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까치의 슬픔

정지건/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6/26 [12:31]

 

언제부턴가 나는 침실 창문을 조용히 소리나지 않게 여는 습관이 생겼다. 5층 아파트 창문에서 불과 2미터 앞의 큰 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고 있기에...

 

까치집은 근 5개월 동안 튼튼하게 지어졌고, 오랫동안 나는 방의 불도 켜지 않고 창문도 열지 못하고 까치집이 완성되기를 기대하며 까치 부부를 응원했다.

 

드디어 어느 날엔가 까치집에 경사가 생겼다. 까치 알이 정상 분만됐고 까치 부부는 정말 바빠졌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까치 다음 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양육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맞아요. 하나님께서는 마태복음 6장에서 “공중의 새를 보라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엊그제 정말 큰 일이 생겼습니다.

이곳 아파트 옆 자그마한 어린이 공원이 있는데, 어린이 공원 리모델링으로 시멘트 공사를 하고 비싼 소나무를 심기 때문에 까치집이 있는 예전의 그 큰 플라타너스 나무를 싹뚝 잘라 버렸으니까요.

 

하루 종일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울부짖는 까치 부부의 울음 소리가 나를 울리지요. 불법 건축물을 무지막지 철거한 못된 인간은 누구에게 사죄해야 하나요? 까치와 같이 살아가는 못된 인간의 죄를 대신 사과합니다.

 

주님!

오늘도 내일도 죄 많은 인간은 역시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것도 모르는 우리 모두 하나님께 죄인이지요.

 

맞이요. 하나님!

 

서초동 주민 정지건 | 상도교회 원로장로, 이화약국 대표, (사)기독교세진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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