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나눌수록 커집니다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이동옥 원장

글|송기태, 사진|권순형 | 입력 : 2014/05/26 [12:30]
▲ 한국문화원은 한국의 상징으로 시드니 중심 하이드 파크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문화원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LED 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난달 21일 개막한‘Korea: Then and Now’한국 근•현대 사진전을 알리는 이미지와 함께 비교 사진들이 영상으로 전시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은 만남의 광장이다. 특히 지난 5월 21일부터 7월 25일까지 본지가 후원하는 ‘한국 근ㆍ현대 사진전’(Korea: Then and Now)은 시간상으로 한ㆍ호 최초의 접촉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요, 공간적으로는 그때 그곳과 지금 그곳의 절묘한 대비의 만남이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역사가 녹아있고, 옛사람의 삶의 흔적이 배여 있고, 선조의 전통과 풍습, 일상이 투영되고 있다. 125년이란 세월의 더께를 털어내고 새롭게 피어난 장면들은 시골에서 도시로 변모된 모습을 오롯이 투영하고 있다. ‘순간의 기록’인 사진 한 장이 뿜어내는 무언의 메시지는 한 권의 실록에 못지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주시드니한국문화원 이동옥 원장     © 크리스찬리뷰


이번 전시회의 산파역을 감당한 문화원 이동옥 원장을 지난 5월 20일 개막일 전 오후에 만났다. 일문일답을 통해 이번 전시회의 의의와 아직은 생소한 문화원에 대한 소개와 그의 문화외교관을 들어보았다.


- 이번 전시회의 기획 동기와 의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125년 전, 멜본을 출발한 호주 선교사 조셉 헨리 데이비스 목사와 누이 메리가 1889년 10월 2일에 부산항에 첫발을 디딘 이후 126명의 선교사가 한국에서 선교, 교육, 의료, 복지 활동 등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국가와 국가 간의 본격적인 외교가 이루어지기 전, 한국과 호주의 만남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분들은 대단한 역사의식이 있어서 한국의 자연과 문화,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비록 멋진 배경도 아닌 흑백사진이지만, 그 당시 푸른 눈의 호주인들 눈에 비친 우리 조상들의 삶이 새겨진 중요한 기록물입니다. 문화원은 이 선교사들이 촬영한 과거 사진을 통해 호주와 한국의 역사적 관계를 생각해보고, 전통적인 한국 모습을 호주인들에게 소개하고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작가가 작품활동을 위해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작품 못지않은 전문성이 엿보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기록을 호주인들이 촬영하여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하여 호주인들에 공개한다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입니다. 
 
▲ 한국 근•현대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호주 선교사들이 촬영한 100여 년 전 한국인의 생활상과 풍물이 담긴 사진들을 감상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물론 과거의 기록물만 가지고는 이곳 호주인들에게 우리 한국이 과거의 ‘가난하고 못사는 이미지’로 고착될 우려가 있지요. 그래서 선교사들의 이런 사진들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널리 알린 사진작가인 <크리스찬리뷰> 권순형 발행인의 작품과 함께 부산, 경남 지방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협조를 얻어 현대의 모습도 담아냈습니다.

물론 선교사들이 촬영한 작품이라고 하여 종교적인 풍경들이 많을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는데, 문화원의 특성상 전시할 사진을 선정할 때 그런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둡니다. 기독교적인 사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타종교 시설물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요.

그러나 가장 큰 콜렉팅 기준은 한국의 민속과 풍습에 관한 사진이 주종을 이룹니다. 옛날 사진에 나타난 그 장소, 그 풍습을 다시 가보고, 재현한 모습들을 현대작가들이 새롭게 담았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과거와 발전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 될 것입니다.”
 
▲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하는 비교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기대되는 효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한국과 호주의 역사적 관계를 조망함과 동시에 동양과 서양, 한국과 호주가 처음 만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그리고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교민 분들께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과 현재 우리들의 삶 간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지금 한ㆍ호 관계가 굉장히 좋은데, 알고 보면 120여 년 전부터 이렇게 민간차원에서 쌓아온 우정과 좋은 덕업이 쌓이고 쌓여서 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옛 사진들은 국가 간의 정식 수교 이전에 기록된 역사 자료이지요. 한국인과 호주인이 최초로 만난 공간에서 그때 그 모습을 대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호주에 사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나와 나의 과거(조상)와 소통ㆍ공감의 시간’이 될 것이며, ‘나와 호주인과의 소통의 시간’도 될 것입니다.”
 
▲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 (시드니작은자교회 장경순 목사, 본지 영문편집장 박웅걸 목사, 양재혁 변호사, 기독민주당 총재 프레드 나일 상윈의원)    ©크리스찬리뷰


- 아주 의미 깊은 전시회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문화원에 대하여 아직도 생소한 독자들이 많습니다. 문화원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설립배경, 비전, 하는 일들을 말입니다.

“예, 문화원은 한ㆍ호 수교 50주년 기념에 맞추어 2011년 4월 4일 시드니 시내 한복판, 하이드 파크 맞은편에 개원했습니다. 우리 문화원은 호주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양국의 이해와 우호 증진을 통해 상호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원에서는 크게 네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 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한식, 한지 공예, 케이팝 댄스, 국악 강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학생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둘째, 한국 문화 정기 이벤트를 운영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의 밤(Cinema on the Park)이 매주 목요일 밤에 열리고 있습니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는 파티 온 더 파크(Party on the Park)를 통해 문화 공연이나 라이브 밴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미술 전시 및 공예 작품을 문화원 내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 NSW대학 캠퍼스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한식 홍보를 위한 비빔밥 행사.     © 한국문화원


셋째, 외부 대형 행사도 매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한국 영화제를 5년째 진행 중에 있고, 음식 경연대회,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나 시드니타운홀 등에서 대형 문화 공연도 개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ㆍ호 문화, 예술, 언론계의 인적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 교민들에게는 문화원에 대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문화원의 운영 원칙이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 사람들이 좋은 나라, 좋은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홍보하며 국격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호주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또 개원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말입니다.”
 
