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8/28 [12:43]

▲ 아프리카 오지 전기가 없는 지역에 태양광을 설치, 교회 자붕 위에 십자가가 붉은 빛을 발하고 있다. ©정지홍     

 

시드니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하루를 경유하고 도하, 다르에-살람을 거쳐약 서른 시간에 이르는 긴 비행 끝에 최종 목적지인 아프리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다.

 

난생 처음 바라보는 아프리카의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높이 솟은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은 하나님의 광대하신 손길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위엄에 압도되는 듯했다.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이튿날부터 태양광 사역이 시작되었다. 호주에서 둘, 한국에서 일곱,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둘, 탄자니아에서 둘 모두 13명이 한 팀이 되어 사역을 진행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두 시간, 멀게는 여섯 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교회들을 찾아갔다. 도착하면 20인승 버스 지붕 위에 한 가득 실고간 솔라 파넬, 배터리, 컨트롤 박스, 전기선, 연장 등 필요한 물품들을 내렸다.

 

그러면 현지 교인들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아이들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그 아이들울 ‘God bless you! 하면서 안아주는데, 티없이 맑고 깨끗한아이들의 눈동자를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일을 하는 틈틈이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에게 간단한 영어 찬양 가르쳐 주었다. 내가 먼저 ‘Singing I love you Lord’하고 선창을 하면, 아이들이 따라 부르면서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Singing. I. love. You. Lord. 다섯 단어에 불과한 찬양이었지만 아프리카 어린 친구들과 부르는 내내 하나님의은혜와 감동은 차고도 넘쳤다.

 

보통 한 교회에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 정도 걸려서 태양광 사역을 마치게 되는데, 스위치를 켜서 예배당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고 지붕 위에 십자가가 붉은 빛을 발할 때면 그걸 직접 들고가 설치하고 현장에서 바라보는 감동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그때부터 현지 교인들은 찬양을 시작한다. 아무런 반주도 없는데 화음을 넣고 누군가 선창을 하면 돌림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하나님께 감사와 기쁨의 찬양을 드린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찬양을 한다. 찬양으로 시작된 예배는 3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고, 또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고… 예배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대단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새벽 2시를 넘기기가 일쑤였고, 3시를 넘긴 날도 있었다. 그리고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는 금방 6시에 또 사역을 떠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오면 땀에 흠뻑 젖은 옷에서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고 콧 속에는 붉은 흙먼지가 가득하고 온몸은 욱신거리고 쑤시는데 마음만큼은 뿌듯하고 충만했다.

 

어렵고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다. 한 번은 일을 마치고 한밤중에 숙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깜깜한 도로에 갑자기 동물이 튀어 나오더니 우리가 탄 버스와 쿵 !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기린이었다. 동물원에서나 보던 기린을 길에서 만난 것이다. 기린은 버스의 왼쪽 사이드 미러를 깨 부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하루에 두세 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은 예삿 일이고, 무려 열여섯 시간 이상을 달린 날도 있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울퉁불퉁한 길을 수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창문을 닫았는데도 어디에선가 흙먼지가 날아들어와 버스 안에 공기가 탁해지더니 목이 따끔거리며 재채기가 나왔다. 그걸 참아내면서 우리의 달려갈 길을 달려갔다.

 

어느 날은 몇 시간을 달려 깊은 오지로 들어갔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몇 시간을 되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중간에 연료가 떨어져 버스가 멈추어 서고 말았다.

 

그 길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끝없이 펼쳐진 허허벌판 아프리카 초원이었다. 전화도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 외딴 곳이었다. 그때가 대낮이었는데 엔진이 멈추자 버스 에어컨도 멈추었고 아프리카의 태양볕이 금새 버스 지붕을 뜨겁게 달구었다.

 

바람이라도 통하면 시원하겠다 싶어서 창문을 열었더니 날파리들이 어지럽게 날아 들어와 괴롭히는 바람에 창문을 곧 닫아야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1시간 쯤 흘렀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버스 안은 마가의 다락방이 되었고 우리는 뜨겁게 기도했다. “이 벌판에서 우리를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중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나고 회개 기도가 많이 나오는지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않고 아프리카 사역에 임했던 내 모습을 참회했다.

 

그런데 그 외진 곳에 트럭이 한 대 지나갔고, 버스 운전사를 그 트럭에 태워보냈다. 1시간쯤 지났을까 멀리에서 오토바이가 흙먼지를 일으키고 나타나더니 버스 운전사가 휘발유 한통을 들고 내렸다. 휘발유를 버스 주유구에 붓고 키를 돌렸더니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렸다!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의 박수를 쳤고 2시간 만에 벌판을 떠날 수 있었다. 그날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면서 새벽 3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했다. 그래도 감사했다.

 

만일 버스가 캄캄한 한밤중에 멈추어섰다면, 만일 지나가는 트럭을 만나지 못했다면, 만일 가까운 곳에 주유소가 없었다면, 그때까지 아침 한 끼 먹은 게 전부였는데… 우린 그 허허벌판에서 곯은 배를 움겨쥐고 날이 샐 때까지 꼬박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러니 한낮에 버스가 멈추어서고 지나가는 트럭을 만나고 주유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랫 동안 나눔선교회와 협력해 온 짐바브웨 선교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눔선교회가 10년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경험들을 정 목사님은 한 번에 경험하셨습니다.”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들었던 사역이었다.

 

또 오지에 들어가면 화장실이 없어서 하루에도 서너 번씩 길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허름한 숙소의 수도는 물줄기가 약해서 샤워가 시원치 않았고 양치질도 생수 두 모금으로 해결해야 했고 현지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 맨밥에 고추장만 넣어 비벼 먹는 등 소소한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과 어려움과 불편함과 피곤함도 하나님의 은혜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너무도 큰 감동과 감사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 나눔선교회는 전기가 없는 지역에 태양광을 설치해 주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정지홍     

 

아프리카 원주민의 인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하쿠나 마타타’

영어로는 Don’t worry. 성경대로 하면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

 

나는 ‘하쿠나 마타타’ 이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아프리카 사역 기간 내내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가 당하는 어려움과 곤고함보다 크고 풍족하니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리곤 했다. ‘호주에 두고온 교회도, 가족도 내가 돌볼테니 정 목사야, 하쿠나 마타타!’ 샬롬! 〠

 

[나눔선교회]

나눔선교회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태평양 섬나라 등의 전기가 들어오지않는 오지에 태양광 전등, 태양광 십자가, 태양광 전기를 설치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문의 : sharingmission@gmail.com

 

정지홍|호주 나눔선교회 대표, 좋은시앗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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