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통가의 희망

김지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1/25 [14:52]
2013년 9월 30일. 여느 때와 동일한 월요일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설렘과 긴장감 속에 22명의 선교대원들이 교회로 모였다. 민 목사님, 허 장로님, 문 전도사님, 그리고 집사님들 4명과 학생부 2명, 그리고 13명의 청년들이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드니를 거쳐 10월 1일 이른 새벽에 통가 누쿠알로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조금은 놀랐지만 그곳에 머무는 동안 좋은 날씨를 허락해주심에 그저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마중나오신 선교사님과 함께 우리가 사역하며 지내게 될 통가 한우리교회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리고 짐을 풀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한국의 어느 시골마을에 온 듯한 정겹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통가선교팀이 선교지로 출발하기에 앞서 교회당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화요일 오후, 우리는 첫 사역으로 노방전도를 나갔다. 조를 나누어 우리를 도와줄 현지인들과 함께 전도지와 사탕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인사를 하고 예배와 성경학교에 초청했다. 몸집이 크고 다소 무서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통가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네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 살고 있었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이 참 다행스러웠고 새삼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집을 방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누워있거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육체적인 가난과 게으름만이 아니라 영적인 무기력과 게으름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이 나라에는 이미 오래 전에 복음이 들어와서 수많은 교회가 세워졌지만 샤머니즘과의 결탁과 변질되고 왜곡된 진리, 교회의 세속화와 이단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병들고 침체되어 있었다. 듣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나니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 곳곳에 세워진 크고 깨끗한 몰몬교 건물들을 보면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속상한 마음마저 들었다.

▲ 찬양과 율동을 배우며 여름성경학교가 시작됐다.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10월 2일(수)부터 3일간 우리가 기도하며 준비한 어린이 성경학교가 열렸다. 어린이팀과 청소년팀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어린아이들이 월등히 많았다. 찬양과 율동을 먼저 배우며 성경학교가 시작되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해 주어서 우리도 덩달아 기쁨으로 즐겁게 뛰며 찬양할 수 있었다.

‘One Way Jesus’ 를 크게 외치는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그림 없는 책 팔지버전을 만들어주면서 복음을 전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꽤 많아서 아침에는 페이스 페인팅이나 아트 풍선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은 교회로 찾아와서 창문에 매달려 우리의 이름을 불렀고 함께 놀아주길 원했다. 사실 조금은 귀찮고 피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자꾸 안기고 매달리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들이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애정결핍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는 이방인이었지만 잘해주고 놀아주고 선물도 주는 존재이기에 마음을 열고 더욱 더 관심을 받기 위해 애쓰고 애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돌아가고 나면 그 후유증을 이 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까? 그 부분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선교사님께서도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받아주면 안된다고 하셔서 때론 마음이 아팠지만 그 아이들을 밀어내야 할 때도 있었다. 아이들과 성경학교 시간들을 통해서 믿음의 가정이 바로 세워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통가 땅의 희망이라는 생각,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Sisu ofa atu(예수님은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해 주었고 아이들이 진리의 말씀을 바로 알고 믿음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복하고 기도했다.

▲ 야외에서 열린 성경학교 장면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우리가 준비해온 프로그램들을 다하진 못했지만 우리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이끄심대로 모든 것을 해나가길 기도했기에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힘들어도 기쁨으로 할 수 있었다. 청소년팀은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통가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삼 일 내내 배구만 하게 되었지만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힘들어도 모두들 최선을 다해 그들을 섬겼다.

그리고 함께 간 집사님들께서는 우리의 매끼 식사를 위해 수고하시고 통가인들을 위한 식사까지도 다 준비해 주셨다. 집사님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 빨리 지치고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맛있는 음식으로 육체적인 힘을 얻고 더 열심히 사역할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했다.

매일 저녁시간에는 집회를 했다.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고 함께 통가와 통가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를 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안고 기도를 할 때는 너무도 마음이 뜨거웠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의 은혜로 인하여 죄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 앞에 감사했고 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통가라는 나라에 와서 그들을 붙들고 기도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서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번도 소리를 내서 기도해  보신 적이 없다고 하는 남자 집사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라는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여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오히려 자신이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은혜를 체험하기도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너무도 세밀하고 사랑이 풍성하심을 새삼 느끼게 하는 저녁 집회시간이었다.

