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를 넘어 화합과 번영으로

김신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4/17 [10:05]

▲ 호주에서 생산되는 곡물, 과일, 야채, 계란, 와인, 잼 등을 지역별로 화려하게 디스플레이하여 울워스 돔에서 전시하고 있다.©크리스찬리뷰     

 

매년 부활절 즈음에 열리는 시드니 로얄 이스터쇼에 방문하는 이들에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지난 1년 동안 땀의 결실을 모아 한자리에서 서로 맘껏 자랑하고 선의의 경쟁하며 진정한 격려를 통해 새로운 힘을 복돋는다.

 

기자는 매년 시드니 로얄 이스터쇼를 방문하며 그들이 온몸으로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많은 것을 배운다.

 

솜사탕 하나에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서부터 놀이기구에 신이 난 젊은이들, 그리고 1년 동안 눈물로 키워낸 각종 농작물과 가축들로 인하여 뿌듯한 자신감이 가득한 주름 짙은 1차산업 종사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온몸으로 품어내는 말 한마디에 귀기울여본다.

 

특별히 작년(2022)은 이스터 쇼 20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코로나 팬더믹이 아직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진행된 대규모 행사였지만, 군경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서 일사분란하게 서로 협력하며 화합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는 이제 201주년의 새로운 서막을 열기에 충분했다.

 

이스터 쇼의 역사 속으로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Sydney Royal Easter Show)는 호주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행사이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농축산 장려 행사 중 하나이다.

 

1822년에 설립된 뉴사우스웨일즈 왕립농업협회는 열악한 식민지의 농촌 산업을 장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1823년에 첫 번째 쇼를 개최하였다. 첫 번째 이스터 쇼는 시드니 타운에서 서쪽으로 24km 떨어진 파라마타 공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이스터 쇼는 파라마타에서 프린스 알프레드 공원으로 옮겨졌으며, 1881년 뉴사우스웨일즈 정부는 무어 파크에 있는 왕립농업협회에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그 이후 116년 동안이나 그 장소에서 열리게 되었다.

 

▲ 개막식에서 마가렛 비즐리 NSW 주총독이 사열한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RAS     

 

쇼는 점점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에 힘입어 1998년부터는 홈부시 베이에 있는 시드니 올림픽 공원 구역 내의 전시장으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스터 쇼는 1869년 이후 중단 없이 계속되었으나 1919년(스페인 독감 발생 중), 1942년~1946년(제2차 세계 대전 중) 및 2020년(COVID-19 대유행 중)을 제외하고는 200년 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되어오고 있다.

 

1차 산업에 해당하는 농축산물 격려 행사가 2세기를 넘는 기간 동안 한결 같은 모습으로 매년 성대하게 개최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주인들이 이 땅의 자산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다.

 

화합을 이룬 이스터쇼의 개막식

 

4월 7일 금요일에 개최된 공식 오프닝 행사에서 군악대와 호주 연방군(Federation Guard)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한 마가렛 비즐리 (Margaret Beazley) NSW 주총독은 사열한 장병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며 격려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권위적이지 않은 호주인 특유의 친근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진행된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의 환영식에 뒤이어 NSW 왕립 농업협회 (The Royal Agricultural Society of NSW)의 회장인 마이클 밀너(Michael Millner)와 마가렛 비즐리 주총독의 환영 인사 연설은 모든 호주인들의 자긍심과 경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그랜드 퍼레이드, 우리는 그대들을 존경합니다.

 

이스터 쇼의 최대 볼거리는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그랜드 퍼레이드(Grand Parade)일 것이다. 이 상징적인 행사는 1907년부터 계속되어져 왔다. 호주 농축산의 정점을 축하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이 퍼레이드는 호주 축산산업의 전모를 볼 수 있는 행사이기에 큰 기대를 품고 경기장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 그랜드 퍼레이드에서 각종 동물들이 입장하고 있다.©크리스찬리뷰     

 

그랜드 퍼레이드는 언제나처럼 녹색의 코트를 입고 회색의 말을 탄 경비병들에 의해 호위되어지며 행사가 진행되어진다. 그리하여 수많은 가축들이 입장함에도 불구하고 행사 내내 질서가 정연하게 유지되어지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참석한 모든 호주인들은 그들에게 조용히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그대들을 존경합니다!”라는 표현하는 기회가 된다.

 

한 가지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침묵’이다. 농장의 고요한 아침과 평화로운 분위기에 더욱 익숙한 동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그랜드퍼레이드의 참가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기보단 친근하게 손을 흔들며 그들이 메인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침묵’으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 2023 시드니 로얄 이스터 쇼 하이 라이트의 다양한 장면들. ©RAS     

 

땅의 수확을 기뻐하는 농부의 미소

 

매년 참석하는 이스터쇼에서 기자가 흥미있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전시가 바로 농업 분야의 최고 농장을 가려내고 그들이 생산한 자랑스러운 농산물을 맘껏 자랑할 수 있도록 한 전시관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거대 호박이 참가자들의 제일 큰 관심을 끌기도 하는데, 122킬로그램에 달하는 호박 앞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노년의 농부가 너무 멋져보이는 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글렌의 나무 자르기 대회

 

이스터쇼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인기 종목은 바로 나무 자르기 대회(Wood Chopping & Sawing Competition)이다. 10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시드니 로열 우드 초핑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있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통나무를 눕혀서 자르기도 하고, 세워서 자르기도 하고, 3미터 이상의 상당히 높은 나무를 도끼로 찍어 한발 한발 올라가 정상에서 나무를 도끼로 자르는 시합까지 다채로운 경기가 매일 진행되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스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호주 역사의 소중한 유산들

 

이스터 쇼는 농축산물 뿐만이 아니라 호주 역사의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진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호주인들의 세심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로얄 이스터 쇼 . 이스터 쇼는 2세기를 넘어 201년이라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다.©크리스찬리뷰     

 

특별히 눈길을 끌었던 전시는 1970년에 시드니 시티와 노던비치 라인에 실제로 운행되어졌던 Leyland Atlantean 이층 버스였다. 헤리티지 파빌리온에 전시되어진 이 버스엔 많은 참가자들이 직접 시승도 할 수 있었고, 매우 친절한 봉사자들에게 자세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더불어 동시대에 운행되어졌던 시드니 택시도 함께 전시되어졌으며, 여러 흑백사진들과 작은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어져 호주 역사에 담긴 소중한 생활상들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어졌다.

 

어제의 소중한 유산을 귀히 여기는 마음은 번영의 내일로 나아가는 교두보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50년이 훌쩍 지난 역사 속의 자산이지만, 여전히 그 빛을 발하는 자태는 마치 지금이라도 운행의 경적을 울리는 듯하다.

 

이스터쇼 행사장을 나오면서

 

200년 갓 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조들이 이루어낸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보전하는 호주인들의 성실과 근면한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023년의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는 2세기를 넘어 201년이라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농공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군경이 모였고, 농업 임업 축업 어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모였고, 수많은 땀들의 결정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린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였고, 피부색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많은 인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질서있게 이스터쇼는 진행되었다. 이제는 2세기를 넘어 화합과 번영으로 나아갈 때이다.

 

일그러진 땅을 고쳐 후손들에게 아름답게 물려줄 수 있는 이스터 쇼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 김신일 본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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