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소망하는 예배자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시니”(요 5:8)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3/28 [12:07]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시기에 앞서 사마리아를 통과하신 예수님은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셨다. 사마리아는 이스라엘의 10지파가 모여서 이룬 나라다. 따라서 땅의 넓이도 넓을 뿐더러 사마리아에는 많은 도시와 성읍과 마을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한 성읍이 ‘수가라 하는 동네’다.

넓은 사마리아에서 수가라는 동네는 지도로 보면 한 점에 불과하다. 성경에서도 오늘의 본문에만 딱 한 번 등장하는 작은 마을이다. 예수님께서 왜 그 많고 많은 마을 가운데 하필 ‘수가라 하는 동네’에 가셨을까? 

 
인생의 종착지, 수가

우리는 ‘수가’라는 지명의 의미에서 주님의 의도를 찾을 수가 있다. ‘수가’는 ‘마지막’이란 뜻이다. 예수님이 사마리아의 높은 담을 허무시고 찾아가신 곳은 마지막 종착지, 수가성이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예수님은 우리 인생의 종착지, 마지막까지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언제나 우리에게 쓸쓸함과 종말, 내일이 없는 오늘, 죽음과 끝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고 정말 오늘 뿐이라면, 마지막 오늘이 지나고 영영 내 삶이 끝이 난다면 어떻겠는가?

한국전쟁 때 연합군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그러다 중공군이 대거 개입하면서 후퇴하게 된다.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휴식을 취하던 미군에게 기자가 물었다.

 “하나님이 당신에게 무엇을 주기를 원하는가?”

군인의 대답이 명언이다.

 “Give me tomorrow.”(내일을 달라고 하겠다)

전쟁통에 군인은 내일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 내일을 보장받고 싶었다.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아무런 소망도 없이 쓸쓸하게 오늘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절망 속에서 저물어 가는 오늘을 힘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수님이 ‘수가라 하는 동네’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이 그랬다. 아무런 소망도 없이, 마직막 인생을 초라하고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꿈이 가득한 내일은 없었다. 다섯 번 결혼해서 다섯 번 모두 결혼에 실패했고 여섯 번째도 평탄치가 않다. 결혼이 실패로 끝을 낼 때마다, 그녀의 인생도 점점 더 마지막 벼랑 끝으로 내 몰렸을 것이다.

한 번의 이혼도 평생 아픔이 되고 상처로 남는데, 무려 다섯 번씩이나 결혼에 실패했으니 그 영혼의 상처가 얼마나 컸겠는가? 오늘날도 여섯 번 결혼을 했다고 하면 결코 곱지 않을 시선인데, 하물며 2천 년 전 고대사회이니 오죽했겠는가? 이웃들의 비웃음과 조롱이 담긴 시선과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무너지고 상처는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도 이런 마지막이 없다.

 
종착지를 찾아오신 주님

그 마지막의 삶을 기구하게 살아가던 수가성의 여인을 주님이 찾아오셨다. 내일이 없이 겨우겨우 오늘을 살아가던 그녀, 소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고 그저 절망만을 껴안고 살아가던 그녀, 마지막 인생을 비참하게 살아가며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던 그녀를 주님이 찾아오셨다.

예수님이 마지막 종착지 ‘수가라 하는 동네’를 찾아오신 까닭은 오늘 밖에 없던 그녀에게 내일을 주시기 위함이다. 절망밖에 없던 그녀에게 소망을 주시기 위함이다. 사랑에 메말라 있던 그녀를 사랑하시기 위함이다. 아니 “내가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라고 말씀하시기 위해 ‘수가라 하는 동네’로 오셨다.

어떠한 경우에도 예수님은 우리를 찾아오신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 그때에도 주님은 우리를 떠나지 아니하시고 우리 앞으로 오신다. 우리가 아무리 허물이 많고 아무리 죄가 많다 하더라도 주님은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시고 우리 앞으로 오신다. 그러기에 우리는 마지막 때, 세상이 마지막이라고 부를 때에도 두려워하거나 놀랄 이유가 없다. 왜? 주님이 우리 앞으로 오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야곱이 형 에서와 아버지 이삭을 속여서 장자의 축복권을 가로챈 일이 있다. 이를 알게 된 형 에서가 불같이 진노했고 야곱은 에서의 칼날을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을 친다. 형을 피해 도망가는 야곱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고향집을 떠나 낯선 땅을 향해 가는 야곱은 쓸쓸하고 불안하고 두려웠다.

