

저희 총영사관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주경식 본지 편집국장

사진/권순형 본지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