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김클라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01/26 [11:57]

▲ 베니스 세인트 마크 성당 앞에서 단체사진.©시드니인문학교실     

 

기차는 한국의 60-70년대 비둘기호보다도 더 열악해 보였다. 한 침대칸에 이층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고 겨우 한 사람 설 수 있는 공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침대 기차였다. 기차는 러시아에서 수입되어 몇십 년은 운행되었는지 외관은 허름했고 내부도 청결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러시아산답게 튼튼하게 보인다.

 

10시간 밤새도록 룩소르로 달려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게 느껴졌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좁은 기차 안에서 깊은 잠이 들기는 어려웠다.

 

10월 16일 오전 6시, 기차 승무원들의 모닝콜을 들으며 좁은 기차 안에서 빵 위주의 조식을 받았다. 열악하지만 한 번쯤은 이런 슬리핑 기차 경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7시 룩소르 역에 도착해 대기해 있는 버스에 올랐다.

 

룩소르는 카이로 남쪽으로 657km 떨어져 있는 신전도시이다. 보통 이집트를 방문하면 카이로와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룩소르를 방문하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인문학 여행인지라 특별히 룩소르 방문을 강조했다. 룩소르는 카이로와 달리 조용한 시골 중소 도시처럼 비쳐졌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처음 멤논의 거상으로 인도했다. 룩소를 지역을 방문해서 보니 룩소르 지역 전체가 역사의 박물관처럼 보여진다.

 

멤논의 거대 거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핫셉투스 여왕의 장제전이 있는 ‘왕들의 계곡’으로 이동했다. 강렬한 이집트의 태양빛을 받아가며 왕들의 계곡의 고분들을 방문했다.

 

이집트의 고분들은 대부분 도굴되어 유물들이 해외로 반출되거나 분실된 경우도 많은데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고분은 그 크기도 작고 허름해서 도굴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의 고분에서는 수천 개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왕가의 계곡에서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석관을 관람했다. 미이라와 고대 이집트 왕들의 여러 유물들 그리고 벽에 그려진 벽화들을 관람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문명과 역사 그리고 인간의 의미들을 성찰하는 시간들을 개인적으로 가졌다.

 

‘왕들의 계곡’ 방문 후 전원이 있는 식당에서 이집트 전통 음식으로 맛있게 점심을 나누었다. 룩소르에서의 점심은 이번 여행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식당이 될 것이다. 점심 후에 일행은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둘러보았다.

 

카르낙 신전을 실제 보니 사진으로만 보았던 고대 건축물의 크기와 규모에서 압도당할 정도로 어떻게 이런 거대 건출물들을 고대인들이 건축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건축술과 과학에 경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카르낙 신전은 현존하는 고대 신전 중 가장 큰 규모의 고대 신전이라고 한다. 카르낙 신전 입구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스핑크스의 길을 지나 거대 오벨리스크 그리고 열주로 불리우는 거대 기둥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거대 건축물들이 기원전 2000년 전인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500년 전에 건축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카르낙 신전을 둘러보고 나니 오후 5시가 가까워 온다. 그런데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일행은 바쁘게 버스에 올라 룩소르 신전으로 향했다. 카르낙 신전에서 룩소르 신전까지는 약 3km 정도의 가까운 거리이다. 카르낙 신전을 둘러보니 규모를 볼 때 룩소르 신전은 카르낙 신전에 못 미친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지치기도 해서 일행은 룩소르 신전에서 많은 시간을 둘러보지 못했다. 룩소르 신전 옆을 흐르는 나일강 위로 지는 석양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인생이 한없이 덧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시드니인문학교실     

 

이렇게 인생은 무엇인가 이루고 지고 다시 떠오르고 하는 수없는 반복을 하며 문명을 지속하였는데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저녁을 먹고 일행은 카이로로 가기 위해 룩소르 비행장으로 향했다. 연착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1시이다. 이제 내일 새벽 7시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겨우 눈을 부쳤다.

 

카이로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우리 일행은 카이로 호텔에서 오전 5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했다. 어제 룩소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토립 호텔(Tolip Hotel)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경이었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새벽 4시 30분에 다시 기상하여 밀라노로 향하는 오전 8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공기를 가르며 카이로 공항으로 향했다. 국제선이기 때문에 공항에 최소한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데 버스 기사는 우리를 카이로 공항 제2터미널에 내려 놓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타고 가야할 비행기는 제1터미널인데 그동안 우리를 안내했던 한국인 가이드는 피곤하다고 안 나오고 대신 이집트 가이드에게 맡겼는데 이집트 가이드와 소통이 잘못되었는지 33명이나 되는 일행을 다른 터미널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우리 팀은 카이로 공항에서 졸지에 미아가 되었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들은 드물고 다른 터미널 출국장으로 들어간 일행은 두세 그룹으로 나누어 출국심사를 하는 도중 당황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는 다른 터미널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주경식 교수는 우리가 다른 터미널에 내려졌다는 것을 파악하고 침착하게 우리 일행을 실어다 줄 버스를 구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른 새벽 우리를 제1터미널로 실어다 줄 버스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공항 셔틀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33명이나 되는 그룹이 마치 ‘엔테베 탈출작전’을 벌이듯 많은 가방들을 끌고 공항을 뛰었다.

 

다행히 일행은 오전 7시 10분 제1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고 출국심사 직원들은 빠르게 출국 수속절차를 밟도록 도와주었다. 무려 5개나 되는 출국심사대를 거쳐 에어 아라비아(Air Arabia) E5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 가슴을 졸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행이 착오없이 밀라노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전 9시 카이로를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1시경 버가모(Bergamo)공항에 도착했다. 밀라노에는 3개의 공항이 있다. 그중 우리는 버가모 공항을 통하여 밀라노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다. 버가모 공항에 도착하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여행사에서는 이집트 현지 여행사의 실수를 보고받고 일행에게 미안한 마음을 보상해주려는 마음으로 밀라노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원래 점심은 기내식으로 해결하는 스케줄이었지만 밀라노에 도착한 일행은 덕분에 이태리 전통의 조개 파스타와 화덕피자 그리고 와인을 맛보았다. 시드니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맛과는 또 다른 파스타 풍미와 피자를 즐기며 오전의 피로를 씻어 내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는 유명한 두오모 성당과 브레라(Brera) 미술관이 있다. 브레라 미술관은 이태리 3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연장자 팀은 브레라 미술관을 먼저 관람한 후 두오모 성당을 관람하고 다른 팀은 두오모 성당 관람후에 브레라 미술관을 관람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앞에 서니 눈부시게 아름답다. 14세기부터 약 500년을 거쳐 완성된 유럽 고딕양식의 결정체답게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몇 장 찍고 패션의 도시 밀라노 중심가를 걸었다.

 

그리고 브레라 미술관을 관람한 후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로 알려진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갤러리아 쇼핑센터를 걸으며 밀라노가 왜 패션의 왕국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어제 잠을 못잤고 카이로 공항에서의 긴장으로 피곤한 연유로 오늘은 일찍 호텔로 들어가 쉬기를 원했다. 저녁식사 후 버스는 밀라노 근교의 Best Western Falek Village 호텔에 내려주었다.

 

10월 18일, 모처럼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과 마음은 오늘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설렌다.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8시 30분경 베니스(Venezia)를 향해 약 3시간 정도를 달려왔나 보다.

 

막힘없이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다 보이는 푸르름이 시야를 시원하게 한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우리가 들렸던 화장실 중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들과 커피숍도 운치있어 보였다. 〠 <계속>

 

김 클라라|시드니인문학교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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