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열린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미래목회포럼 개설한 김종환 교수

송기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7/02 [11:40]
 
▲ 서울신대에서 지난해 정년 퇴임한 김종환 교수는 삼 남매가 살고 있는 시드니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 크리스찬리뷰
 
대담|송기태
사진|권순형
 
주어지는 역할에 충심으로 헌신하겠다
 
-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최근 근황을 듣고 싶습니다.

“예, 저는 지난해에 서울신학대학교(이하 서울신대)에서 정년퇴임을 하였습니다. 한국의 대학제도는 교수정년이 65세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나이가 그렇게 되었어요. 1983년부터 강의했으니 거의 30년을 대학에서 보냈지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대학에서 고맙게도 저를 명예교수로 추대해 주어 계속 강의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대는 재작년 2011년에 개교 100주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사중복음(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전도표제를 학문의 중심으로 삼고, 그리스도인의 복음전파와 사회적인 책임을 아우르는 신학교육을 해왔습니다. 서울신대는 보수적인 학교와 진보적인 학교와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졸업생들은 지역교회연합을 위하여 보수와 진보의 교량 역할을 잘 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신대 재임기간에 저는 한국 최초의 상담대학원을 설립한 것을 가장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미국 풀러신학교처럼 치유목회대학원으로 시작하였으나 상담대학원으로 개명하였습니다. 풀러신학교도 지금은 심리대학원으로 개명하였더군요.

그동안 많은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양성되었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지요. 저보다 뛰어난 학자들도 많이 배출되었고,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많은 졸업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신대는 저의 신앙과 학문의 고향입니다. 서울신대 정신을 마음에 품고 앞으로 주어지는 역할이 있다면 조용히 그러나 충심으로 헌신하려고 합니다.

저는 삼 남매를 두었는데, 모두 시드니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드니에 와 있습니다. 요즘은 손주들과 지내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앞으로 시드니에 정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상담치유사역이 치유목회로 실천되면 좋을 것
 
-교수님께서 그동안 시드니 이민교회와 계속 교류해오시면서 여러 소회가 있을 터인데요.

“벌써 16년이 지났습니다만, 저는 1997년 안식년을 얻어 1년 동안 UTC 객원교수로 시드니에 왔습니다. 그때에 안식년 연구과제로 R. 오스왈드의 <목회자의 자기 돌봄(Clergy Self-Care)>이란 책을 번역했어요. 당시 시드니 한인목회자들과 교제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어요. 시교협 초청세미나에서 토론할 기회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 책 내용에 나오는 ‘돌보는 자를 위한 돌봄(Caring for the care giver)’이 이민목회자들에게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회자는 남을 돌보는 자이지만, 목회자 자신도 돌봄을 받아야 되는데, 이 분들은 누가 케어 할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 당시의 경험을 칼럼으로 연재했는데, 독자들 중에 카운슬링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의 숙소 앞 파라마타 공원에서도 만나고, UTC 세미나실에서도 상담을 했어요. 상담내용은 영적인 문제만이 아니었어요. 부부문제, 자녀문제를 비롯하여 전인적인 문제들이었지요. 이런 경험들을 통하여 시드니에 상담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서울생명의전화 원장 하상훈 박사를 초청하여 전화상담 자원봉사자 교육을 했어요. 그래서 시드니한인생명의 전화가 창립되었어요. 이런 상담치유사역이 이민교회 치유목회로 실천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최근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지난 4월 『월간목회』 특집이 ‘현대 크리스찬의 방황’이었습니다. 제가 ‘상담을 통해 본 현대 크리스찬의 문제’ 파트를 집필했어요. 1월에 원고 청탁을 받고, 지난 2년 동안 전화 상담을 포함한 총 236사례를 분석해 봤습니다. 자녀 문제가 9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정문제가 62건, 정신장애 상담(우울신경증 14. 불안신경증 5, 정신분열증 4, 화와 분노 5, 편집증 3)이 31건, 삶의 문제(직장 문제 9, 낮은 자존감 7, 결혼 4. 이성 관계 2, 재산 문제 2, 도벽 1건) 25건, 마지막으로 영적인 신앙생활 상담이 24건으로 나타났어요.

이렇게 비교해보니, 16년 전 시드니 교우들이나, 지금 한국 교우들이나 전인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것입니다. 크리스찬이 안고 있는 아픔과 상처, 고뇌와 갈등은 보통시민들과 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어요. 이는 크리스찬들도 영적인 문제뿐 아니라 ‘영과 혼과 몸’(살전5:23)의 전인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영(靈/spirit)으로 지음 받은 영적 이치(理致) 즉, 영리(靈理)와 마음의 이치 심리(心理) 그리고 몸의 이치 생리(生理)가 전인적으로 모두 건강해야 사람답게 행복하고 보람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2년 한국인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서 재확인됩니다. 개신교인 1천 명에게 신앙생활의 이유에 대한 질문하니, ‘마음의 평안을 위해’(38.8%), ‘구원, 영생을 위해’(31.6%), ‘건강, 재물, 성공, 축복을 받기 위해’(18.5%) 순으로 나타났어요.

