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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 106년 만에 첫 여성 총재, ‘희망풍차’로 취약 계층 지원

글|김명동, 사진|권순형 | 입력 : 2013/11/25 [14:14]
▲ 대한적십자사유중근 총재. 그는 한적이 창립된 1905년 이후 106년 만에 첫 여성 총재로 취임했다.     © 크리스찬리뷰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69)가 제19차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드니에 왔다.유 총재는 대한적십자사(한적)가 창립된 1905년 이후 106년 만의 첫 여성 수장이다.

지난 2011년 10월 취임한 그는 한적 첫 여성 총재라는 타이틀에 맞게 세밀하고 자상한 사회 돌보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협력의 리더십을 통해 조직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그는 지난해 7월 ‘희망풍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국제적십자연맹 총회에 전력을 쏟고 있는 유 총재를 지난 11월 16일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만났다. 조찬을 하면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총재는 시종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겸손하고 설득적인,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 시드니 다링하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에 참석한 유중근 총재(가운데)와 김주자 국제협력팀장(오른쪽). 유 총재 왼쪽 뒷편에 북한적십자사 대표들이 앉아 있다.     © 크리스찬리뷰

생명줄처럼 이어진 네트워크, 적십자만의 힘

- 이번 국제적십자연맹 총회에서 중요한 의제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세계에 펼쳐져 있는 취약한 계층들을 잘 돕느냐 하는 것을 의논하는 걸로 보면 되겠습니다. ‘생각을 변화시켜서 생명을 구하는 일을 잘하자’라는 것이 주제인데 그것을 시대에 맞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적십자의 기본정신입니다.

적십자정신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준다라는 것인데 저는 적십자정신이 너무 좋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서로 상호 간에 이해와 협력과 우정과 평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이번 적십자 총회에서 중요한 일은 총재를 선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부회장을 4개 지역에서 뽑았고 연맹 관리이사회(Governing Board)를 뽑는 투표가 있었습니다. 연맹 관리이사회는 전체 회원사 189개국 중 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유럽, 아프리카 등 4개의 지역별로 5개국씩 총 20개국을 선출해 연맹 총회가 위임한 사항을 이행하고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기구입니다.

저희 대한적십자사는 그동안 연맹 관리이사회로 2005년 선출된 후 2009년 재 선출돼 그동안 아ㆍ태지역 47개 적십자사를 대표해 활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임기가 4년으로 두 번을 하면 자동적으로 쉬게 되어있어요.”

- 북한적십자사 대표들도 만났습니까?

“만났습니다. 북한적십자사 부위원장을 만났는데 국제회의에서 여러 번 뵌 분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요. 서로 안부 묻고 이산가족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했습니다. 가장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우리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자, 이 정도로 이야기를 했죠.”

- 일반국민들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헌혈 사업을 제외한 한적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189개국 적십자사마다 하는 일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한적십자사가 가장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일을 합니다. 크게 보면 재난구호, 사회봉사, 적십자병원, 혈액사업인데요. 적십자는 전쟁터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전쟁에서 일어나는 재난구호가 적십자의 첫 번째 사명입니다.

특별한 재난이 없는 시기에는 저소득층,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가 중요한 역할입니다. 적십자에는 전국 43기관에서 일하는 3천330명의 직원과 12만 6천여 명의 일반자원봉사자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참여하는 24만5천여 명의 RCY(Red Cross Youth)자원봉사자가 있어 다른 단체보다 더 활발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적 인도법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인 신효헌 전 호주대사(오른쪽)가 유중근 총재와 함께 시드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특히 RCY는 봉사와 나눔의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RCY 조직을 유아까지 확장한 겁니다. 나눔은 어릴 때부터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보건, 안전, 위생부분의 봉사입니다. 수상안전, 산악안전, 국민건강, 보건강사 프로그램, 심폐소생술은 물론 성교육, 다문화 취약계층 어린이 보건 등이 포함되는데 최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남북교류를 포함한 국제교류입니다.

