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해야 하나 반대해야 하나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

정지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9/25 [16:11]

 

오는 10월 14일에 호주 국민들은 연방정부에서 실시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는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 보이스’(the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라는 명칭의 헌법자문기관의 설립 여부를 묻는다. ‘보이스’라고도 불리는 이 헌법 자문 기관은 호주 연방 정부와 의회에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위한 정책과 법률을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국민투표는 다음 내용의 찬성여부를 묻는 것이다.

 

A Proposed Law: to alter the Constitution to recognise the First Peoples of Australia by establishing an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 Do you approve this proposed alteration?

(제안된 법규: 호주의 첫 주민들을 인정하기 위한 '원주민 및 토레스해협 주민 보이스' 설립에 대한 헌법 개정. 이 개정안에 찬성하십니까?)”

 

투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 보이스’라는 헌법자문기관의 설립을 찬성하면 YES, 반대하면 NO라고 쓰면 된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려면 전국적으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과반수의 주에서 과반수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의 호주 녹색당과 일부 무소속 국회의원들과 사회복지 단체들과 종교 단체들이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호주 자유당과 국민당은 개헌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어떻게 투표해야 할까? 이번 국민투표를 성경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 ‘보이스’라는 헌법자문기관을 설립하자는 국민투표에 찬성하라는 주장과 반대하라는 주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경청해 보자. 달링 포인트(Darling Point)에 위치한 ‘성 마가 교회’ (St. Mark’s Anglican Church)의 마이클 젠센 (Michael Jensen) 목사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au.thegospelcoalition.org/ article/the-voice-a-christian-consideration).

 

그는 이번 국민투표가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가해진 상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호주 백인들은 원주민들을 동물 취급했었다.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했었다. 이러한 과거를 언급하며 마이클 목사는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호주 국민들과 동등하게 그들의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도 호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 하나님, 한 주님, 한 믿음, 한 세례를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마이클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언급하면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번 국민투표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마리아 사람은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유대인이 강도를 만나 쓰러진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를 도왔다. 마이클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우리도 적극적으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마이클 목사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논쟁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국민투표가 가결될 경우 호주 정부가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투표가 부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권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한편, 칼럼리스트인 제임스 제퍼리(James Jeffery)는 마이클 목사의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https://quadrant.org.au/opinion/religion/2023/06/five-reasons-christians-should-reject-the-voice).

 

그는 먼저 ‘보이스’라는 헌법기관이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을 대표해 그들의 의견을 종합할 수 있는지를 의심했다.

 

그는 현재 '찬성' 투표를 요구하는 도시 원주민들이 지방의 외딴 지역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호주에는 수백 개가 넘는 호주 원주민 종족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하나의 국가를 설립한 적이 없다. 그들이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 문제에 대해 통일된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다시 말해,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이 동일한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다양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결국, ‘보이스’라는 헌법기관이 출범하게 되면 다양한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의 의견이 호주 정부의 정책과 법률에 반영되기는커녕, 목소리가 큰 사회 활동가들의 주장만 호주정부와 국회에 울려 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제임스는 ‘보이스’라는 헌법기관이 출범할 경우 영구적으로 인종차별에 관련된 특권층을 창출해 호주 사회를 합법적인 이중 구조 사회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을 할 때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감싸 주거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편들어 주면 안 된다는 레위기 19장 15절의 말씀을 언급하며,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에게 헌법적 특혜를 주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제임스는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은 항상 피해자이고 백인들은 항상 가해자로 구분 짓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주민들과 백인들 모두 하나님 앞에서 용서받아야 할 죄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박스 안에 가두는 것은 호주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제임스는 용서가 성경이 다루는 중요한 주제들 중에 하나라고 말하며, 용서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사과만을 요구하는 것은 비성경적일 뿐만 아니라 호주인들 사이에서 화합을 이루는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8년 케빈 러드 전 수상이 공개적으로 원주민들에게 사과를 했을 때 많은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사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제임스는 언제까지 호주 국민들이 피해자와 가해자로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했다.

 

헌법단체인 ‘보이스’가 발족하면 오히려 호주사회를 분열시키고 과거의 상처를 반복적으로 상기시켜 상처를 더욱 덧나게 만들 수 있다. 제임스는 ‘보이스’가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 치유하고 용서하는 단체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거의 상처를 이용해 호주 사회를 더욱 깊은 고통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했다.

 

마지막으로 제임스는 ‘보이스’가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과거의 문제에만 몰입될 것을 염려했다. 원주민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죄에 대한 문제라고 그는 주장했다.

 

‘보이스’가 마약, 가정폭력, 알코올 중독, 청소년 범죄, 매춘과 강간 등 원주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만을 논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에 관련된 문제는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백인들은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악행을 저질렀다. 원주민들을 몰살시키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부를 축척해 선진국이 되었다. 호주 원주민들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도 그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백인들은 과거에 그들이 저지른 분명한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 호주 원주민들도 침략해 와서 자신들을 괴롭힌 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로 호주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벽이 무너져야 한다. 그래야 호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국민투표에 어떻게 투표해야 할까? 정확한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 각자 자신의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성경을 보는 관점을 통해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도해야 한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떠하던지 간에 호주 원주민 사회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임해서 상처받은 마음들이 치유되고, 모든 악행들이 사라지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난 1999년에 실시한 국민투표는 부결되었다. 당시 국민투표는 국가 체제를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하나님의 은혜가 호주 원주민들에게 임해 그들도 호주 사회에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정지수|본지 영문편집위원, 캄보디아 지사장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