‘마음의 평안’이 심리적 욕구이며, ‘구원과 영생’이 영적 욕구이며, ‘건강, 재물’이 생리적 욕구라고 할 수 있지요. 신앙생활의 이유가 영적 욕구(31.6%)보다 심리적 욕구(38.8%)가 더 높게 나타나고, 생리적 욕구(18.5%)가 상당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앞으로 목회 방향이 전인적인 모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김종환 교수    © 크리스찬리뷰
 
모든 전문직은 연장교육이 필수
 
- 이번에 목회자 연장 교육의 일환으로 ‘현대목회와 치유’란 프로그램을 개설하셨는데, 연장교육의 필요와 당위성이랄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전문직은 연장 교육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면, 학교 선생님들은 매년 일정 교사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 의사 등 모든 전문직은 연장교육을 통하여 새로운 크라이언트의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목회자 연장교육도 필수적입니다만, 현실은 목회자 연장교육의 기회가 충분하지 못한 편입니다. 더욱 이민 목회 현장의 연장교육은 절실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목회 현장은 전인적인 요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 9:35)는 말씀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전인사역의 모델을 배우게 됩니다. 예수님 사역은 가르침 사역(teaching ministry), 선포 사역(preaching ministry) 그리고 치유 사역(healing ministry)으로 요약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역을 전승하려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의 세 가지 사역을 본질적으로 충실히 전승한 모델을 사도들의 초대 교회에서 찾게 됩니다. 사도들은 예수님 사역을 직접 보고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에 의하면, 오순절 이후 믿는 자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사도들은 매일 구제를 위한 사역을 위하여 집사들을 세우고, ‘우리는 기도하는 일과 말씀 전하는 것을 전무하리라’(행 6:4)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세 가지의 사역이 초대 교회에서 말씀 사역(Ministry of Word)과 섬김 사역(Ministry of Table)으로 전승되었습니다. 이를 ‘사도적 전승’이라고 합니다. 왜 예수님의 세 가지 사역이 초대교회에서 두 가지 사역으로 전승되었을까요? 이는 사도들이 예수님의 사역에 본질적으로 충실하였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약속이 성취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자연스럽게 가르침과 선포 두 가지 사역을 ‘말씀 사역’으로 통합했어요.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에 나타난 치유 사역은 단순한 병자만을 치료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응답하셨습니다. 죽은 자는 살리셨고, 병든 자는 치료하셨고, 배고픈 자에게는 먹을 것을 주셨고,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자와는 상담을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의 치유사역은 단순한 육체적 질병에 대한 치료만이 아니라 전인적인 치유였습니다. 인간의 전인성의 필요에 응답하는 사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승에서 사도들은 초대교회 당시에 우선적으로 도움이 필요(need)했던 과부들에게 응답(response)하기 위하여 매일 구제(diakonia)했습니다.

이 섬김의 사역을 “mini- stry of table”이라고 하는 것은 과부들을 식탁(table)에 초대하였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N-R의 원리’에서 형태적인 전승이 아니라 본질적인 전승을 바르게 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교회는 전인적인 문제 즉 가정, 자녀, 노이로제, 스트레스, 이혼, 자살, 마약, 알콜 등의 문제(N)에 응답(R)해야 합니다. 현대인은 문화지수, 경제지수, 교육지수, 레저지수가 상승할수록 오히려 허무지수, 정신병지수, 자살지수, 이혼지수가 정비례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도들처럼 본질적인 전승을 하기 위하여 치유사역에 관한 연장 교육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    김종환 교수  © 크리스찬리뷰
 
‘미목포’는 연장교육 토론의 장
 
- 이런 시점에 시드니미래목회포럼(미목포)은 아주 시의적절하게 출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포럼(forum)은 조직이나 단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포럼디스커스의 약자입니다. 원래 라틴어로 탁 트인 공간을 말합니다. 영어해석으로도 공공광장, 공개토론장을 의미합니다. 미목포를 새로운 단체나 운동으로 보시는 것은 오해입니다. 목회자 연장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토론의 장을 함께 나누는 것이지, 회장이나 임원도 없을 것입니다. 원래 인생을 살만큼 산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법이 없습니다.

다만 N-R의 원리에 조용히 헌신하는 것이지요. N-R의 원리를 외면하면 비겁이고 충성된 종이 아니지요. 저는 평생 신학대에서 교육하던 사람입니다. 시드니 한인목회자들의 연장교육의 필요에 조용히 응답    (response)할 뿐입니다.

