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와 우리를 도우라

김우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3/27 [16:03]

▲ 바울과 실라가 데살로니가에서 쫓겨난 후 베뢰아로 들어가 전도했던 베뢰아 회당 앞에서 학술 탐사 팀의 기념 촬영. ©AC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승천하신 후에 흩어진 예수 공동체의 제자들과 사도를 통하여 복음이 예루살렘을 넘어 온 땅을 향하여 전하여진 사실은 이방인과 같은 우리에게 늘 감사요 감동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사도 요한이 기록한 계시록의 일곱 교회들이 있었던 튀르키예 소아시아 땅의 도시들과 사도바울의 2차 전도 여행의 길, 옛적 믿음의 선한 사람들이 걸어갔던 사도행전의 도시들, 바울이 그토록 가고자 하였던 로마까지 알파크루시스대학교 신약 학술탐사팀은 ‘

 

다시 복음의 확장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여행을 떠났다.

 

성서가 기록된 장소들과 성서 속의 흔적들이 녹아있는 사도행전의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성경에 쓰인 말씀이 더 가까이 있음을 느끼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사도행전 16장을 시작으로 새벽마다 경건의 시간을 팀원들과 나눌 수 있음은 우리의 여정을 더욱 풍성히 하여 주었다.

 

이스탄불을 거쳐 현재 튀르키예 땅의 소아시아 일곱 교회의 도시 탐방 후에 그리스의 여정은 정말 기대 이상의 시간이었다.

 

한국인의 기술로 2022년 3월에 완공된 챠나칼레 ‘1915 대교’를 통하여 튀르키예 서부 차나칼레를 떠나 유럽의 첫 관문을 지날 때는 또 다른 뿌듯함이 다가왔다.

 

이 다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여러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세계 최장거리의 현수교라고 한다. 풍랑의 위협에 맞섰던 바울의 여정 대신에 우리 팀은 편하게 이 현수교를 지나 마게도냐로 향하는 그리스 여정을 시작하였다.

 

▲ 네압볼리에 있는 바울기념교회 (St. George Church) ©AC     

 

네압볼리, 유럽 전도의 문이 열리다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서 보여주신 하나님의 비전에 순종하여 유럽 땅을 복음화하는 역사를 시작하였다. 마게도냐로 건너와 도우라는 환상을 통하여 아시아를 막으시고 유럽으로 인도하시는 예수의 영에 순종한다.

 

바울이 에게해 바다를 배로 건너 도착한 유럽 땅 마게도냐의 네압볼리, 빌립보, 데살로니가, 아가야 지역까지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복음 공동체를 개척한 곳을 학술탐사 팀이 밟게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튀르키예의 차냐칼레를 떠나 그리스의 가이드와 운전자를 만나 처음 간 곳은 그리스의 네압볼리다. 현재 ‘까발라’라 불리는 네압볼리는 유럽 전도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바울의 2차 전도 여행 당시엔 동서양을 뱃길로 잇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였고, 비잔티움에서 로마에 이르는 에그나티아 도로가 지나는 곳으로 로마가 무역과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한 도시이기도 하다.

 

▲ 로마시대에 축조한 빌립보 원형극장.©AC     

 

‘에그나티아’ 도로는 마게도냐의 총독으로 부임한 에그나티우스의 명령으로 건설되었으며 25년간 1120km에 이르는 로마 제국의 명성에 걸맞는 대표적인 도로였다. 우리 팀은 바울 당시의 에그나티아 도로 일부를 볼 수 있었다.

 

네압볼리 도심 속 항구 가까이에 바울의 도착을 기념하는 사도바울 기념교회를 둘러보았다. 현재도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로 사용 중인데 교회 입구 정면의 벽화에 그려진 드로아에서 바울이 환상을 보는 장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 그리고 마게도냐 땅에 도착하는 장면이 그려진 모자이크 벽화가 상징적이다.

 

사도행전 16장을 읽는다기보다 모자이크 벽화를 통해 눈으로 목격하도록 해주는 듯하였다. 배에서 내린 사도바울이 처음 밟았으리라 추정하는 바윗돌을 교회 바로 앞에 놓아두었는데 바윗돌 옆에 살짝 내 발을 가져다 두는 용기를 내어보기도 하였다.

 

어림없는 나의 발걸음이 부끄러웠으나 아주 조금이라도 바울의 발자취를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기도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빌립보, 루아디라 기념교회

 

네압볼리에서 16km 정도 달려 도착한 유럽의 낯선 도시 빌립보에서 사도바울은 튀르키예 두아디라(Thyatria) 출신의 자주 장사 루디아를 만나 복음을 나누고, 그 여인은 유럽 최초의 그리스도인이 된다. 루디아를 만났던 그리고 세례를 준 물가에 정말 너무도 아름다운 루디아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다.