▲     © 한국문화원


- 시드니에 부임하신지 2년이 되었지요? 부임 이후 이루신 일들과 가장 보람된 일들을 어떤 것입니까?

“작년 초에 ‘한국 민화전’을 서울 가회민화박물관 협조를 얻어 우리 문화원에서 개최했습니다. 3천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후 호주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어 윌로비, 맨리, 블랙타운 카운슬의 초청을 받아 세 차례 순회전시를 가졌습니다. 총 1만여 명의 관람객이 감상했습니다. 한국미술과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2012년부터 매년 NSW 교육부와 공동으로 호주 공립학교 한국어 교사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 공사립학교 한국어 교사 대부분이 참석하고 비한국계 한국어 교사들 격려하고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좋은 기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     © 크리스찬리뷰, 한국문화원


호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60곳인데, 그런 학교를 찾아가서 한국어로 이름도 가르쳐주고, 한국 무용도 가르치고, 한국 음식도 맛보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격려하기도 합니다.

우리 문화원으로 한국문화를 체험하러 학교들이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곳에서도 한국의 장고나 북 등 고유악기를 다뤄보기도 하고, 한국 무용, 음식 등 다양하게 한국문화를 체험시켜 줍니다.

호주 한국 영화제 KOFFIA (Korean Film Festival)는 2010년 시드니에서 시작하여 2011년에는 멜본, 시드니로 확장을 하였고 2012, 2013년도에는 브리즈번까지 총 3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올해 2014년도에는 시드니, 멜본, 브리즈번 도시에 이어서 캔버라, 퍼스, 아들레이드에서 새롭게 많은 영화로 찾아 볼 예정입니다.”

- 문화원장으로서 문화외교인으로 호주인들과 접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십시오.

“몇 달 전에 앨리스 스프링스에 원주민 미술작가 연례 컨퍼런스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막 한 가운데 아주 작은 아트센터에 근무하는 호주인을 만났는데, 그 호주 직원이 시드니에 아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제가 아는 분이었습니다. 세상 좁다는 걸 다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한 마디로 문화원은 ‘문화외교’를 하는 기관이군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나눌수록 커지는 문화외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 주십시오.

“과거 냉전시대의 동맹국 중심의 정치 외교는 나와 남을 구별하게 되고 경제외교는 우호적인 듯하지만 경제적 이익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존속 되어 가기 쉽지 않습니다.

9ㆍ11 사태 후 미국 내에서 일어난 반성이 아주 시사적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으로 정치, 경제, 외교 외에 구호사업까지 하며 전세계를 지원하고 도왔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공공의 적이 되어 테러를 당했다’라며 다각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결국 ‘정치, 경제, 공공외교는 나눌수록 작아지고, 내 몫이 적어집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상대 국가의 마음을 못얻는다’는 진단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피트 스트리트 코리아타운에서 펼쳐진 시드니 민속설 축제. 연희 컴퍼니의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14.2.1)     © 크리스찬리뷰


반면에 문화외교는 나눌수록 커지는 것입니다.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할수록 서로 도움이 되고, 서로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함께 배우고 나누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케이팝콘서트에 다녀오고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를 하여도 서로 해가 되는 게 없고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나라의 문화나 지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 현재 세계적인 추세와 한국의 문화외교 상황은 어떤지요?

“현재 한국문화가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으며 많은 발전을 하였습니다. 호주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기회를 잘 맞이하여 한국 문화 전파를 위해 노력을 기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 산하에 전 세계적으로 27개의 한국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으며, 대사관, 영사관도 적극적으로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수 싸이가 호주 방문 때 보여준 것처럼 한류라고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확산이 문화외교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그러면 문화원이 앞으로 할 일들,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국제적 규모의 다양한 축제가 연중 다수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원에서 축제나 행사를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이와 같은 현지 대형 축제 및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 혹은 지원하여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지 주요 방송사 및 언론사와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긍정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일에도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인기있는 한국 드라마를 호주 TV에서 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또 ‘한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친구같은 나라라고 따뜻한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느 특정 분야에 편중된 한국문화 홍보보다는 전반적으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주 사람들의 감정을 좋게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려고 합니다.

문화원이 한국문화 홍보 및 문화교류의 거점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여 호주 현지인과 교민들로 하여금 한국 관련 자료가 필요하거나 한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을 때 가장 첫 번째로 찾는 콘택 포인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것입니다.
 
▲ 이동옥 원장     © 크리스찬리뷰


- 호주에서 문화외교를 감당하는데 우리 교민들의 역할과 문화원장으로서 교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도 들려주십시오.

“교민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 케이팝 댄스, 한국어 교육 등 호주인에게 널리 퍼뜨리는 중개자 역할을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교민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호주인에게는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로 새겨지기 때문에 교민 여러분들께서 호주 이민 사회의 롤 모델로서 모범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문화원이 호주 현지인은 물론 교민 모두가 한국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문화원 직원들이 노력할 예정이오니, 교민사회의 큰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동옥 문화원장은 2012년 2월 부임하여 문화외교 활동 이외에 신생 문화원의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20년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공직 생활을 수행해 왔다.

2009년도에는 영국 University of Exeter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모든 정부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선발시험을 통과하여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 부임했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분 성과 평가론>이란 전문서적을 저술하기도 했다.〠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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