적십자는 1859년 시작돼 154년 역사를 지니고 있고 189개국이 참여해 유엔 다음으로 회원국이 많은 나라입니다. 국제교류를 통해 해야 할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북한 적십자와 손을 잡고 이산가족 상봉, 북한 어린이 돕기, 의료서비스 지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도 중요한 부분인데 현재 6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요. 제일 크고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1981년부터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헌혈사업입니다.”

- 직원이 3천330명, 자원봉사자가 학생 조직을 포함해 37만 여 명이라면 대단한 식구입니다.

“사실 봉사자들은 적십자의 핏줄입니다. 이들의 봉사시간을 자산가치로 따지면 670억 원대라는 추산도 있습니다. RCY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러더군요. 각 국가가 할 수 없는 것을 유엔이 하지만, 유엔이 못하는 것을 적십자가 한다고요. 그리고 유엔은 머리와 가슴은 있지만 실제 일할 수 있는 손발이 없는 조직이라 자원봉사자가 풍부한 적십자가 부럽다며 적십자 봉사원의 힘을 표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원봉사자야말로 적십자의 기둥이자 뿌리지요.

최근 국민 누구나 지역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50개의 봉사관을 새로 단장하고 ‘적십자봉사관’이란 이름 대신 ‘희망나눔봉사센터’로 바꾸고 센터마다 빵굼터와 국수나눔터 등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까지 국민의 1%인 50만 명을 자원봉사자로 모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요.”

▲ 희망풍차 출범식     © 대한적십자사

유 총재는 적십자의 역할을 ‘소금 같은 존재’라고 했다. 소금이 스스로 녹아 없어져서 음식의 맛을 내듯 적십자는 사랑과 봉사로 나눔 문화의 맛을 낸다는 것이다.

“사랑과 봉사라는 적십자정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나눔과 봉사는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성숙을 돕는 삶의 활력소거든요.”

국민과 함께,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적십자

- 지난해 7월 ‘희망풍차’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는데 새로운 이름입니다. ‘희망풍차’가 무엇입니까?

“자원봉사자들이 4대 취약계층과 일대일 결연을 맺는 것입니다. (희망풍차 브로셔를 꺼내 빨간색 네 깃발을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소외아동, 노인, 다문화 가정, 북한이주민이 그 대상인데 일단 가장 큰 성과는 적십자의 활동에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정기후원자들이 생긴 것입니다.

이분들의 정기후원금으로 적십자사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반찬 전달, 목욕 봉사 등의 기본 서비스는 물론 각 대상자에게 꼭 필요한 도움(의료, 주거개선, 교육, 기초생활)을 모두 제공해 드리는 맞춤형 통합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힘을 얻는 것은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서 미혼모 아이를 가졌는데 희망이 캄캄했다는 거에요. 그리고 항상 자기는 외톨이었는데 적십자 엄마들이, 봉사자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적십자 엄마들이 찾아오면서 자기가 달라졌다. 환경이 달라지기 전에 자기 생각이 달라져 나도 이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편지를 보내줍니다.
 
이게 ‘희망심기’입니다. 그분한테 희망에 대한 의미를 심어주고 저희는 물을 줘서 자랄 수 있게끔 약간 도움을 주고 그래서 함께 희망나무를 키워나갈 수 있는 희망심기가 됩니다.

이렇게 희망풍차가 돌아가면서 이제는 병원, 헌혈을 통합해 인적, 물적, 생명 나눔을 맥으로 한 희망풍차 나눔플랫폼이 되었습니다. 뜻을 갖고 움직이니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늘었고요.”

▲ ‘함께하는 대한민국! 위기 가정에 희망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실시된 제1회 희망풍차 SR 나눔로드의 종주식. 129명의 대학생들이 최남단 마라도에서 임진각까지 총 674km를 걸으며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걷기행사로 진행됐다.(2013. 7.22~8.7)     © 대한적십자사

이와 관련, 한적은 지난해 6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희망진료센터’를 연데 이어 7월에는 지휘자 금난새 씨와 함께 탈북 청소년으로 구성된 ‘희망풍차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70여 명이 악기를 받았을 때 얼굴 표정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래서 아, 나도 이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심어줬다고 할까요. 지난 번 야구대회를 할 때는 희망풍차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애국가를 불렀어요. 그런 일들이 작은 일일지라도 적십자 식구들한테는 큰 힘을 얻습니다.”

