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추천 도서

‘어머니의 노래’

김연려/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7/31 [11:17]
짱꼴라

‘짱꼴라’ 지금은 흔하게 말하거나 쉽게 듣지 못하는 단어다. 본인이 해방의 날을 맞은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데 ‘짱꼴라’를 듣고 말을 한 마지막 세대로 현재 평균 연령이 80이 넘는 나이가 된다. ‘짱꼴라’란 일제통치시대와 해방 후 앞선 시대에 중국인을 욕되게 비하하는 말이다.

태평양전쟁이 종결된 1945년 8월 15일을 정점으로 내려다보면 한국은 일제에서 해방을 중국은 전승국으로 그리고 일본은 패전국으로 갈리는 와중에서 세 나라에 얼 킨 당대 최고의 지성을 갖춘 한 여인이 등장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산부인과 여의사로 내과 의사인 남편을 일본인으로 알고 병원을 운영했는데 해방이 되자 남편이 한국인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남편을 따라 3개월 예정으로 해방된 한국 방문길에 올라 군산에 상륙하였으나 그 후 38년간 꼼짝 없이 ‘짱꼴라’의 멍에를 걸머지고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은 하나의 드라마였다.

전술한 중국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이상운은 노년에 전도사로 군산화교(華僑)교회을 개척하는데 공헌하고 각 지역 화교 교회를 섬기는데 헌신했다. 2005년에 소천한 이 전도사가 금년 2월 정년 퇴임한 카토릭의대 옥인영 교수의 어머니이다. 옥 교수는 이유진 전기작가를 만나 홍성사에서 발간한 “어머니의 노래”를 2011년 3월에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CBS 방송프로 “새롭게 하소서”

금년 5월, 서울 기독교 TV방송 프로 ‘새롭게 하소서’를 시드니에서 시청했다. 최일도 목사와 전혜진 씨가 진행하는 프로이다. 처음 옥인영 교수와 대담하는 내용에서 옥 교수가 어머니를 회상하는 실화 중 못다한 효심으로 감정을 억제 못할 때가 있었다. 이 방송프로로 ‘어머니의 노래’란 신앙서적의 존재를 지구촌 남단 시드니에서 알게 된 것이 고마웠다. 

마침 서울에 출장 중인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귀국 편에 책을 입수하게 됐다. 지난 16년간 르포 형식의 글 ‘시드니 만보’를 교민지에 발표하면서 원고와 유관한 책의 필요 부분만을 읽었는데  ‘어머니의 노래’는 아내가 먼저 읽고 내가 하루 밤 사이에 다 읽는 기록을 세웠다. 부부 우리가 읽고 바로 출석하는 구세군교회 사관님들께 전하고 교인들이 돌려 읽고 있다. 허락되면 많은 지인들까지 돌려볼 참이다.

 
어머니와 아들
 
▲베이징(北京) 병원 정원에서 남편과 두 간호사 왼쪽 의자에 앉은 이상운 여의사


옥 교수의 어머니 이상운 여사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취득한 산부인과 의사 면허가 해방된 한국에서는 유효하지 못해 한을 남긴다. 남편은 일본에서 취득한 내과 의사 면허로 개원하자 이 여사는 뒤에서 병원 경영에만 전념하는 아쉬운 생애를 걷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뒤따르는 이방인의 존재는 한없이 추락한다. 요사이 다문화가정의 인지도와는 정말 하늘과 땅만큼 다르게 주위의 눈총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옥 교수가 국민학교 입학하는 날  엄마인 이 여사가 아들을 데리고 학교 가려는 아침에 남편이 예민한 아이가 중국계 엄마라고 상처받는다며 가정부 아줌마 하고 가라고 제지한다. 집에서도 중국말을 못하게 하고, 한국말에 익숙하지 못한 어머니는 옥 교수의 국민학교·중·고등학교 졸업식까지 단 한 번도 학교에 못가 보았다.  

아들은 또 어떠했나, 초등학교 6년간 그리고 중·고등학교 6년간 학교 친구 단 한 명도 집에 데리고 오지 못했다니...  옥 교수가 카톨릭 의대생일 때 중국에서 유학 온 친구 한 명을 집에 처음으로 데리고 갔단다. 친구와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편안하고 생기있고 흡족해 하는 모습을 아들이 옆에서 지켜보는 장면을 책 속에서 읽고 독자의 눈도 습해진다.

다시 TV 화면에서 옥인영 교수가 회상하는 한 장면이다.  어머니가 소천하신 다음 해 미국 풋볼 선수 하인즈 워드가 방한 시 피부색이 황색인 한국 어머니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을 보게 된다. “중국에서 온 우리 어머니에게 그동안 나는 어떻게 했나?“ 그 뒤 전심전력을 다해 중국어를 익혀 지금은 어머니가 못다한 한국 내의 화교와 중국선교에 전력투구함을 보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지구촌 남단에서 기원한다.〠

 

김연려|시드니 만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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