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바보 vs. 행동하는 지혜자

서을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3/27 [16:17]

“너희 중에 지혜와 총명이 있는 자가 누구냐 그는 선행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온유함으로 그 행함을 보일지니라”(야고보서 3:13 )

 

“너 지혜롭고 총명하니? 행동으로 보여줘 봐!” 참 당돌하다. “누가 감히 이런 말을! 아~, 그분,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믿소? 사소!’를 도전하셨던 그분의 말씀이다.

 

생성 인공지능(ChatGPT)이 몰고 온 바람이 거세다. 목회, 사진, 청소하는 N잡러(다중 직업자)답게 나 역시 관심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놀아봤다. 기대 이상이다.

 

목회 영역에서 설교도 만들어 준다. “write an easy and simple sermon on the Gospel(복음에 관한 쉽고 단순한 설교 하나)” 했더니, 곧바로 쓰고 답하기 시작한다. “modify the above in an appealing way to intelligent people(지성적인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게 위 내용을 손 봐줘)” 했더니, 뚝딱 뒷손질해준다. “add some illustrations(예화 몇 개 추가)” 했더니, 그쯤이야. 깔끔하다. 참 똑똑한 목사다.

 

사진 영역에서도, 사진에 상당한 식견 없이는 사람이 주문하는 조건 대로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학습이 불완전해 자주 손가락 개수가 무작위로 부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점 등이 아쉬우나, 기대 이상으로 멋진 사진사다.

 

청소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은 특정 청소에 필요한 재료나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아직 실제로 청소시켜보지는 못했다. 설교는 말로, 사진은 기술로 실행하나, 청소는 직접 몸을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다. 행위에서 약하니, 아직 좋은 청소부는 아니다.

 

야고보가 생각한 참 지혜와 총명은 무엇일까? 선한 말과 행실 그리고 온유다(원문에서 선행은 두 단어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행’으로 번역된 ‘아나스트롭훼’는 ‘말’로도 번역될 수 있어서, 선한 말과 행실로 이해하면 더 좋으리라.)

 

그가 이 성구의 전후에서 언급하고 있듯, 한 사람의 삶에서 선한 말과 행실 그리고 온유함을 볼 수 없다면, 이 사람은 단지 스스로 지혜 있는 체하는 사람일 뿐이다. 혹 생성 인공지능이 이런 놈 아닐까?

 

쉬운 지름길을 굳이 마다하고 돌아갈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하여, 누구나 앞으로 급속도로 인공지능을 이용할 텐데, 속지 말자. 인공지능은 거짓말의 능수다. 사용 경험으로 보면, 평범한 일에 일반적 정보는 질문자가 상식선에서 판단하기도 쉬워 다행이지만, 좀 더 특수화 구체화할수록 질문자는 거짓 정보의 위험에 노출된다.

 

정보의 바다에 널린 온갖 정보를 섭렵한 인공지능이 눈 깜짝할 시간에 진짜와 가짜가 적당히 섞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사실처럼 알려주니, 쉽게 속는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이 터키어 배우기 어려운지 물으니 한국어는 주어 동사 목적어 순인데 터키어는 주어 목적어 동사 순이라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내가 한국 사람이 아니면, 인공지능이 한국어를 영어 어순처럼 이해하고 말하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짜뉴스’가 늘면서 ‘팩트체크’가 필요해졌다.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정보가 더 늘어나면서 정보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니, 사실 확인은 필수다. “행복을 추구할수록 불행하게 됐다”라는 어느 기사 제목을 본 적 있는데, 정보를 추구할수록 바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인공지능이 문자로 된 자료만이 아니고 영상 정보까지 문자화하여 학습한다고 하니, 자기의 말이나 글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전에, 이미 남의 것으로 가공되어 탈탈 털리는 일이 훨씬 더 빈번해질 듯하다. 그러나 낙심할 이유는 없다. 신앙인으로서 지금까지 단순한 정보 이용자가 아니고, 행동하는 지혜자의 길을 추구해왔다면, 그 자체로 놀랍게 축복받은 여행을 해온 셈이니까.

 

'명예로운 삶을 통해 당신의 지혜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NLT(New Living Translation) 번역은 이런 점에서 탁월하다. 2, 3차 자료보다 성경 원문이 중하듯, 글이나 말은 물론이고 삶에서도 모방, 인용, 표절로 점철된 가짜가 아닌, 부르심에 응답하는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과 삶(original thought and life)이 중하지 않은가?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정보 바보가 되어 가짜로 살지 말고 행동하는 지혜자가 되어, 선한 말과 행실 그리고 온유로 고유하고 희소성 있는 진짜 삶을 살자. 〠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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