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참전 기념비를 퍼스에 세우다

한국 전쟁 참전 기념비를 퍼스에 세우다 | 입력 : 2023/08/28 [12:08]

▲ 퍼스 킹스파크에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건립을 위해 큰 마중물 역할을 했던 퍼스 재향군인회 이진길 회장.©크리스찬리뷰     

 

지난 7월 27일은 한국 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서호주 퍼스에서는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Korean War Memorial) 제막식이 퍼스의 랜드마크인 킹스파크(Kings Park)에서 개최되었다.

 

이로써 호주 전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아들레이드와 다윈을 제외한 모든 곳에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세워지게 되었다.

 

참고로 호주 각주의 주요 도시에 세워져 있는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장소를 건립된 순서로 소개한다.

 

▲ 호주 각주의 주요 도시에 세워져 있는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현황 ©크리스찬리뷰     

 

서호주 퍼스에 한인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많게는 7천 명 보통 5천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5천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한인 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퍼스 한인회는 자체적으로 한인회관을 소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호주 전국에서 6번째로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세웠다. 그것도 퍼스의 랜드마크인 킹스파크에 기념비를 세운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기념비 제막식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하여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킹스파크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날 로저 쿡 서호주 총리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국회 국방위원장 한기호 의원, 김완중 호주대사와 한국전쟁 기념위원회 위원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 그리고 서호주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호주인들 1천여 명이 참석한 웅대한 행사였다.

 

▲ 국 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27일 킹스파크에서 열린 한국 전쟁 참전 기념비 제막식 전경.©크리스찬리뷰     

 

▲ 제막식 행사에서 대한민국 국회 국방위원장 한기호 의원(왼쪽))을 안내한 이진길 회장(왼쪽 2번째) ©크리스찬리뷰     

 

심지어 호주 공군의 축하 비행까지 이어져 참석한 사람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렇게 퍼스에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세우게 된 데에는 퍼스 재향군인회 이진길 회장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회장은 기념비 건립을 위해 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시드니를 방문한 이진길 회장을 올림픽파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했다.

 

-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이름은 이진길입니다. 현재 퍼스 재향군인회 회장을 맡고 있고, 퍼스 한국 전쟁 참전 기념비 건립 추진 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1983년 호주 시드니로 이민을 와서 26년을 살다가 2009년 퍼스로 이주를 해서 지금까지 퍼스에 살고 있습니다.”

 

- 퍼스 재향군인회 회장과 경노회 회장을 맡아 오랫동안 봉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제가 호주협회 퍼스 분회 민주평통위원으로 지역회의를 참석하였는데 그때 마침 시드니의 김영신 자유총연맹 회장님과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보고 퍼스에 재향군인회를 세우면 좋겠다는 거에요.

 

▲ 한민국 재향군인회 신상태 회장과 무어팍 한국전 참전기념비에서 헌화하는 이진길 회장(상단 왼쪽). 오른쪽은 퍼스 참전비 제막식 후 기념촬영. 그리고 오찬 행사. ©크리스찬리뷰     

 

그래서 제가 능력도 없고 장교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재향군인회를 하냐고 하니까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격려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퍼스에 와서 용기를 내어 2016년 11월 21일 퍼스 재향군인회를 창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퍼스 한인 경노회 회장도 맡고 있고 정기적으로 함께 하는 골프클럽 동우회, 퍼스 옥타회원들 이렇게 해서 처음 창설할 때 무려 160명이나 모였습니다.

 

그때 젊은 분들이 일을 좀 했으면 했는데 다 바쁘다고 미루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제가 회장을 맡아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향군인회 회장직을 맡다 보니 할 일이 많더라고요.

 

재향군인회 내부적으로도 조직을 세우고 회원들끼리의 단합 등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호주인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메달을 전달해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서호주에 살고 계신 호주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한국 정부 보훈처에서 ‘평화의 사도’ 메달을 감사의 뜻으로 드렸는데 제가 그 페이 듀다 한국 명예영사(크리스찬리뷰 2023년 4월 호 참조)와 함께 다니며 한국 정부 대신 메달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때 한국전 참전용사 2백여 명 이상에게 전달해 드렸는데 이미 돌아가신 분들은 가족에게 전달을 해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서호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 6.25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퍼스의 랜드마크인 킹스파크에 세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하게 되었는지요?

 

“제가 페이 듀다 명예영사와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해 드리면 그때 메달을 받으신 분들이 그러시는 거예요. “한국은 나의 제2의 조국이다”라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하는 거에요.

 

그 말들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우리들인데 이분들이 이렇게 고마워하니, 이분들의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서호주 퍼스에도 이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만들자. 호주 다른 큰 도시에는 다 있 데 퍼스에 없다는 것도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새겨진 이진길 공동회장.(오른쪽 하단 맨 위) ©크리스찬리뷰     

 

그후 페이 듀다 명예영사와 의논을 했습니다. 제일 먼저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세울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페이 듀다 영사와 많은 사람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서호주 보훈처 장관도 찾아가고, 페이 듀다의 소개로 서호주 자유당 국회의원도 만났지만 부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서호주 RSL 재향군인회 빌 먼로(Bill Munro) 회장을 만나면서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빌 먼로 회장과 페이 듀다 명예영사의 조언을 듣고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건립 추진위원회(Perth Korean War Memorial Committee Inc)를 구성해서 일들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기념비 추진위원회는 저와 페이 듀다 명예영사, 빌 먼로 퍼스 RSL 재향군인회 총회장, 던칸 워렌(Duncan Warren) 예비역 준장, 제임스 리(James Lee) 등이 위원회 멤버로 힘을 합쳐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사실 킹스 파크는 아시는 대로 서호주 퍼스의 국립공원이자 랜드마크로 시설물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킹스 파크 카운슬의 허가를 받아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기자는 지난 3월 퍼스에 갔을 때 킹스 파크를 방문했다. 킹스 파크에서 탁트인 대서양의 전경을 바라보며 이어져 있는 보타닉 가든에서 다양한 식물과 온갖 꽃들을 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마치 시드니 록스(Rocks)에서 바라보는 전경처럼 대서양을 향해 펼쳐져 있는 킹스 파크의 주위 비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퍼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장소, 퍼스의 시민들이 자주 찾는 퍼스의 국립공원이자 랜드마크인 이곳에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그리고 그 옆 약 4,000㎡ 부지에 2024년까지 야외 공연장도 곧 조성될 예정이다.

 

▲ 오찬행사에서 가평군의 감사장을 개인 포함 8개 기관에 최병길 부군수 및 대표단이 증정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크리스찬리뷰     

 

기자는 호주 전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들을 대부분 방문해 보았다. 그 가운데 퍼스의 랜드마크 킹스 파크에 건립된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는 가장 좋은 위치에 건립되었다.

 

이제 한국전쟁 참전비를 통해 킹스 파크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국 대한민국을 소개하고 조국 대한민국이 한국을 위해 희생한 호주군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에 마중물 헌신을 한 이진길 회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권순형|본지 발행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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