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지수(AQ)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12/01 [11:5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스테디셀러였던 것처럼 요즘 자녀양육에 '칭찬 교육'이 넘치고 있다. 자녀들이 칭찬과 격려 속에서 자라는 것이 매우 기쁜 일이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은 역기능적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으며, 또한 과도한 칭찬은 자아도취를 야기하기도 한다.
 
자아도취는 자기 자신에게 마음이 쏠려서 주변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아이들을 말한다.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심하면 이기적이고 자기애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여 사회부적응을 겪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작은 시련조차 견디지 못할 만큼 나약하다는 점이다. 이런 아이들은 과잉보호 받는 경우도 많아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뿌리가 약하여 작은 역경에도 시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칭찬 교육과 함께 '역경 지수(AQ, adversity quotient)'를 강화하는 ‘역경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특별히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은 지능 지수(IQ), 감성 지수(EQ)와 함께 역경 지수(AQ)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양한 연구실험들의 결과를 종합하면, 자아실현을 위하여 지능 지수의 영향이 20%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80%는 역경 지수와 감성 지수가 좌우한다고 한다.
 
역경 지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정신’을 의미한다. ‘뿌리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과 비료를 주는 작물은 가뭄에 쉬이 마르지만, 누구도 물을 주지 않는 잡초는 가뭄에도 생생하다. 사람의 뿌리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역경을 만나게 되면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 잡초는 뿌리를 매우 길게 내려야 산다. 충분히 물을 제공받는 다른 식물과는 뿌리를 뻗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메귀리'라는 잡초는 수염같이 가늘고 긴 뿌리를 뻗는다. 메귀리 한 포기의 수염뿌리를 모두 연결해보니 무려 500km가 넘었다고 한다. 무려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도 남는 거리이다.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뿌리는 수분이 부족할 때에 물을 찾아서 깊고 길게 내리는 것이다.
 
유월절과 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은 유대인의 3대 명절이다. 유대인의 명절은 고난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고난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조상을 기리고 의지를 굳건히 하도록 한다. 유월절 음식은 조상의 고난의 눈물을 상징하는 소금물, 고통스러운 노역을 상징하는 쓴 나물, 출애굽 때에 먹었던 무교병을 일주일 동안 만들어 먹는다. 조상들이 겪었던 고난에 동참하는 훌륭한 역경 교육이다.
 
지금부터 40년 전 유명한 소설 ‘25시’의 저자이며 정교회의 사제 게오르규는 한국을 방문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25시에서 직감적으로 ‘빛은 동방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그 동방은 거대한 중국이 아닙니다. ‘작은 나라’ 한국이 분명합니다. 왜냐면 당신네들은 수없는 고난을 당해온 민족이며, 그 고통을 번번이 이겨낸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고난의 수렁 속에 강제로 처박힌 민족이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난 사람들입니다. 성서의 ‘욥’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예언대로 역경 지수가 높았던 우리는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우리민족의 잡초정신이 오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내일의 대한민국은 지금 우리의 아이들의 역경지수에 달려있는 셈이다. 고난이 많은 우리의 교민생활도 최고의 역경 교육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친구는 자녀들이 유치원생 때부터 방학이 되면 온 가족이 하루 금식기도를 했다고 한다. 금식을 마치고 배고픈 아이들은 식사기도를 하며 “하나님 아버지 먹을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울었다고 한다. 최고의 역경 교육을 한 셈이다. 지금 아이들은 참 잘 자라서 귀한 인물들이 되었다.〠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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