선교팀은 매일 아침 7시에는 조별로 모여서 큐티를 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른들과 청년들이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너무 귀했다. 평소 교회에서는 갖기 힘든 시간이었는데 이번 선교를 통해 서로를 더 알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경학교가 시작되기 전 오전에는 노방전도뿐만 아니라 이미용과 의료 사역이 진행되었는데 나는 호주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기에 이미용 사역으로 섬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교를 통해서 처음으로 내가 가진 기술을 사용해서 봉사하고 섬길 수 있었기에 너무 좋았다. 왜 내가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고 경험할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할지 결단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호주에서 일을 할 때 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던 터라 통가 사람들의 머리가 익숙해서 어렵지 않았음도 하나의 감사거리가 되었다. 그동안 기쁨으로 일을 하기보단 불평과 불만이 많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지내왔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다시 한번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엄마의 발을 씻긴 감격적인 세족식.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통가는 정제되지 않은 석회수를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질병이 많은데 의대에 다니는 청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을 돌보고 아픈 부분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고 약을 나눠주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토요일에는 장터에 나가서 전도를 하고 그 땅을 위해 기도하고 통가말로 준비한 찬양을 불렀다. 자신들의 언어로 된 노래를 듣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들어주었다. 미리 통가말로 번역한 찬양을 더 많이 준비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주일 예배 때 특송을 하기로 해서 우리나라 말로 찬양을 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목사님께서 이왕이면 통가 말로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가능할까? 라고 약간은 마음이 힘들었는데 통역으로 섬겨주던 통가 형제에게 가사를 통가 말로 번역을 해 달라고 한 이후 우리는 다시 연습을 했는데 번역을 하던 청년이 찬양 가사에  은혜를 받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천사의 말을 한다 해도 사랑 없으면 아무 소용없네” 라는 찬양가사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감동을 받고 그들의 언어로 찬양을 부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주일 아침 비전 2호 예배당 입당감사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오후에는 여름성경학교 마지막 날 순서를 진행하면서 통가 아이들 3명을 선정하여 엄마를 모시고 오게 해서 목사님께서 세족식을 인도해 주셨다. 그런데 눈에 띄는 말썽꾸러기였던 남자 아이와 두 명의 여자아이가 각자 엄마의 발을 씻겨 드리는데 엄마와 아이들이 너무도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고백하면서 그들 안에 상처와 응어리, 그리고 사랑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울며 그들과 함께 기도를 했다.

공식적인 모든 사역이 끝나고 월요일은 자유롭게 쉼을 누리고 섬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때마침 단비를 내려 움직이는데는 불편했지만 너무나 감사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선교사님이 설치해둔 빗물 탱크가 텅 비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2명의 인원이 씻고 밥을 먹고 하느라 많은 양의 물을 썼기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비를 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비를 내려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비가 그친 후 쌍무지개까지 보여주심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즐거움을 선물로 주셨다.

10월 8일(화),  통가에서의 모든 시간들을 뒤로 한 채 아쉬움 가운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순간같이 느껴졌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교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각자의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달라진 생각과 마음으로 달라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더욱더 치열하게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각자 통가 아이들 다섯 명씩 품고 계속해서 기도하기로 했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기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쌍무지개     ©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이번 단기선교를 통해 우리 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의 선교의 비전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실제적인 선교와 헌신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기쁘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처럼 힘들고 위험한 선교지는 아니었지만 이제 걸음마를 내딛는 우리들에게 좋은 경험과 기회였던것 같다.

불편한 환경 가운데서도 불평하지 않고 함께 협력하여 즐겁게 섬겼던 모든 선교팀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또 어떤 문을 열어주실지 기대가 된다. 통가에서 우리가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소식이 전해지길 소망하며 이곳에서도 우리는 선교사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더욱 힘써야겠다.〠

김지혜|브리즈번한인장로교회 청년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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