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하나님의 사열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9/25 [16:29]

“ 주의 은택으로 연사에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이 떨어지며”(시편 65:11)

 

한글 성경을 읽어서는 그 의미가 바로 다가오지 않는 구절 또는 번역이다.

 

영어(“You crown the year with your bounty, and your carts overflow with abundance.”-NIV)로 봐도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길게 풀어 우선 그 정취 속으로 스며드는 편이 좋겠다.

 

이 시편은 하나님의 은총을 드높여 찬양한다. 일 년 내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축복하신 하나님, 한 해를 풍년이라는 영광의 관으로 씌운 하나님, 그리고 초장과 들판과 언덕과 골짜기를 지나시며 풍성한 축복의 열매를 직접 확인하시는 하나님을 노래한다.

 

가뭄 뒤에 비를 맞는 농부는 얼마나 기쁠까? 시인은 지금 상상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축복의 비를 내려 풍년을 선사한다. 비를 내리셨던 하나님께서 이제 친히 천둥 구름 수레에 올라타고 자신이 창조한 대지, 초원과 들판, 언덕과 골짜기를 사열하듯 지나가신다.

 

하나님께서 타고 달리는 그 수레로부터 기름이 넘쳐흘러 땅을 적신다. 푸른 들판은 양 떼로 뒤덮였고, 골짜기마다 곡식이 가득 깔려 넘실대니, 이곳저곳에서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기쁨과 보람에 찬 고대 이스라엘인은 올리브 기름을 가을철에 수확하면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창조주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마치 하나님께서 총천연색의 생명 물감을 가득 머금은 거대한 붓을 들어 동에서 서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칠하니, 풍성한 생명의 수확으로 충만한 대자연의 수채화가 그려지는 장엄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벌써 추석이 지났다.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는 고국의 가을을 상상하며 몇 가지 바램을 갖는다.

 

우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회복하기를 소원한다. 고국의 추석맞이 풍경으로 귀향 행렬이 떠오른다. 가을은 마음 한구석에 잠재되어 있던 귀소본능을 깨워 집안, 고향, 고국에 대한 향수를 크게 불러일으킨다.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공감은 덜 하나 정서는 여전하다. 마음은 이미 한가위 한가운데로 한걸음에 다녀왔다. 멀리 있던 가족과 이웃이 모여 훈훈한 소식으로 연결되고, 애잔한 상황을 위로하듯, 남북을 넘어 한민족의 소원한 관계도 회복하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넉넉한 가을이니 나눔 또한 더욱 풍성해지길 소원한다. 오직 자기를 위한 욕심과 계획에 점령되어 추수한 곡식 쌓아 둘 새로운 창고를 짓는 일에 몰두하다 오늘 밤에 생명을 다시 찾는 분을 만나는 어리석은 부자와 같은 운명을 맞지 않도록 하자.

 

비록 이익을 극대화하여 최대를 취하는 사회에 살더라도, 최소로 만족하고, 최대를 내보내는 삶도 살아보자.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사도행전 20:35).

 

또한, 가을에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이 더욱 넘치기를 소원한다. 하나님께서 선하심으로 당신과 주변을 어떻게 축복하셨는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라.

 

굳이 무엇을 크게 이루지 않았더라도 이 땅에 삶의 자리를 펴고 오늘까지 호흡하며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은총에 힘입어 땀 흘린 대가이니 은총은 은총대로 찬양하고,수고할 수 있는 건강과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보호도 잊지 말고 감사하자. 추석맞이 하나님의 사열을 받는 자세로 흐트러짐 없도록 하자.

 

“주여,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살도록 우리 주변을 풍요로움으로 축복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지구촌은 전쟁과 지진과 홍수로 몸살을 앓고, 갈등과 경쟁과 투쟁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영적 재앙이 되지 않도록 우리를 깨워 각성케 하는 하나님의 경고로 받습니다. 탐욕을 부리기보다 자족하게 하소서, 하나님을 향한 예배, 사람을 향한 나눔, 자신을 향한 각오를 새롭게 하게 하소서.” 〠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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