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좋아하는 목사라기에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4/09 [12:43]
▲ 골드코스트한인연합교회 창립 20주년 부흥사경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김동호 목사     ©이황영
 
 
그는 돈을 좋아한다고 했다.
 
솔직한 게 뭐가 나쁘냐며 얼굴 표정 한 번 안 바꾸고 말했다. 순간 나는 긴장을 했다. 여기서 그냥 끝나버린다면 변질된 삯꾼목사고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사이비이거나 이단도 이런 이단이 없을 성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그의 다음 말이 그가 왜 이 시대의 지도적인 위치의 참신한 목회자란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었다. 첫 날만 해도 두 시간 가까이 한 설교 중 거의 그 돈을 좋아하는 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 내용을 간단히 말한다 해도 최소 중편소설 분량은 되어야 했고 길게 말한다면 장편소설까지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낸 책이 꽤 여러 권 되는 이유가 따로 없는 것이다.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돈 좋아하는 그가 좋아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더 나아가 그가 그렇게 해서 번 돈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교회 헌금으로 하여 구제와 선교에 쓰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김동호 목사     © 이황영

지난 3월 9일부터 10일까지 골드코스트 한인연합교회 20주년 부흥사경회가 열렸고 11일엔 교사세미나가 열렸다. 첫 날엔 백 명이 훌쩍 넘었고 둘째 날엔 이백 명이 좀 안되었고 셋째 날엔 첫날과 그 다음날의 중간쯤되었다. 

첫 날 기대했던 것보다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왔지만(광고 부족인가, 김동호 목사가 덜 유명해서인가, 아니면 병을 고친다고 하지 않아서인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은 것 같다. 그것은 분위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배가 끝나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밥 맛있게 먹다 돌 씹은 표정이라면 본전 생각나는 괜히 왔다이고 돌 인줄 알면서도 그냥 한 번 씹어봤더니 왕건이 고기였다하는 표정이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귀한 체험이다. 

물론 둘째 날 사람이 더 모인 이유가 후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도 분위기상 따블은 칠 수 있었는데 교사세미나(누구나 다 참석할 수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제목이 그래서)에 목회자연합회에서 돈을 받는다고 하니까 약간 부담을 느낀 성도들이 아끼는 김에 기름값을 더 아낀 것 같다. 말하자면 대박예감이 반타작으로 끝난 것이다. 

부흥회엔 2부 순서로 떡과 차가 마련되어 한참 동안 사람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안 하고 받은 은혜를 나누었다. 만약 본전 생각나서 먹는 게 남는 거다로 대화건 뭐건 신경 안 쓰고 떡만 우걱우걱 먹고들 갔다면 분명 화기애매󰡑한 분위기로 떡 준비한 골코 연합교회교인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을 터인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화기애애했으므로 이건 성공한 부흥회 역사의 목록에 오르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과하면 넘친다고 했던가. 이틀간의 떡과 과자에 맛들인 참석자들이 셋째 날 기대를 하고 왔는지 끝나고 아무 것도 없으니까 황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이 한 말을 가능한 그대로 옮긴다면...

  "오늘 뭐예요 이거. 은혜 받은 것 좀 나눠야 맛이지요. 맨입으로 하라는 거예요?" 
  "만나가 끊어지는 기분인데, 너무 헛헛하오." 
  "헌금 받아 착복 말고 팍팍 풀어 교제하자!"
 
그들은 아마 오늘은 엿이나 호박죽이라도 혹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 좋은, 거기다 은혜까지 넘치는 그들은 컴컴한 교회 정원에서 한참을 집을 잊은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고 즐기다 아쉬운 듯 헤어졌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원 씰데없이 교회에서 먹는 것 같고 난리여." 

맞는 말이지만 어디 돈보다 먹는 게 덜 중요하달 수가 있겠는가.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했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그 일만 악의 원흉이라는 돈 갖고도 저렇게 은혜를 끼치는데 반드시 먹어야하는 먹는 거 같고 은혜를 안 끼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만약 이것이 성령이 함께 하신 집회가 아니었다면 끝나고도 영 찝찝한 마음으로 강사의 출신이나 그간의 행동거지를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봐야 되지 않을까 의심하거나 그래, 니 팔뚝 굵다하며 팔뚝을 걷어붙이는 사람들도 나오겠지만, 아직 그런 사람들을 못 본 걸로 보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부흥회가 틀림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 골드코스트한인교회 목회자연합회가 개최한 교사 세미나를 마친 후 김동호 목사와 함께 기념촬영     © 이황영

그는 돈은 누구나 좋아하는데 아니라고 하면 위선이라고 했다. 돈도 가급적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걸 어디다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구제사업을 소개했고 듣는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밥천국' '탈북자 박스공장'`빈민세차장'노숙자에서 사장님 사업 등 여러 가지 일을 벌이며 그는 선한 일에 힘쓰고 있었다. 

열매를 보면 참 크리스찬인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각종 삯꾼, 사이비, 이단들은 그 열매가 예수님이 말라 죽게 한 무화과처럼 없거나 신데렐라의 독사과를 열게 한다. 그러나 김동호 목사는 그 열매가 풍성하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뱀처럼 공연히 쉿쉿 하거나 목에 하도 힘주는 통에 빨리 쉬어 쇳소리를 내거나 말하다 막히면 쓸데없이 '아멘'을 강요하거나 한 말 또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주제가 뭔지 헛소리 하다가 자기 자랑으로 넘어가거나 너무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얘기 잘 들어주는 교인들 혼내는 일도 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게, 고함을 질러서 성도들 불편하게 하는 일도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게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세습을 싫어하고 "가난은 저주다."하며 마치 부자는 축복받아 그런 것 같은 것을 '기복신앙'이라고 했으며 질병을 비 성령적으로 고치는 것을 무당이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했으며 너무 교회 건물을 '성전'으로 격상시켜 예배당 짓다가 볼장 다 보는 일을 반대했다.
 
그래서 교회 건물 없이 예배를 드리다가 잘 나가던 교회마저 4개로 분리 독립시켰나 보다. 
  
 두고두고 좋은 여운이 남는 알찬 부흥회였던 것 같다. 다음 해에 다시 또 오시라는 여러 사람들의 간절한 요청에 김동호 목사는 슬며시 웃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별로 받는 돈도 없으니까.
 
 
 
손성훈
소설가, 골드코스트한인연합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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