마침 고국에서 두 분 교수님이 시드니에 오실 기회가 있으셔서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포럼이 연장교육으로써 좋은 반응이 있다면 앞으로 정기적인 포럼으로 발전되겠지요. 그 결과는 사도들이 전해준 N-R의 원리대로 될 것입니다.”

- 다른 유사한 연구기관, 단체와 비교하여 미목포의 차별화된 콘덴츠나 장점이라면 어떤 것입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N-R의 원리’에 의하여, 우선 치유 목회 중심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치유목회는 원래 치유와 성장목회의 의미입니다. 치유받을 분보다는 성장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지요. 이미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었어요. 이제 그리스도의 분량까지 성장해야지요. 요즈음 치유가 매스 미디어에 범람하여 식상한 분들도 있어요. 지금 목회자들은 카운슬링을 공부했던 하지 않았던, 원하든 원치 안하든 카운슬러 역할을 피할 수 없는 목회 현장에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조기연 교수의 ‘리터지와 치유(liturgy & healing)’, 임경수 교수의 ‘중년기 위기와 과제(crisis & task of middle life)’ 그리고 저의 ‘현대 치유목회의 동향(trend of current healing ministry)' 모두 세 강좌와 토론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리터지와 치유’와 ‘중년기 위기와 과제’ 두 강좌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조기연 교수는 탁월한 예배학 교과서를 집필하신 분으로 요즈음 한창 유명하지요. 사실 치유를 받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배 안에서 치유가 나타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예배학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지요. 임경수 교수는 <인생의 봄과 가을>이라는 유명한 중년기 심리학의 저자이십니다.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 중년기 위기와 과제보다 시급한 주제는 없을 듯합니다. 매우 좋은 포럼이 되리라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MCO 교육원리
 
- 앞으로 미목포는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입니까?

“첫 포럼의 평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매년 3회(2ㆍ7ㆍ12월)의 정기포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정기포럼 외에 특별 포럼도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이 포럼이 정규교육처럼 교과과정을 정하여 ‘수료증’도 드리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자매대학의 ‘학점’으로도 인정받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된 MCO라는 교육원리가 있습니다. 동기(motivation)가 있어야, 실력(capacity)이 나타나고, 그러면 상을 받는 기회(opportunity)가 오고, 그러면 다시 동기(M)가 강화되어 더욱 실력(C)이 나타나며, 더욱 큰 상을 받는 기회(O)가 옵니다. 아마 목회의 원리도 같을 것입니다. 물론 연장교육이 수료증과 학점이 목표는 아니지만, M.C.O 원리로 보면 필요하지요.”

- 미목포를 통해 우리 시드니 이민 교회 현장에 새로운 변화와 효과가 기대됩니다.

“상담대학원에서 보면, 목사님이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몇 학기 후에 사모님을 입학하게 하신다거나, 아니면 사모님이 먼저 공부하시다가 목사님을 입학하시도록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느 과목은 부부가 함께 와서 수강하는 경우도 있어요.

상담학은 전인적인 학문이어서, 복음 안에서 참된 평안과 자유함을 누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배우자도 상담을 공부하도록 배려하게 됩니다. 이런 효과가 시드니에서도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더욱 행복한 목회자가 되시리라 기대합니다. 행복한 분들이 하나님 나라를 더욱 잘 건설하는 법이지요.

교류분석의 창시자 에릭 번(E. Berne)이 ‘나의 과거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상대방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변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변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변해야 한다’ ‘교회와 교인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우선 내가 변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작은 예수원’ 설립의 비전
 
- 신앙 안에서 “내가 좀 더 변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월터스(A. Wolters)에 의하면, 우리의 인격에는 구조와 방향이 있어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격의 방향이 하나님을 향하여 변화되었지요. 그러나 구조가 방향에 선행되기 때문에 심리 구조가 건강해지면 더욱 큰 평안과 자유함을 누리게 되는 셈입니다.”

- 교수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사람, 삶, 사랑은 세 단어이지만, 어원이 같은 하나의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란 살면서(삶) 사랑하는 존재이며, <삶>이란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며,     <사랑>이란 사람이 사는 것(삶)입니다. 바로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 4:7,8)는 말씀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아요. 자녀들이 이렇게 빨리 독립해 떠날 줄 알았으면 좀 더 사랑할 것을 하는 생각을 비롯하여, 이렇게 빨리 정년퇴임을 할 줄 알았으면 학생들을 좀 더 사랑할 것을 하는 후회가 들지요.

요즈음 적은 바람이 있어요. 한적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여 ‘작은 예수원’을 하고 싶습니다. 격주 정도로 거처를 개방하여 영적 수련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박한 식사를 하고, 시간표에 따라서 명상도 하고, 성경도 나누고, 산책도 하며, 온살도리와 입단행궁 같은 전통 무예도 익히고, 음악도 들으면서, 작은 텃밭도 가꾸는 치유와 성장의 공동체 훈련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꼭 하고 싶군요.”
 