- 이 시대에 꼭 맞는 프로젝트군요. 사실 다양한 분야에서 한적의 역할이 이렇게 막중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총재 임명을 받았을 때 부담이 컸지만 이유와 소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도 적십자의 정신을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총재직을 수행하며 날마다 더욱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희망풍차’ 프로그램은 취임 후 어떻게 하면 기존의 적십자가 하던 활동들에 국민이 더욱 공감, 참여, 감동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입니다.

취임 후 몇 달이 걸린 이유는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와 적십자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견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마음이 돼서 봉사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게 당연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것 중에서 이론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모여 기다리면서 의견을 나누면서 종합을 하면 좋은 의견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민 속에 들어가는 적십자, 국민의 공감을 얻으며 일하는 적십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사실 감동이 없으면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 것을 느낍니다. 진실과 진리를 가지고 뿌리면 반드시 싹이 난다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다리고 듣고 도와주고 또 의견을 합치고 그러니까 에너지가 합쳐지는 거지요. 적십자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죠. 직원들이 행복하고 잘되니까 그분들이 봉사원들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되고 봉사원들은 그 에너지를 받아 자기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수혜자들을 잘 대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협력해서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낍니다.”

▲ 매년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윤중근 총재가 사랑의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2012. 11.)     © 대한적십자사

유 총재는 “공동체를 이끄는데 필요한 리더십은 협력의 리더십”이라며 “이 협력을 위해서는 공감이, 공감을 위해서는 소통이, 또 소통을 위해서는 경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적십자와 인연을 맺은 후 부총재를 거쳐 총재가 되기 전부터 각종 모임이나 단체의 리더로 활동했다. 1984년부터는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도 해오고 있다.

“제가 어려서부터 받은 여러 가지 훈련 중 하나가 공동체에 대한 훈련이었습니다. 일단 대가족 안에서 자라면서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고 이후 학창 시절,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다양한 크기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 자기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공동체에 들어가 봐야 반밖에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나와 서로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훈련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기에 저마다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한 요소에 배치해 잘 이끌어가는 훈련이 지금의 대한적십자사를 이끄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 윤중근 총재가 한적 사무실 인근 쪽방촌을 방문하여 어르신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봉사자들과 이동하고 있다. *사진설명 위부터 아래로     ©대한적십자사

유 총재는 3남 3녀 중 4째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화합과 섬김의 생활은 학창시절부터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초등학교, 중ㆍ고등학교 때는 1등하고 반장은 도맡아 했고, 이화여대 영문학과 재학시절 총학생회장를 지냈고 메이퀸에 뽑히기도 했다. 총학생회장, 메이퀸, 수석졸업 세 가지 ‘업적’으로 그는 동문들 사이에 이화여대 ‘3관왕’으로 불린다.

시댁은 9남매. 대가족인 시댁에서도 사실상 맏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이 몸에 배어 있다. 그의 남편은 고려아연 최창걸 명예회장이다. 리더가 힘들어 ‘다시는 안 한다’ 다짐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싹튼 공동체 의식은 그를 이 자리에까지 세워놓았다.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적십자 일을 해오고 있는데, 지금은 전에 보지 못했던 일이 보이고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 총회 개회식에 앞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1천여 명의 적십자 봉사자들이 폭우와 강풍 속에 빨간색 우의를 입고 적십자사와 적신월사의 상징을 만들어냈다.     © 크리스찬리뷰

리더십의 본질은 섬김

- 옛날에는 여자가 수장이 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첫 한적 수장이 되셨고 여성 대통령 시대입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소신을 말씀해 주시지요.

