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수고에 함몰되지 말라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12/22 [14:42]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에게 문안하라” (로마서 16:6)

 

지난달에 쓴 글의 제목이 ‘조용해야 들리는 지혜자의 말’이었다. 차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몽땅 꺼내자 소음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기초한 깨달음, 즉 침묵과 비움에 관한 글이었다. 그 후로 반전이 있었다. 다시 소음이 들렸다. 

  

결국 정비공장에 갔다. 문제가 된 휠 베어링을 교체했다. 도어 미러도 바꾸고, 6개월 만에 서비스도 받았다. 밀렸던 숙제 싹 다 한 기분으로 상쾌했으나,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한 주에 한 번 기름 넣어주면 알아서 잘 가는 자동차인 줄로 알았다가 호되게 당한 셈이다. 

  

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엔진이 돌고 바퀴가 굴러가야 한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뭘 좀 더 알아야겠다 싶어서 검색하니 이렇게 정리했다. 

  

“엔진으로 주입된 연료가 폭발하는 힘이 피스톤에서 축과 바퀴로 전달되면서 자동차가 움직인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베어링이 있었다. 메카닉이 한쪽으로 떼어놓은, 쉼 없이 돌고 또 돌면서 마모된 베어링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목사로서 여러 활동에서 타이어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베어링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미안하다. 감사하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회 도처, 교회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일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자신을 녹여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자신을 불태워 빛의 사명을 다하는 크리스찬들에게 특별히 한 해를 마치고 새해를 맞으면서 경의를 표한다.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은 사람 앞에서 드러나게 행하여 영광 받기 좋아하는 위선자의 표상으로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크리스찬은 바리새인과는 정반대로 행하라는 가르침을 예수님께 받았다. 

 

 “구제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기도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라, 금식은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오직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께 보이라.” 주님께서 말씀하셨다(마태복음 6:1~8). 

  

구제, 기도, 금식, 어찌 이만이겠는가! 여러 종교적 행위, 경건 실천, 영성 함양, 수덕 훈련 등 그리스도인의 삶 전반에 적용되어 마땅하다. 근본정신과 원리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 아버지께이다. 이는 특별히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관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23)로 마침표를 찍는다. 

  

사도 바울은 그 자신이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모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박해를 받은즉 참고” (고린도전서 4:12), “매맞음과 갇힘과 난동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 (고린도후서 6:5)을 견디며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 (고린도후서11:23)으며, “…춥고 헐벗었” (고린도후서 11:2)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린도전서 15:10). 

  

또한 그는 수고하는 다른 이들을 기억했다. 바울은 자기 수고에 함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당부처럼, 우리는 주 안에서 수고한 우리 중의 드루배나, 드루보사, 마리아에게 문안해야 한다(로마서 16:12; 16:6). 

  

바퀴를 타이어라고 하는 이유가 차체, 짐, 사람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하는 피로 때문이라고 한다. 바퀴는 피곤하다. 사용자를 잘못 만나 급한 출발, 가속, 제동에 노출되면 더욱 피곤하다. 

  

이런 바퀴에 베어링이 속삭인다. 

  

“바퀴야 너도 구르니? 베어링인 나도 굴러! 우린 참 사이도 좋아. 너 한 바퀴 나 한 바퀴. 너도 닿고 나도 닿고. 너는 밖에서 나는 안에서.”〠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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