▲ 김종환 교수      © 크리스찬리뷰

-10년 후, 20년 후의 꿈이라면?

“참 좋은 질문입니다. 저의 책 <상담사역론>에 ‘정체성 확립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이 질문이 있어요. 그 동안 카운슬러들은 과거 분석에 너무 치중했어요. 예를 들면, 성인아이 치유를 한다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고나 할까요. 어느 내담자가 아동기와 성장기의 분석을 받고는, 마치 수술대 위에서 개복을 당한 후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당하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상담학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비중을 둡니다. 그래서 10년 후, 20년 후의 자기와 친해지도록 합니다. 저는 20년 후의 저와 친한 편입니다. 아마 ‘작은 예수원’에서 조용히 그러나 깊은 영성을 지닌 소박한 노후를 보내겠지요. 그러나 N-R에 성실한 사람, 삶, 사랑의 인생수업은 성실히 하려고 합니다.

저는 20년 후의 저와 친해지면서 사후명상도 자주하는 편입니다. 사후명상은 저를 거의 성자처럼 살게 합니다. 우선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깨달음을 늘 합니다. 옷도 신발도 너무 많아요. 책 외에는 모두 버리고 있어요. 물론 나눌 것은 나누며...”

-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후배들에게 간단히 멘토링이 될 만한 내용을 들려주십시오.

“빅터 플랭클은 ‘의미를 인생의 최고 가치’로 보았어요. 아우슈비치 강제수용소에서도 자기 존재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답니다. 그러므로 가장 귀한 길을 출발한 셈입니다. 그리고 해보면 즐거운 일입니다.

단, 마음의 평안을 얻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안의 체험입니다.(요 14:27). 이 평안은 주님 앞에서 독거(獨居)할 때에 주어집니다. 그러면 독보(獨步)할 수 있어요.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가는 것이지요. 주님처럼.... 그래요 작은 예수로서 나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참 멋지지요. 독거는 독신과는 다릅니다. 자기 안에 성소를 지닌 사람을 말하지요.

물론 모든 직업(vocation)은 하나님의 소명입니다. 그래서 개신교는 목사를 성직자(clergy)라 부르지 않고 목회자(minister)로 부릅니다. 우월감이 아니라 겸손이 필요한 길을 출발한 셈입니다.

- 호주에 있는 한인 성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터인데요.

“그라셔(W. Glasser)는 정신건강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키퍼슨(key person)을 말합니다. 키퍼슨이란 서로 사랑하며, 서로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자기 인생의 열쇠와 같은 사람을 말합니다. 키퍼슨이 20~30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서양이론입니다만, 저는 동양인이 조금 내향적이니 15~20명은 되어야 한다고 교과서에 적용했어요. 가족관계에서 5-6명, 사회적 관계에서 5-6명 그리고 죽마고우 5~6명의 키퍼슨이 있어야 한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키퍼슨이 단 한 명이면 사이코 수준, 3명 정도이면 노이로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크리스천이면서도 키퍼슨이 부실하다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의 편지(고후3:3)와 향기(고후2;15)는 키퍼슨이 많다는 의미이지요. 인생은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서로 좋은 점을 보면서 칭찬하고 존경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  김종환 교수    © 크리스찬리뷰

나가는 말
 
인터뷰를 마치며, 김 교수는 ‘목회자’란 한마디로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정리하면서 사랑, 삶, 사람은 하나의 단어라고 했다. 자신은 이 말을 평생 반복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참 좋아한다고 했다. 평생 학문으로 삼아온 ‘상담’과 ‘치유’의 본질은 ‘자기-직면’(self-confrontation)으로 보았다.

“큰 거울을 통하여 자기를 보듯이, 정면으로 자기를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는 자세도 바르게 하고, 얼굴도 매만지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능력이 모두 있어요”
그리고 ‘신앙’에 대하여는 “우리는 사람으로서 영적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며, 영적인 존재로서 사람을 경험하는 것이다”는 히브리 격언으로 대신했다.

스스로 영적 기질이 ‘자연주의 영성’이라고 밝힌 그는 늘 요한일서 4장을 산책하면서 이 말씀을 암송하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깊이 경험한다고 했다. 찬송은 모친이 10년 넘게 병상생활하면서 부르던 찬송(495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를 평생 부르게 되더라고 했다.

그리고 에리자베스 퀴브로 로스의 <인생 수업>과 빅터 플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와 칼 지브란의 <예언자>의 책을 읽으면 좋다고 추천했다.

한국 기독교 상담학계의 개척자로서 우리 가까이 온 그의 ‘미래목회포럼’이 열린 공간이 되어 시드니 교계에 치유와 회복, 충전과 도전의 큰 잔치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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