 

그리스 정교회가 루디아를 성인으로 추대하였고, 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정을 모아 1974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교회 내부에는 돔 형식의 천장에, 요단강에서 세례받으시는 예수님이 모자이크로 그려져 있으며, 입구 바닥에는 바울의 2차 전도 여행이 모자이크화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가을이 담뿍 담긴 그리스 날씨와 단풍이 물든 나무들과 어우러진 루디아 기념교회는 정말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복음을 듣고 자신과 온 집안이 함께 세례를 받고 세상의 부유함이 아니라 믿음의 부요함을 더 귀히 여기고 하나님을 경외하였던 루디아의 신앙이 더 아름다운 듯하였다.

 

자주 장사 루디아를 기억하도록 기념교회에서 파는 자주 스카프를 선물로 받게 되었는데 이 빌립보를 그리고 루디아의 신앙을 더 소중히도 간직하게 될 것 같다.

 

빌립보에서 점 치다가 바울에게서 복음을 듣고 변화 받은 여종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히게 된 바울, 바울에게 복음을 듣고 구원을 받은 빌립보 감옥의 간수와 가족들은 이제 유럽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된 것이다.

 

빌립보에서 만나게 된 루디아, 점치던 여종 그리고 감옥의 간수와 가족 이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속의 역사 인물이 아니라 정말 살아 있는 복음 증거의 열매처럼 다가오면서 언제 어찌 만날지 모르는 그 한 영혼이 너무도 귀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 학술팀은 감옥터가 있는 빌립보 유적지 터 내에 원형 경기장에서 7미터 아래에 성도들을 집어삼키고자 기다리던 굶주린 사자들을 가두었던 곳 위에 서서 ‘십자가 군병들아’를 찬양으로 올려드리며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수많은 유혹과 고난 앞에 복음의 갑주 입고 우리의 맡은 자리에서 충성을 다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하였다.

 

데살로니가

 

빌립보를 떠나 바울 당시의 번성했던 도시 암피볼리 지역을 지나서 160km를 달려 데살로니가에 도착했다. 기원전 316년에 세워진 데살로니가는 알렉산더 대왕 누이동생의 이름을 딴 테살로니키(데살로니가)였고, 146년 이후 로마의 마게도냐 지방의 수도로서 로마와 비잔틴을 잇는 에그나티아 가도가 지나는 군사 및 상업 기지로서 정치적 상업적 요충지였으며, 지금도 그리스 제 2의 도시이다.

 

도심의 대부분이 1917년 대화재로 파괴되었으나, 20세기 재건된 도시는 현대적인 유럽식 배치와 에게해를 끼고 보이는 아름다운 절경들과 크고 작은 배들의 분주한 움직임들이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할 것은 사도 바울이 이 도시들을 전략적으로 택한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철처하게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도시 인구의 절반이 넘는 유대인들의 회당을 찾아 복음을 전하던 바울의 모습이다.

 

그리스도와 예수의 부활에 대한 설교는 바울을 고소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바울은 우상을 섬기던 데살로니가 사람들이 죄에서 돌아서서 거룩하고 흠 없이 하나님 앞에 서는 자들이 되도록 데살로니가 교회를 향하여 첫 편지인 데살로니가 전후서를 보낸다.

 

데살로니가 도시가 간직한 역사의 장소들인 화이트 타워와 알렉산더 대왕의 동상, 젊은 나이에 신앙을 인하여 순교한 디미트리아스 성당의 미사를 경험한 것도 먼 옛날의 이야기가 끊어진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오늘의 역사의 흐름 가운데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바울에게는 제국의 대로 위 수많은 도시나 그 외 지역의 소도시들도 동일한 선교지였을 것이다.

 

학술탐사팀은 다시 데살로니가로부터 아테네 방향으로 70km를 달려 베뢰아에 도착하였다. 베뢰아는 근처에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으로 알려진 벨라만큼 중요한 도시는 아니었으나 데살로니가에서 복음을 전하다 쫓겨난 바울 일행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돌보아준 곳이다.

 

유대인 회당에 들어가 전한 바울의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진리를 받아들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성경을 상고한 베뢰아인들의 기록을 보면 바울을 이곳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이 계셨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베뢰아에는 흩어진 유대인 공동체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 그리스 제2의 도시이자 무역항인 데살로니가 해변에 알렉산더 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AC    

 

현재는 관공서나 여행객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도행전 17장의 말씀처럼 베뢰아 사람들의 너그러운 마음과 진리에 대하여 열려있는 마음을 칭찬했던 바울의 심정이 느껴졌다.

 

베뢰아 도시 안에 유대인 공동체 마을은 작은 강가 옆에 지어져 있는데 하나님께 나아갈 때마다 치루는 그들의 정결의식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지금도 그 예전처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사도 바울이 강론할 때에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듣고 있던 베뢰아인들을 그린 기념교회 벽화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겸손해진다.

 

믿음의 조상들이 걸어갔던 옛적 선한 길이 우리 때에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 가운데 계속 흘러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사진= 알파크루시스대학교>

 

김우정|뉴송 프로젝트 차세대 사역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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