“기업과 공동체를 단순히 수익과 결과물을 창출해내는 기계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같이 살아있는 생명의 유기체로서 움직이며 서로를 존중하고 그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조직구성원들이 성과와 행복의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공동체를 섬기는 봉사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이나 지위, 나 자신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섬기는 공동체나 기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볼 때 봉사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을 얘기할 때 절대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가 유기체로 움직여야 된다는 게 철저한 생각입니다. 몸을 보면 어디 소중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없습니다. 절대 한두 개 중요한 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각 지체가 다 다르지만 다 자기의 역할이 있어서 다 소중하고 서로 연결되어야만 한 몸을 이룰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적십자는 영문으로 레드크로스(Redcross) 오르가니제이션(Oorganization: 조직)이라고 하지 않고 무브먼트(movement: 운동)라고 씁니다. 생명체라는 거지요. 정체된 조직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도 하나의 유기체로 각자 맡은 일을 잘함으로써 움직여야 합니다.

▲ 한국 대표단이 개회식을 마친 후 총회장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크리스찬리뷰

여성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처럼 정직성 진실성으로 다가가 소통하기를 원하고, 이해될 때까지 시간이 걸려도 기다리고, 경청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는 여성의 기질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경쟁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남성적 리더십에 비해 여성적 리더십은 헌신하고 희생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각 지체가 다 다르지만 다 자기의 역할이 있어 다 소중하고 서로 연결되어야만 한 몸을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은 성경말씀인데요.

“그렇습니다. 하나님한테 배웠습니다.”

유 총재는 소탈한 성품에 리더십과 포용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언론에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묵묵히 사회봉사 활동을 벌여온 여성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유 총재는 서울 온누리교회를 다니고 있으며 현재 권사다.

- 대통령이 한적 명예총재로서 총재 선임을 인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다 한적의 각종 사업에 통일부 등 정부부처들이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나 대북지원문제는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도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이산가족 문제가 남북관계로 인해 꼬여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번에 정말 만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적십자 식구들이 추석을 반납하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전에 영상화면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었고요. 얼굴대면 상봉도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그게 어그러져서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그래도 다시 해야죠. 필요하면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적십자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등 적십자의 국제 네트워킹을 통해서 북한에 서한을 보내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7만 8천여 명 이산가족 중 70세 이상이 70%이상이고 해마다 3천 명씩 돌아가십니다.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사실 정부의 대북물자지원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지원할 준비는 다 되어있고요. 언젠가 이산가족 상봉이 되고 교류가 되면 바로 진행할 겁니다.”

남편도 황해도 해주 출신 실향민이다. 그 역시 기부와 봉사로 잘 알려져 ‘부창부수’란 말을 듣고 있다. 유 총재는 “명절 때면 시댁 어른이나 시누이에게 피난 시절 이야기를 듣곤 했다”며 “언젠가 통일이 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 한적 관계자들이 라오스적십자사 사무총장과 총회장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성준 나눔기획팀 과장, 유중근 총재, 김주자 국제협력팀장.     © 크리스찬리뷰

이 말 끝에 유 총재는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 얘기를 꺼냈다.

“총회에 참석한 189개국의 적십자사는 필리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계획 수립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필리핀 적십자사가 구호물품 준비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지만, 항공 기능 마비와 여러 잔해로 인해 구호 작업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또 가족과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구호물품도 없이 버티며 후속 태풍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5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아시아 태평양지역 적십자사와 함께 100억 원 상당의 모금을 실시하기로 하고, 우선 시급한 상황을 고려하여 20억 원 규모의 긴급구호물자와 현금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긴급의료단 파견도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 한국에 있는 필리핀 이주민들도 나서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의 협력과 나눔과 위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양한 그룹들과 ‘함께 성경 읽는 일’을 계속해야죠

-일도 많으시고 연일 계속되는 회의로 피곤하시겠습니다. 아프신 곳은 없으신지요?

“괜찮습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하시는 운동이 있습니까?

유 총재는 여기에서 ‘대나무식 건강관리법’을 설명했다.

