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부터 절제합시다

홍관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9/26 [14:45]

내가 호주에 와서 목회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청년들과 함께 수련회를 가진 적이 있다. 캔버라 가는 중간 지점에 보우랄(Bowral)이라는 곳에 천주교 수녀원으로 기억된다.

나는 처음 가보는 지방인지라 청년들과 함께 기분좋게 아침식사를 했다. 우리 아이들이 식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오전 공부를 위해 숙소로 돌아갈 때였다. 학생들이 돌아간 후 혹시나 해서 깨끗이 정리된 식당을 돌아보고 있는데 수녀들이 우리 학생들이 버린 쓰레기통 속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엇을 먹는가 의아심을 가지고 가서 보니 우리 아이들이 먹다 버린 빵조각들이었다. 그것을 쓰레기통 속에서 먹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가자 그 분들이 먹던 빵조각을 들고 나에게 이렇게 항의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백성은 이런 식으로 사느냐? 왜 먹는 빵을 쓰레기통에 버리느냐?”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그분들을 바로 대하기가 쑥스러웠다. 나는 사과 겸 변명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여기 온지 얼마 안되어 빵 먹는 습관이 안되어서 그런 것 같다. 미안하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그랬더니 나를 질책하듯 말했다.

“먹는 것을 왜 쓰레기통에 넣느냐”는 것이었다. “사람이 먹지 못하면 짐승이나 새를 먹이면 될 것이고, 짐승이 못먹을 것이면 나무에 거름으로 주면 될 것인데 왜 쓰레기 통에 버리느냐? 당신네 백성들은 그렇게 사느냐?” 하는데 그때 그 순간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수치와 부끄러움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 후 3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때 일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후 교회에서 점심시간마다 먹을 것을 쓰레기 통에 버리지 말자고 광고하여 단속하기도 했지만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잘 안된다. 쓰레기통을 보면 먹다 남은 밥과 김치조각이 쓰레기통을 채운다.

내가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도 먹고 또 먹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남겨서 버릴 정도로 많은 음식을 배식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실 선교지에 다녀보면 굶주린 사람들이 선교사들이 끓여주는 죽 한 그릇 얻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음식을 낭비하는 죄가 얼마나 큰가를 절감하게 된다.

세상은 빛으로 행하는 그리스도인, 소금으로 녹아지는 그리스도인들을 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가장 매력적이고 감동적이어야 하는 것은 교회요 그리스도인이다. 교회 외에 오직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태어나는 곳이, 이 사회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교회는 소금이요, 빛이요, 그리스도의 몸이요, 향기요, 편지이다. 교회의 거룩한 본질과 성품은 최고의 절제를 통해서만 그 기능이 발휘되어지는 것이다.

성령님은 우리에게 절제의 은사를 부어 주신다. 절제하지 못함은 성령님께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성령님께 순종하지 못할까?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나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된 사람은 적어도 날마다 자신을 쳐서 자아중심의 본능을 절제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배려하는 삶을 산다. 이런 사람에게 성령님은 임재하시고 하늘의 은사로서 절제의 능력을 부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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