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화되어야한다

정현옥 | 입력 : 2012/05/30 [12:39]
▲ 캔버라 1기 어머니학교 ⓒ캔버라어머니학교
 
▲ 캔버라에서 모인 어머니학교 스탭들 ⓒ캔버라어머니학교  

결혼하고서 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는 책들을 많이 구해서 읽었다. 책들을 읽고 느낀 점도 많고 배운 점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 버리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러던 중 어머니학교를 알게 되었고, 아는 언니에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내 맘속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하겠어? 이제 곧 둘째도 태어나는데…” , “아니야. 월요일엔 제인이가 Child Care 안가는 날인데 애들을 봐 주신다고 해도 신경 쓰여서… 제대로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안 할래!” 어머니학교 시작 전날 밤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향기님 전화였다. 얼떨결에 내일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어라? 난 신청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할 것이라고 얘기했던 아는 언니가 신청해 놓은 거였고 또 같은 조가 되었다.

너무 감사하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첫째 날 예상대로 제인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에이… 오늘만 같이 있어 주자…” 생각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자 어느 향기님께서 나를 찾아 왔다. 결국 제인이를 데리고, 어머니학교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생각보다 제인이가 얌전하게 있어 주었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또 자존감 테스트를 하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0”이라는 결과를 보면서 또 다른 나를 알게 되었다. 첫날 숙제 life story와 아버지께 편지를 쓰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아버지 사랑에 감사하기도 하고 밤 늦게까지 잠 못 들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둘째 날부터는 제인이가 Child Care에 갔기에 좀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많이 잘못하고, 결혼하고 5년이 다 되어가고 나이는 어느덧 30대가 되었지만 아직 남편에게는 17살 친구에게 대하는 부족한 아내였다는 생각에 많이 반성하고 기도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원래는 비빔냉면을 먹기로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편이 물냉면 먹고 싶다는 말에 “장 볼 때 육수 안 샀어! 그냥 비빔 먹어!" 라고 말했었고, 평소에 남편 불만이 내가 먹고 싶은 건 안 해주고, 자기 먹고 싶은 것만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 나서 냉면 육수를 사갖고 집으로 갔다.

저녁 식사 시간에 물냉면이 차려진 걸 본 남편이 물었다. “비빔 한다면서?”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서 내가 말했다. “우리 집 가장이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아무 말 없이 뚝딱 두 그릇 비웠다. 왜 진작 몰랐을까? 이렇게 쉬운 것을 ㅋㅋㅋ….

그날 숙제인 자녀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적으며 아이가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다시금 느꼈고, 남편에게 대한 고마움도 느꼈다.

셋째 날 조원들끼리 과제를 발표하면서 남편에게 쓴 편지 내용을 읽어 내려 갔다. 밤에 글로 쓸 때는 별로 슬프지 않았는데 그 내용을 직접 읽으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에 눈물이 없던 나인데, 어머니학교 여긴 이상한 곳인가 보다.

셋째 날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읽어왔던 양육책들의 내용을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새롭게 받아 들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집에 와서 발 씻기 숙제를 하면서 어머니학교 수강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 버려서 숙제를 못했던 나는 새벽에 일어나 숙제를 했다. 덕분에 민망하다며 느낀점을 안쓰겠다던 남편의 글도 보게 되었고, 오랜만에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과 인사도 나눴다.

배사장인 내가 새벽에 일어나 숙제하는 모습을 보더니 어머니학교 공부한다고 고생이 많단다.

그러면서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한술 더 뜬다.

“남편한테 존댓말 하라고는 안 하더나?”

“안 하던데? 왜? 듣고 싶나?” 그러면서 서로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남편 말이 맞는다. 남편이 예전부터 원했던 것이었지만 무시하고 있었다. 동갑내기 고등학생 때 만났으니 그런가 보다. 생일도 내가 더 빠르다.

아니, 존댓말을 쓰면 내가 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입에서 ‘요’자가 뒤에 안 붙는다.

어머니학교를 통해서 변화되는 내가 되어야겠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늘 기도하는 아내, 엄마가 되어야겠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향기님과 조원들, 모든 어머니학교 스텝들께 감사드린다.^^〠
 
정현옥|캔버라 1기 어머니학교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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