“건강관리의 비결은 지금 현재 시간을 사는 겁니다. 적십자에선 적십자 일만 생각합니다. 집으로 가면 신기하게도 집안일만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거죠. 그리고 일 주일에 두 번 정도 걷는데 저한테는 특별한 것이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30분 정도 걸으면 그때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것이 저한테는 육체로는 걷는 운동을 하고요, 머리는 한 가지 생각만 합니다. 그러면 그때 주시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게 저로서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 만남이 중요한데 특별히 영향을 받은 분, 멘토랄까요. 기억이 나시는 분이 있습니까?

“저는 시아버님과 친정아버님의 양쪽 성품을 받았다고 봅니다. 친정아버님은 따뜻하시면서 문화적이신 분이셨어요. 그래서 전시회도 같이 데려가 주시고요. 여성에 대한 편견도 없으셨습니다. 시댁아버님은 얼마나 정확하고 분명하고 현실적이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신 분이십니다. 종합적인 리더십은 하용조 목사님이시고요.”

- 올해가 한국청소년적십자(RCY) 창립 60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청소년적십자 창립 60주년이 됐는데 첫 번째 행사가 53년 부산 임시수도에서 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이번 60주년 첫 행사도 정전 60주년과 맞물려 강원도 고성의 비무장지대 인근민통선의 지뢰를 파낸 자리에 나무를 심어 평화ㆍ생명ㆍ미래의 숲을 조성했습니다. 언젠가는 나무를 심는 운동이 개성으로 금강산으로 평양으로 펼쳐나갈 수 있기를 꿈을 꿔보면서 나무심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많은 국제캠프 같은 나눔 캠프가 있었고요.

▲ 희망풍차 발대식 1주년과 적십자 활동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0인의 화가들이 기증한 작품으로 만든 희망벽화의 개소식. 본지 박성남 아트디렉터도 작품을 기증했다.     © 크리스찬리뷰

중요한 것은 아시아 태평양지역 28개국 학생들이 우리나라 학생들과 함께 모여서 난민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고 고민하고 해결법을 선포하는 모의총회를 가졌습니다. 학생들이 국제적십자사의 의사결정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두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모의총회를 개최했는데 2백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 때는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이 제주도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에서 임진각까지 걷는 ‘희망나눔로드 대장정’을 개최했습니다. 674km인데 16박 17일의 대장정입니다. 129명이 참여를 했는데 처음에는 많은 학생들이 ‘이게 무슨 나눔이냐’했는데 같이 가면서 적십자정신을 서로 나누고 봉사하는 지역에서는 같이 봉사하고 서로서로 도우면서 원정을 마치는 과정 속에서 좋은 만남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처음 시도한 60주년기념 대 원정을 해마다 할 계획이고요. ‘모의총회’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의견을 나누고 토의하는 문화 또 결정하는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인도주의 리더 훈련과정으로 해날 것입니다. 그리고 연말까지 중ㆍ고등학생들을 위한 나눔교육 자료를 함께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적십자 청소년들의 봉사올림픽이랄까요. 각 지역에서 직접 참여해서 청소년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지려고 합니다.”

유 총재는 “크리스마스를 기해 ‘간절한 호소’(Serious Request) 모금 캠페인을 명동 한복판에서 한다”며 “유리부스에 DJ 3명이 들어가 72시간 동안 먹지도 않고 잠도 안자며 게스트를 초청해 나눔 콘서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총재 임기가 3년인 것으로 압니다. 물러나시면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까?

“임기 3년 중 이제 1년도 채 안남은 것 같습니다. 시작한 것도 제가 계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무리짓고 하는 것도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정직하게 협력해서 일을 해 나가겠습니다.

▲ 총회 마지막 회의에 참석중인 유중근 총재.     © 크리스찬리뷰

임기가 끝나면 가정에 충실해야죠. 그리고 제가 그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해온 ‘함께 성경을 읽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그룹들과 성경을 읽고 있는데 성경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고 변화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데 제가 성경을 읽은 시간도 1만 시간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 총재는 “가장 좋은 일을 선택했다. 봉사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기자를 전율케 만들었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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