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간 독도 갈등과 그 전망

호사카 유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8/27 [17:27]
이명박 대통령 독도 전격 방문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역대 대통령으로서 처음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냉각해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제소하자고 한국 정부에 최근 공식 제안하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 독도에 설치된 ‘지상 태극기’ 앞에서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일보

돌이켜보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일본의 독도 도발은 그 강도가 지나쳤다. 2008년 7월 일본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기에 이르렀고, 같은 시기 일본의 로비에 의해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주권국가를 `한국`에서 `미지정`으로 바꿔버렸다.

다행히 방한을 앞둔 당시 부시 대통령에 의해 독도는 `한국령`으로 원상복귀됐지만 일본이 독도 문제에서도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통령은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동북아역사재단 안에 독도연구소를 신설했고 기존의 `조용한 외교`를 `차분하고도 단호한 외교`로 바꿨다.

그 후 이명박 정부는 평소에는 독도연구소를 중심으로 독도 연구를 촉진시키는 등 ‘차분한’ 자세를 지키면서도 일본의 독도 도발이 있었을 때는 국무총리를 독도에 파견하기나 일본 측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단호한’ 외교를 펼쳐왔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독도를 방문한 것은 2008년 7월 이후 행해 온 ‘차분하고도 단호한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을 지속적으로 자극

 2008년 이후 일본은 초·중· 고 교과서,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우기며 한국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참사 때 한국에서는 민관이 합심해 돕기 운동을 전개하는 와중에도 일본 정부는 2008년도 해설서에 입각해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재한 지리, 공민(일반사회) 중학교 교과서를 대거 검정 통과시켜 한국 국민의 분노를 샀다.

뿐만 아니라 작년 8월 1일에는 일본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울릉도 소재 독도박물관을 방문하겠다고 주장하며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시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입국 금지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일본에 대해 독도 수호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이번 독도 방문을 결심했을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일본은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재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대거 검정 통과시켰고 방위백서에도 8년째 연속으로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재했다. 일본은 대통령이 요청한 위안부 문제 해결은 묵살하고 맞불작전으로 오로지 독도 문제만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인 것이다.

독도아카데미에 참가한 젊은이들 ⓒ강민석

일본 정부의  잇따른 보복 조치

전체적으로 봐서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일본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통화스와프 축소 검토, 한일 장관급 회답 연기 등 보복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고 8월 22일에는 노다 총리의 항의서한과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공동제소하자는 공식외교문서를 한국 정부에 송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를 한다 해도 한국 측에서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하는 것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당시에 정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교환 공문’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일본의 제소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한·일 기본조약 파기’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이 ‘교환 공문’보다 먼저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하자고 우리에게 제안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65년 정해진 ‘교환공문’은 다음과 같다. ‘양국 정부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국 간의 분쟁이면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제3국에 의한 조정에 의해 그 해결을 도모한다.’ 이에 따르면 한·일 간의 분쟁 처리는 ‘외교상의 경로’ 혹은 ‘제3국에 의한 조정’이 원칙이다. ICJ 방식은 제외돼 있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이 ICJ행을 제안한 것은 ‘교환공문’ 속에 있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교환공문에 의한 방식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ICJ에 의한 해결 방식을 새로운 관례로 만들려고 하는 셈이다. 일본은 한국이 이런 제안을 거부할 것이란 점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제안이 거부될 경우 ‘교환공문’ 방식을 활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조정’ 절차로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일본,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세계에 홍보

그런데 여기에 일본 측 논리의 한계가 있다. 교환 공문 방식에 의한 조정으로 들어가려면 우선 한국이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절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ICJ 방식이나 교환 공문 방식을 모두 한국이 거부할 것임을 알면서 오로지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영토문제를 ICJ로 제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소하기 전에 상대 국가의 동의를 얻는 방식, 또 하나는 상대 국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소하는 방식이다. 일본이 교환공문 방식의 해결도 한국이 거부할 경우 일방적으로 독도 문제를 ICJ로 제소한다고 현재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는 교환공문 방식이나 ICJ 방식을 모두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교환공문 방식도 한국에 의해 거부되면 일본이 단독으로 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일본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홍보효과다. 한국이 거부한다고 해도 일본은 제소를 강행함으로써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알리려는 계산이 있는 모양이다.

만의 하나 일본이 미국 등을 설득해 공동으로 ‘독도 문제를 ICJ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23일 현재 일본은 독도문제에 있어서 일본을 지지하는 국제여론을 일으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런 식으로 일본이 독도 문제를 점점 분쟁지역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원래 ICJ에 제소하는 방식은 65년 한·일 양국이 합의한 분쟁해결 방식에 없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국제 외교전에서 일본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이제 전략의 전환이 중요한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원론적으로는 독도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다루면 다룰수록 일본 측이 불리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ICJ든 교환공문 방식이든 간에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독도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독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 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세계에 드러남을 일본은 내심 우려하고 있다. 

차분하고도 단호한 외교
 
독도 영공을 지키는 대한민국 공군 ⓒ강민석

법적으로 안 되면 다음 일본이 나설 수 있는 방법은 한국 측과 독도 문제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한국 측은 물리적 충돌로 인해 독도 문제가 자동적으로 ICJ로 가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돌발사태를 충분히 고려해 미연에 방지한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일본은 미국 등 선진국들을 설득해서 `독도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라는 국제여론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은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모든 법적 조치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현재 일본으로서는 독도 문제 말고도 국내외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노다 정권은 이제 말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봐도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노다 정권은 더 이상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독도에 대한 강경자세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강경조치에 밀리지 않도록 ‘차분하고도 단호한 외교’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차기정권에 부담을 남기지 않도록 대선 이전에 독도 문제를 한국 측에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독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을 넘어 국가정책으로서 과거의 독도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정권이라도 과거 정권의 독도정책을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평가하고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2003년 대한민국에 귀화한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 교수             © 크리스찬리뷰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일본학)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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