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더니 ” (누가복음 22:39 )
ABC방송의 한 기사 제목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 다섯 가지가, 노화 과정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당신의 장수를 도울 수 있다.” 자극적이다. “장수의 25%는 유전자가, 그러나 나머지 75%는 우리가 날마다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머리글은 가히 충격적이다. 제목과 서두에서 두 번 연타를 맞고, “그렇다면 나도 노력해 보자!”라는 마음이 동했다. 기사를 쭉 읽어봤다. 1. 식물성 식단을 주로 섭취하라. 2. 건강한 체중을 목표로 하라. 3.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4. 금연하라. 5. 사회적 연결에 우선 순위를 두라.
나도 다 아는 것뿐인지라 다소 허탈한 실망감을 가진 채 기사를 다시 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by what we do, day to day”.
그렇다. 그 기사에서 내가 참으로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분, 아니 확실히 붙들어야 할 내용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는 것’이 아니고 ‘하는 것’. 그것도 ‘매일 꾸준히’. 과시성으로 생뚱한 일을 어쭙잖게 한 번 해보는 척이 아니다. 건강에 유익한 일을 습관처럼 매일 실천해야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호흡하듯 자연스럽고 반복적으로 몸이 척척 알아서 몸에 좋은 일을 앞서 행할 때 건강도 장수도 뒤따른다.
물론 장수가 유일한 축복은 아니다.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장수에 집착하는 이 욕심 많은 세태가 가늘고 긴 생명 연장에 올인하듯 천수 누림을 예찬하면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영과 육을 약속하는 건강한 습관에 대한 지향은 바람직하다.
습관이라는 단어를 성경에서 찾아봤다. 한글 개역 성경에 세 번 등장한다. ‘우상에 대한 습관’(고린도전서 8:7),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히브리서 10:25) 그리고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산에 가신’(누가복음 22:39) 예수님의 습관이다.
하나는 삶을 무너뜨리는, 당장 버려야 할 패역한 습관이고, 하나는 삶을 갉아먹는, 빠르게 바꿔야 할 나쁜 습관이고, 하나는 삶을 바로 세우는, 본받아야 할 좋은 습관이다.
몸의 건강만 챙기지 말고, 감람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인적 삶을 건강하게 세우자. 감람산은 땅 아래에서 하늘 위로 관점을 바꾸는 기도의 장소,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과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만남의 장소, 정중동의 침묵 속에서 자기 안을 성찰하고 자기 밖을 계획하며 머무는 쉼의 장소, 육이 둔감해지고 영이 민감히 살아나 활력을 되찾는 재충전의 장소다.
균형 있게 잘 짜인 하루, 한 주간, 한 달의 루틴이 반복될 때, 영육은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마치 불규칙한 큰 수입보다, 적더라도 정기적인 수입이 더 힘이 있듯, 거듭되는 작은 일이 모이고 쌓여 위업을 이룬다.
그래서 윌리엄 듀랜트(William Durant)는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렇기에 훌륭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결국 우리가 정성껏 가꿔 몸에 익힌 나의 일부가 된 습관이 나를 규정한다.
바른 지식을 얻었다고 끝이 아니다. 이는 단지 바르게 행할 수 있는 시작을 할 수 있게끔 이제야 준비됐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다. 건강뿐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도 옳은 지식에 기초해 올곧게 행하는 실행력을 의지와 은혜로 지속시킬 수 있어야 생명의 역사가 일어난다.
홀로일지라도 개의치 말고, 예수님처럼 함께 있던 제자들을 떠나 밖으로 나가자. 누군가가 먼저 걸어가야 없던 길도 생기는 법이다. 습관은 전염성이 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뒤따르니 곧 함께 걷는 길이 된다.
한편으로는 노력하여 얻은 듯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노력하지 않았어도 주어진 듯 맞이하는, 일체화된 루틴이 자동 실행되는 특별한 축복을 누리는 행복한 사람이 되자. 생활에 점차로 빛을 더하다 보면 삶 자체가 빛나는 날이 홀연히 이르리라. 〠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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