더우기 야곱이 살던 가나안에서 외삼촌 라반의 집이 있던 하란까지는 무려 600km나 떨어져 있었다. 그 먼 길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야곱의 신세가 얼마나 고독하고 처량했겠나?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도 얻을 수 없는 광야 길을 걸어야 했고 험준하고 거친 산도 넘어야 했다. 밤에는 굶주린 맹수를 피해야 했고 낮에는 도적 떼를 만나 고초를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야곱이 스스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에서 형 손에 죽기 전에 이 길에서 죽을 것만 같아. 도망다니는 것도 이젠 힘들어. 내 나이도 있는데, 내 삶은 이대로 마지막이 되는 걸까?’

야곱은 정말 마지막까지 몰렸다. 형 에서를 피해 도망쳤지만 그의 인생은 피할 데가 없는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희망과 설레임의 여행이 아니라 마지막을 향해 추락해 가는 절망과 두려움의 길목이었다. 그 길이 야곱에게는 ‘수가라 하는 동네’였다.

그 마지막 때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그날도 야곱은 쉴 곳이 없어서 길에서 돌을 베게 삼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야곱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라고 말씀하셨다. 그때까지 야곱은, 하나님이 고향땅 가나안에만 계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죄를 범한 자신에게는 하나님의 동행이나 임재는 없고, 그저 인생의 마지막을 비참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있고 결코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니, 하나님은 한 번도 야곱을 떠나시거나 버리신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야곱이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창 28:16)라는 위대한 고백을 하게 된다. 야곱은 인생의 종착지에서 참으로 경이로운 경험을 한 것이다. 

 
소망하는 것, 그것이 예배다

 ‘수가’,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다. 갈 데라곤 아무데도 없고 꿈도 소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마지막 인생, 답답하고 도무지 나아질 틈이 없이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마지막 삶이 ‘수가라 하는 동네’의 삶이다. 그 ‘수가라 하는 동네’에 예수님이 찾아오신다.

그렇게 내게 찾아오신 주님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예배다. 무기력한 내 인생에 새 힘을 주시려고 찾아오신 주님을 신뢰하는 것, 그것이 예배다. 상처뿐인 내 삶을 치유하시고 메말라 있던 내 영혼을 사랑으로 채우시고, 절망 이외에 다른 단어가 없던 내게 소망을 보여주신 주님을 사랑하고 믿는 것, 그것이 예배다.

주님이 우리를 무작정 찾아오신 것처럼 우리도 무조건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예배다. 주님이 당신의 체면이고 신분이고 모두 무시한채 우리에게 달려오신 것처럼 우리도 다 내려놓고 주님께로 달려가는 것이 예배다. 우리의 소망과 내일이 오직 하나님 안에 있음을 믿고 그 하나님을 소망하는 것, 그것이 예배다.

우리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서 허물과 죄로 인해 아무런 소망도 없이, 내일도 없이 마지막을  살아가던 인생들이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주님이 찾아오신다. 조롱과 천대를 받으시며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우리의 ‘수가라 하는 동네’를 찾아오신다. 그 길이 생명을 던져야 하는 길이지만 주님은 기어코 그 길을 찾아오신다. 마지막 종착지와 같이 허망한 인생을 살아가던 우리를 당신의 생명보다 더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 눈을 들어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바라보자. 당신의 체면보다 당신의 생명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시는 주님을 사랑하자. 우리 가서 있는 곳이 ‘수가라 하는동네’일 망정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소망하는 예배자가 되자. 그때 우리 인생의 종착지는 분명 영원을 위한 출발지가 될 것이요, 우리의 ‘수가라 하는 동네’는 천국이 될 것이다.〠

 

정지홍|좋은씨앗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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